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사태 후폭풍]'빌황 아케고스' 사태 판박이…최초 트리거도 블록딜?골드만삭스서 도미노 스타트…시간외 대량매매 하락 촉발 무게
양정우 기자공개 2023-05-03 08:14:3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시장을 뒤흔든 차액결제거래(CFD) 후폭풍이 2년전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와 판박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아케고스발 대규모 마진콜의 시발점이 글로벌 IB의 블록딜이었던 터라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오너가의 대량매매가 CFD 사태의 도화선이라는 시각도 이어진다.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block deal)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진다. 우선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며 회수 불확실성을 제한하고자 시장에서 단숨에 처분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고유 속성 탓에 반대매매로 연결되기가 쉽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아케고스 사태, 블록딜로 대량 매도 점화…마진콜 장치 TRS '양날의 검'
2021년 3월 말 대규모 마진콜 디폴트 사태로 미국 월가가 뒤흔들렸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 사태의 중심부에 위치한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케고스 캐피탈이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영하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라는 사실로 더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던 아케고스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원금의 5배 가량인 500억달러 상당을 투자했다. 하지만 보유 주식의 주가 하락에 따라 추가 증거금을 내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마진콜을 소화하지 못하자 반대매매 쓰나미로 막대한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JP모간 등에 따르면 금융권 손실은 최대 100억달러로 추산된다.
마진콜 도미노의 트리거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의 블록딜이었다. 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CS), 웰스파고 등과 TRS 거래를 벌였다. 레버리지를 끌어올린 덕에 한때 큰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술주 등 주요 포지션에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마진콜 위기에 처했고 리스크를 감지한 골드만삭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블록딜에 나섰던 것이다.
블록딜의 특징은 일단 거래 단가가 전일 종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이뤄지는 점이다. 여기에 블록딜 지분을 인수한 상대방은 주가 변동성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고자 빠른 시일 내에 보유 물량을 모두 처분한다. 수급 여건에 따라 오버행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주가 급락을 부추길 수 있다. 매도 주체가 오너이거나 주요 투자자일 때는 추가 하락도 불가피하다.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골드만삭스 등은 뉴욕증시 개장전 블록딜을 마치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대응해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에서 비교적 손실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대매매가 쏟아진 시점에 매도 공세에 합류했던 금융 기관은 타격이 컸다. 당시 CS와 노무라는 포지션을 모두 정리하지 못했고 외신에서는 두 기관의 손실액이 전체의 절반 이상일 것으로 보도했다.
◇개인전문투자자 CFD, 결국 TRS 구조…할인가격에 회수스텝, 직격탄 맞았나
국내 CFD 사태의 구조도 아케고스의 TRS와 크게 다르지 않다. TRS와 CFD 모두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가격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체결된다. 레버리지도 공격적으로 쓸 수 있다. CFD는 개인전문투자자가 증권사와 체결하는 일종의 TRS인 셈이다.
특정 세력이 CFD를 토대로 주가 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상장사 총 8곳(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린 과정에서 1000여명의 CFD 계좌가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런 주가 조작 의혹과 무관하게 중견 기업 8곳의 하한가 랠리 사태를 점화시킨 트리거는 블록딜이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익래 회장(다우데이타, 605억원 규모)을 비롯해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서울가스, 457억원 규모)이 주가 폭락 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치웠다.
다우데이타의 주가는 김 회장의 블록딜 거래 후 불과 2거래일 만에 폭락했다. 블록딜의 고유 특성상 대규모 주식을 인수한 거래 상대방은 단시간에 매도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본래 이들 8곳 기업이 타깃으로 낙점을 받은 건 유통 물량이 극히 적어 관리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오너가의 잇딴 블록딜에 이어 회수 수순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자 위태롭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고 CFD의 반대매매 마지노선으로 직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종결된 사안은 아니지만 현재 보도를 종합하면 CFD 신규 계좌를 개설해 주가를 계속 올려야 하는 구조"라며 "추가 고객 확보가 어려운 와중에 급락 신호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응 방안을 찾기도 전에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CFD 후폭풍의 단초가 블록딜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도 특정 오너 일가와 주가 조작 세력 간의 사전 결탁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건 아니다. 단순히 개인적 사정상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시간외 대량매매에 나섰더라도 CFD를 활용했던 세력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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