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펀드 VC 열전]에이벤처스, 운용 안전성 위한 선택 '하이브리드'④250억 첫 결성, 구주-팔로우온·프리IPO '반반' 전략…투자 기준은 검증된 '숫자'
이명관 기자공개 2023-05-08 07:57:18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캐피탈(VC)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자 세컨더리펀드가 재조명 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중간 회수 시장 활성화가 과제로 떠오른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국내 세컨더리펀드 규모는 등락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으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우스도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주요 VC의 세컨더리펀드 트랙레코드와 운용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8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인 에이벤처스는 꾸준한 성장세가 돋보이는 하우스다. 초반 펀딩이 잘되고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욕심을 낼법도 한데, 서두르지 않고 있다. 중소형 펀드 중심 전략을 고수하며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설립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펀드를 결성하며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탄탄한 LP 네트워크도 구축했다.에이벤처스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처음으로 세컨더리펀드를 만들 참이다. 현재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유동성 감소와 금리인상 등의 이유로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하락 중인데, 이 과정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엑시트가 필요한 펀드의 대기 물량이 상당한 상태다.
단 에이벤처스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펀드를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세컨더리 투자에만 집중할 경우 펀드 운용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검증된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자를 병행하면서 괜찮은 세컨더리 투자처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리스크 헤지를 위한 장치를 둔 셈이다.
◇'60% 구주 투자 의무' 모태펀드 지원 안해, 자체 펀드 결성 임박
에이벤처스는 '에이벤처스 밸런스 S 투자조합'을 결성 중이다. 목표 결성액은 250억원이다. 현재 막바지 펀드 결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LP는 금융투자업체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펀드 성격은 세컨더리 투자가 중점을 이루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펀드가 보유한 구주 위주로 투자한다.
에이벤처스가 세컨더리 펀드 결성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해 미국의 빅스텝 기조 속에 금리가 상승했다. 그 여파로 다수 국가들이 금리를 올렸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됐다. 덩달아 기업들의 시장 가치도 하락했다. 세컨더리 투자 관점에서 보면 밸류에이션 리스크가 감소하는 셈이다.
2021년까지 벤처캐피탈 업계로 막대한 자금이 쏠리면서 기업가치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다. 스타트업은 원하는 밸류로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자본에 의해 기업가치만 상승했다. 그러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부풀려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재조정됐다. 이 지점에서 투자기회가 있다고 에이벤처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기를 앞둔 벤처펀드가 상당히 많다는 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2016년이후 설립된 VC 조합들의 만기가 2023년부터 도래한다. 2016년 이전 대비 이후부터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 및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벤처투자조합이 급성장했다. 해당 조합들의 만기가 통상 7~8년(+1년 연장)으로 202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시장에서 투자기회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운용 전략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져갈 예정이다. 세컨더리 투자는 펀드 AUM의 50%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 나머지는 팔로우온과 프리IPO 성격의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세컨더리 투자 비중을 과반 이상으로 가져갔을 때 운용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포트폴리오를 세컨더리 구주로만 채우면 정해진 기한 내에 투자금을 소진하지 못할 리스크가 있다. 펀드 사이즈를 중소형으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펀드 사이즈가 크면 투자처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세컨더리 분야에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출자사업에서 GP로 선정되면 최소 60%를 구주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펀드레이징을 순조롭게 이어나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이벤처스 관계자는 "과거 세컨더리 펀드 운용 과정을 봤을 때 소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일정부분 안정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형태로 운용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에이벤처스는 주목하는 구주는 '숫자'가 나오는 벤처기업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소비재를 비롯해 숫자가 나오면 어떤 회사든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에이벤처스가 눈여겨 보는 숫자는 매출과 이익이다. 성장성이 있고, 적자를 보더라도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있는 곳들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상장 가능성과 시장 수요가 있어서 처분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지도 주요 포인트로 삼을 계획이다.
기존 초기 투자와 달리 숫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회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에이벤처스의 세컨더리 펀드의 만기는 6년이다. 단기간 투자 후 회수가 이뤄져야 하다보니 나름 검증된 곳들에 투자를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에이벤처스 관계자는 "사전에 투자가능 종목을 분석 후 리스트업 해서 빠르게 투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라며 "LP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투자처 발굴부터 분석 후 투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탄탄한 인력구성, 세컨더리 경험치 풍부
에이벤처스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세컨더리 펀드 결성에 자신있게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력 구성도 영향을 미쳤다. 면면을 살펴보면 세컨더리 투자에 특화돼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에이벤처스의 심사역의 커리어를 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이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다수의 비상장 세컨더리를 투자하고 회수했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험치가 그만큼 풍부한 셈이다.
이번 세컨더리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은 손길현 상무(사진)가 대표격이다. 손 상무는 유안타증권, 메리츠증종금증권을 거쳐 브레인자산운용, DS자산운용에 몸을 담았다. 그후 에이벤처스에 합류하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했다.
손 상무는 유안타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 시절 처음으로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했다. 이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건너와서 한층 더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신탁팀을 만들었을 때 초기 멤버이기도 하다. 신탁팀에서 세컨더리 전문 펀드를 운용하기도 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에이벤처스가 이번에 손 상무에게 세컨더리펀드 핸들을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손 상무와 함께 펀드 핵심운영인력으로 정진이 수석팀장, 조상현 팀장, 신혁 심사역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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