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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JV 돋보기]삼성에서 롯데로, 현재진행형인 롯데이네오스화학의 사업 고도화③삼성그룹·영국 BP 합작, 국내 최초 초산제조…롯데 인수로 사업구조 재편

김동현 기자공개 2023-05-08 07:19:43

[편집자주]

해외 기업과 합작사(JV)를 설립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핵심 기술 확보, 비용절감, 원자재 내재화 등 여러 사업적 요소들을 고려한 끝에 양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JV를 설립·운영한다. 우리나라 후방산업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소재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원재료 내재화를 통해 생산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더벨이 국내 석유화학·소재 기업의 JV 설립 배경, 전략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2016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인수하며 현 체제를 갖추게 됐다. 기존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기초소재부터 고부가 첨단소재까지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군을 확보했다.

이중 삼성BP화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산을 생산한 업체로, 현재 롯데이네오스화학이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그룹 편입을 마무리한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증설 및 구조 재편을 거듭하며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그룹, PTA 용매 '초산' 국산화…BP케미칼즈 국내 진출

롯데이네오스화학의 모태인 삼성BP화학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사업 다각화와 영국 BP케미칼즈의 국내 시장 진출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시작됐다. 당시 삼성석유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주원료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을 생산 중이었다.

1980년대 중반 들어 국내 폴리에스테르 업체들이 PTA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석유화학은 PTA의 용매인 초산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다만 국내에서 공업용 초산을 생산한 사례가 없을뿐더러 기술력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삼성그룹은 글로벌 화학업체인 BP케미칼즈와 협력을 추진했다.

한국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던 BP케미칼즈는 1988년 4차례에 걸쳐 국내 후보기업 실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삼성그룹과 합작사 설립을 합의했다. 이후 1989년 BP케미칼즈가 51%, 삼성그룹이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삼성BP화학이 출범했다. 삼성그룹의 삼성BP화학 보유지분은 다시 현 삼성SDI인 삼성전관(29.2%)과 삼성정밀화학(19.8%)이 나눠 가졌다.


삼성BP화학은 1989년 출범 이후 BP케미칼즈의 초산 제조기술을 도입했으며 1992년 연간 15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상업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 다음해에는 마찬가지로 국내에 생산업체가 없는 초산비닐(VAM)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신사업팀을 꾸렸고 BP케미칼즈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삼성정밀화학(33%), BP케미칼즈(34%), 미국 유니온카바이드(33%) 등 3사는 1995년 아세아아세틸스를 합작·설립하고 이듬해부터 연산 15만톤 규모의 VAM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국내에 없는 화학 제품군을 생산하며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었고 BP케미칼즈와 유니온카바이드 등 해외 업체들은 국내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 BP케미칼즈의 경우 이후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확보하며 협력 관계를 고도화했다.

◇롯데그룹 인수 이후 사업조정 마무리, 신시장 증설 초점

국내 유일의 초산·초산비닐 업체로 자리매김한 삼성BP화학은 2016년 롯데그룹의 인수로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시 롯데그룹은 3조원을 들여 삼성SDI 케미칼부문(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 삼성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롯데BP화학→롯데이네오스화학) 등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을 인수했다.

삼성BP화학은 초산(연 45만톤)·초산비닐(연 2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주요 사업자였지만 연매출이 3000억원대에 불과한 비교적 작은 회사였다. 2010년대 들어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초산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수익성도 악화된 상태였다.


이 가운데 종합 화학기업을 목표로 삼성그룹의 화학 3사를 인수한 롯데그룹은 가장 먼저 삼성BP화학의 사업구조 조정에 나섰다. 롯데BP화학의 지분구조를 BP케미칼즈 51%, 롯데정밀화학 49%로 단순화했고 관계사로 있던 아세아아세틸스를 롯데BP화학이 흡수합병하게 했다.

태양광 모듈과 같은 친환경 소재의 원료로 활용되는 초산비닐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초산→초산비닐'로 이어지는 일체의 사업구조를 롯데BP화학이 담당하게 했다. 이에 맞춰 2010년대 수준에 머물던 초산·초산비닐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증설작업을 진행하며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

2020년 12월 영국 화학회사 이네오스의 BP케미칼즈 인수로 사명을 롯데이네오스화학으로 바꾼 현재 이 회사는 초산비닐에 초점을 두고 증설에 나선 상태다. 롯데그룹 편입 이후 초산과 초산비닐의 생산능력을 각각 65만톤과 45만톤으로 끌어올렸고 앞으로 추가 증설을 통해 초산비닐의 생산능력을 70만톤까지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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