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합병 역사 쓴 '대체불가' 디지털 키맨 박근영 부사장'충청·보람·서울·외환은행' 전산 통합 주역, 디지털 '오피니언 리더' 중책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11 07:38:00
[편집자주]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전혀 다른 회사가 된다. CEO를 보좌해 그룹을 움직이는 '키맨' 진용이 대부분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취임 후 1년이 다 돼서야 CEO색깔의 첫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인사들의 이력과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보면 하나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더벨은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이 잇따라 위기에 봉착하고 인수합병(M&A)이 심심찮았던 시기, 은행원들은 합병 시점을 '데이원(Day 1)'과 '데이투(Day 2)'로 나눠 불렀다. 데이원은 합병 법인이 출범하는 날이고 데이투는 1~2년 뒤 양행 전산이 통합되는 날을 뜻한다. 그만큼 전산 통합은 은행 합병에 있어 중요성이 큰 임무였다.박근영 하나금융 디지털총괄 부사장은 M&A로 4대 시중은행 반열에 오른 하나은행 전산의 산증인이다. 합병을 이끌어 낸 최고경영자(CEO)와 딜 담당자가 받는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IT 조직을 이끌고 밤낮으로 전산 통합에 매진한 박 부사장이 있었다. 그는 단순 전산 작업 뿐만 아니라 그룹 디지털화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도 수행해야 했다.
박 부사장은 더벨과 통화에서 "현장을 방문하거나 방문하지 않는 고객들의 편익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디지털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 있는 영업점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만한 편익이 고객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IT' 조직에 '금융인' 멘탈리티 심은 리더
박 부사장은 1963년생으로 배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계산통계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제일은행이었다. 언뜻 금융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컴퓨터 보급으로 전산화가 한창이던 은행권에서 통계학 전공자는 귀한 몸이었다. 그는 1991년 단자회사에서 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전산 인력을 대거 충원한 하나은행으로 이직했다.
그는 하나은행 전산부에 둥지를 튼 이후 줄곧 전산 담당 업무를 맡았다. 전산정보부, 정보전략기획부, 전산정보개발팀 등으로 소속 조직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하나은행 전산 업무를 30년 넘게 전담하고 있다. 2021년 3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전산 계열사 하나금융TI 대표가 됐고 같은해 7월엔 지주 디지털총괄 부사장을 겸직했다.
은행 전산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 외에 M&A에 따른 통합 작업도 박 부사장의 몫이었다. 하나은행은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인수 주체였던 하나은행은 IT 통합도 주도권을 가졌고 박 부사장은 합병 때마다 SI(정보시스템 통합)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특히 하나금융 사상 가장 큰 딜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은 박 부사장의 경력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 3개 은행을 삼키며 덩치를 키운 하나은행과 이에 준하는 외환은행의 합병은 전산 통합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통합추진단 임원들이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합병 법인이 출범한 만큼 전산 통합도 빠르고 정확할 필요가 있었다.
박 부사장은 IT통합추진부장을 맡아 2016년 6월 양행 전산 통합을 무사히 마무리지었다. 2015년 9월 통합 법인이 출범한 지 9개월 만이었다. 최대 2년까지 걸리는 전산 통합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박 부사장이 전산 통합 현장에 간이 침대를 펴고 4달 간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2000여명을 진두지휘한 일화는 그룹 내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하나금융TI 관계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박근영 당시 IT통합추진부장을 필두로 한 철야 작업이 있어 외환은행 전산 통합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며 "박 부사장은 밤샘 작업을 자처하고 은행 고객들을 생각해 조금만 더 고생하자며 IT 관련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통합추진단' 인연 박성호 부회장과 호흡, 디지털 인력 양성 '사명'
함영주 회장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와중에 임기를 마친 박 부사장을 유임시켰다. 디지털 분야에서 당장 박 부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룹디지털부문(CDO)을 맡은 박성호 부회장과의 호흡도 고려됐다. 박 부회장은 통합추진단장으로 IT통합추진부장이었던 박 부사장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또 외환은행과 전산 통합이 한창일 당시 박 부회장은 하나아이앤에스(현 하나금융TI) 대표를 맡아 박 부사장을 지원했다. 이들은 하나금융TI 전현직 대표이기도 하다.
박 부사장은 하나금융TI 대표를 겸하면서 그룹 디지털 인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금융권이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과 교류해 하나금융 조직 문화를 전파하는 것도 박 부사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수시로 구내 식당에서 식사하고 코로나19 시국 입사자들과 별도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임직원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박 부사장은 "하나금융TI는 하나금융의 자랑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라며 "좋은 인재를 많이 영입하고 육성해 잘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하나금융TI 대표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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