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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여주시대' 연 고영, 의료사업 날개 매출 1조 찍는다기존 설비 통합 여주생산센터 개소, 뇌수술 로봇 등 전략 제품 앞세워 스케일업 가속도

여주(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3-04-27 08:16:23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주는 조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군주였던 세종대왕과 당대 혁신적인 사상이었던 '북벌론'을 주창한 효종대왕이 잠들어 계신 곳이다. 큰 이상을 갖고, 혁신적인 마인드로 뭉친 고영이 여주에 생산센터를 개소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5일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고영) 대표는 여주생산센터 개소식을 열고, 여주에 신공장 터를 잡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영은 2002년 세계 최초로 3D 표면실장(SMT) 검사 장비를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 세계 SPI(납도포검사장비) 52%, AOI(자동광학검사장비) 36%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례 없는 혁신 제품을 만든다'는 게 고 대표의 철학이다.

여주생산센터는 고영이 약 10년 만에 단행한 CAPEX(자본지출) 투자다. 기존 고영의 생산시설은 서울 가산동, 광명시 일대에 분산돼 있었다. 고객사로부터 발주가 지속적으로 늘고, 사세가 확대되자 생산센터의 집중과 확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고영은 약 176억원을 투입해 여주시 광대리 일대에 부지 3만㎡를 확보하고, 2019년부터 11월부터 착공에 나섰다. 올 1월 준공했다.
▲25일 개소한 고영의 여주생산센터.

서울 가산동과 광명의 생산시설을 이전, 통합한 여주생산센터는 현재 4500㎡ 가량의 생산동 1동만 개소한 상황이지만, 향후 캐파(생산능력)의 확대에 따라 나머지 9010㎡ 부지에도 순차적으로 생산동을 늘릴 계획이다. 가장 먼저 개소한 1동의 부지를 감안하면 총 3개동을 지을 수 있는 부지다.

이날 생산동을 안내한 고영 여주생산센터장은 "생산은 기본적으로 외주에서 70% 가량을 소화하고,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나머지 작업을 생산동에서 직접 수행한다"면서 "5년 이상의 숙련 엔지니어가 있는 3층 코어파트(퀄리티컨트롤 등)에서 PC로 설비 최적화 셋팅 및 핵심 광학기반 부품 검수를 거쳐 2층 생산라인으로 내려보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3층과 2층은 부품과 제품을 운송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다.

2층 생산라인에는 어셈블리를 거친 수백 대의 고영 주력제품들이 도열, 엔지니어의 검수를 받고 있었다. 고영은 표면실장검사용 주력 제품 SPI, AOI를 비롯해 반도체 검사장비, 투명체 검사장비 등 전 산업군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 대표는 "글로벌 에어로스페이스, 미사일 기업을 비롯해 중국 중소 제조사까지 고영 제품을 쓰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고영은 약 3000여 개 이상의 글로벌 고객사와 거래하고 있다.

고영의 생산라인은 여느 제조업 현장처럼 라인 중심으로 인력이 배치되는 구조가 아니라 한 제품을 한 엔지니어가 끝까지 책임지는 '책임생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고객사 생산라인의 첫 머리에 고영 장비가 투입되는 만큼 완벽한 퀄리티컨트롤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효율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스킬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고영의 설명이다.
▲고영의 SMT 검사장비는 15년 이상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여주생산센터 내 생산 라인.

이날 고 대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영의 미래로 꼽히는 의료사업을 설명했다. 고영은 여주생산센터를 기존 SMT 검사장비 사업과 더불어 의료로봇, AI 스마트 팩토리 등 미래 먹거리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뇌수술 정위로봇 '카이메로(KYMERO)'와 디지털 엑스레이 제품이 의료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고 대표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카이메로'는 2011년부터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다. 세계 최고 수준의 3D 측정 및 광학기술을 인정 받아 산업통상자원부 뇌수술 국책과제를 수주한 게 시작이다. 당시 정부로부터 총 160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이후 고영의 자체 R&D 비용을 투입하면서 10년 만에 시판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를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상급병원 다수에 공급돼 증례를 쌓고 있다.

카이메로는 3D 광학장비를 기반으로 뇌내 병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별, 형상화하는 수술로봇이다. 다빈치 등 복강경 수술로봇 제품은 다수 존재하지만, 뇌수술 로봇은 현재 카이메로가 유일하다. 국소적인 조직의 훼손이 치명적일 수 있는 뇌 구조 상 오차없이 정확한 병소를 찾는 게 중요한데, 고영의 3D 광학기술이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침대부착형으로 로봇-환자간 움직임을 최소화해 안전도를 높였다. 고 대표는 "20년 이상의 노련한 집도의가 아니더라도 카이메로의 도움으로 집도의들이 정확한 병변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광일 고영 대표가 수술로봇 카이메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의 제품 라인업 중 가장 고가로 알려진 카이메로는 현재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FDA(미 식품의약국)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위험등급에 따라 인증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고영은 내년 하반기 최종 FDA 인증 및 시판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시판 시점은 2025년으로 잡고 있다. 세계 각국에 탄탄한 판매망이 깔려 있는 만큼 시장 확산에 자신하고 있다.

고 대표는 기존 글로벌 1위 라인업과 카이메로 등의 고가 전략제품을 축으로 7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2907억원의 매출을 올린 고영은 2025년 5000억원 매출을 돌파하고, 2027년 6200억원, 2030년 내 매출 1조원 고지에 올라선다는 계산이다. AI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의료사업 등 신사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고 대표는 "5월 1일이 되면 고영 설립 20주년을 맞는데, 20년 간 고영은 매출액 기준 약 30배 성장을 할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면서 "우리의 사업모델은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창출하고,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인데 여주생산센터는 고영의 혁신정신을 바탕으로 1조 매출을 앞당기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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