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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더리펀드 VC 열전]'10년 만에 부활' 모태 세컨더리, 회수 시장 '단비' 될까①신주투자 폐지 비롯 '인센티브' 도입, 대형·중소형사 '온도차' 뚜렷

이효범 기자공개 2023-05-02 08:13:58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캐피탈(VC)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세컨더리펀드가 재조명 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가 과제로 떠오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국내 세컨더리펀드 규모는 등락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우스도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주요 VC의 세컨더리펀드 트랙레코드와 운용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컨더리 펀드(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 부쳤다. 신주투자 규제를 폐지하고 산업은행 등의 정책자금 투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컨더리펀드 확대와 인수합병(M&A) 주목적 펀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회수 시장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민간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믿을 구석'인 정책자금마저 쪼그라들면서 벤처 캐피탈과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혹한기다. 투자를 받지 못한 벤처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벤처 캐피탈의 생존 고민도 만만치 않다. 회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청산에 애를 먹고 있다.

세컨더리펀드 활성화 정책이 회수 시장에 '단 비'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당장 모태펀드 2차 정시출자에서 10여년 만에 부활시킨 일반 세컨더리 중소형 분야에는 벤처캐피탈이 대거 몰렸으나 대형분야에서는 지원자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온도 차가 느껴진다. 일부 대형 VC는 모태펀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세컨더리펀드 결성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만기 앞둔 펀드 결성액 5조원 웃돌아, 세컨더리펀드 대안으로 급부상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1분기 벤처투자 및 기금(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펀드 출자 규모는 569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조972억원 감소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정책금융(모태기금, 성장금융, 기타정책기관)에서 3064억원, 민간부문(개인, 일반법인, 금융기관, 연금 및 공제회, 벤처투자사, 기타단체, 외국인)에서 1조7908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과 민간부문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출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규모로 따지면 민간부문 감소 폭이 절대적이지만, 정책 자금 출자 감소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트업 성장 마중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자금이 줄어들자 민간자금도 빠른 속도로 경색됐다.

정책금융에서는 특히 성장금융의 벤처펀드 출자금액 감소 폭이 컸다. 올해 1분기 639억원으로 2022년 1분기 2551억원과 비교하면 75% 감소한 셈이다. 모태펀드도 같은 기간 출자금은 1280억원에서 786억원으로 줄었고, 기타 정책기관도 1310억원에서 6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 아래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 조성되자, 민간 LP들이 벤처펀드 출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회수 시장 위축은 VC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기존 펀드를 청산해서 LP들에게 회수 성과를 돌려줘야 신규로 펀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수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펀딩에 활용할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가 없다.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벤처펀드는 218개, 총 결성액은 5조3517억원에 이른다.

벤처캐피탈 시장이 위축되자 벤처기업들의 생존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경기 하락,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고평가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후속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 벤처·창업기업(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이다.

핵심은 △기업의 성장 단계별 정책수요에 맞춰 10조5000억원 추가 지원 △과감한 규제개선을 통한 민간 벤처투자 촉진 △벤처 제도혁신으로 인재유치 및 경영안정 지원 등 3가지다. 특히 민간벤처투자 촉진 방안의 일환으로 세컨더리 벤처펀드 신주투자 의무(현재 40% 이상)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VC들이 회수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중간회수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또 일반적인 벤처펀드에 비해서 세컨더리 펀드의 만기가 짧다는 점은 민간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통상 벤처펀드의 만기는 8년, 세컨더리펀드의 만기는 5년이다. 또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도 10여년 만에 세컨더리 분야를 부활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하려는 수요가 높은데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흐름을 추종하고 있다"며 "구주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저점 매수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 대형분야 미달 난 까닭은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의 접수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세컨더리 시장에 대한 VC들의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 된다. 이번 출자사업에서 세컨더리 분야는 크게 중소형, 대형, LP지분유동화로 나뉜다. 중소형과 대형분야의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각각 30%, 20%에 그친다. 다른 분야의 출자비율이 5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민간자금을 확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하려는 수요가 있는 VC는 주로 운용자산(AUM)이 일정 규모 이상 있는 하우스들이 많다"며 "이들의 역량을 고려할 때 민간자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출자비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 2023년 2차 정시출자 계획(한국벤처투자 공지 중 일부 발췌)

예상과 달리 접수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중소형 분야에 총 8곳(CO-GP 포함)이, 대형 분야에는 1곳이 각각 지원했다. 선정하는 GP는 각각 3곳과 2곳이다. 1곳을 뽑는 LP지분유동화 분야에는 2곳이 지원했다. 대형분야만 지원자가 미달인 셈이다. 모태펀드는 대형분야 GP를 선정하지 못할 경우 수시 출자사업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대형분야에 지원자가 1곳 뿐이었던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형분야의 경우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20%에 불과했다는 점이 패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VC 입장에서는 1000억원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데 모태펀드로 부터 200억원을 출자받고 800억원을 자체적으로 모집해야 하는 셈이다. 운용상 제약이 까다로운 모태펀드 GP를 하기보다, 민간자금 위주로 8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운용하는게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펀드는 주로 프리 IPO 단계에 있는 벤처기업 구주에 투자하는 만큼 회수가 빠르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만기를 선호하는 개인이나 일반법인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특히 올해말부터 내년까지 청산조합이 대거 물리는 시기가 도래하는데 이 때 세컨더리 펀드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투자하려는 수요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VC들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서 자금모집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당장 자금 모집보다 투자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또 이르면 올해 하반기 산업은행이 출자사업을 통해 세컨더리펀드 GP를 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운용상 제약이 적고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손을 뗀 곳들도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의 '혁신 벤처·창업기업(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올해 세컨더리펀드 출자사업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모태펀드 출자사업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이 7000억원, 기업은행이 3000억원 씩 자금을 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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