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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전문경영인·후계자 불편한 동거, '신약'으로 승부수[제일약품]18년 경영 성석제 대표, 오너 3세 한상철 대표 공동경영…주도권·혁신 '과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3-05-15 10:10:27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1일 08: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약품그룹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공존'이 특히 눈에 띄는 하우스다. 전문경영인이 18년간 대표이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오너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계를 이어받은 후계자 입장에선 뿌리 깊은 전문경영인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령대가 한참 차이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제일약품그룹 임원의 연령 격차가 최대 30년까지 벌어진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계자 입장에선 전문경영인을 뛰어넘을 한방이 필요하다. 제일약품그룹에 있어서 이 한방은 역시 '신약'이다. 유통에 치우친 주력사업에도 불구하고 온코닉테라퓨틱스라는 자회사에 힘을 실으며 신약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도권을 확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성공에 달려있다.

◇경영권 오너3세로 승계, 성장 일군 전문경영인의 확고한 영향력

제일약품그룹을 이루는 큰 축은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이다. 2017년 분할설립한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를 주축으로 제일약품→온코닉테라퓨틱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오너는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으로 창업주인 고(故) 한원석 회장의 장남이다.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57.8%를 쥐고 있다. 1947년생으로 77세 고령이다. 2017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부터 장남인 한상철 대표에게 지주사를, 전문경영인 성석제 대표에게 제일약품 경영을 맡기고 한발 물러났다. 다만 2020년까지만 해도 미등기 상근임원으로 지주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는 그나마도 내려놨다.

현재로선 한상철 대표와 성석제 대표로 이원화 된 경영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한상철 대표는 제일약품에선 사내이사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동생 한상우 전무는 제일약품의 마케팅담당 임원으로 자리한다.

보통 이러한 구도라면 오너의 총괄 및 지배를 받는 형태로 전문경영인이 움직이지만 제일약품그룹은 일반적인 구도와는 다르다. 성 대표가 갖는 내부 영향력이 워낙 막강한데다 연령차이도 확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오너의 입김이 온전히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성 대표는 1960년생으로 올해로 64세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주로 업을 쌓다가 2005년 제일약품으로 적을 옮기고 18년간 대표이사로 경영하고 있다.


한상철 대표는 1976년생으로 48세다. 16년의 터울이다. 성 대표가 영입된 이듬해인 2006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성 대표에게 줄곧 경영수업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성 대표가 경영한 18년은 오너도 무시할 수 없는 기반을 만들었다. 부임 당시 2000억원대 초반에 불과했던 매출은 단 2년만에 3000억원대로, 또 3년만인 2010년엔 4000억원대로 확대됐다. 현재 제일약품만 놓고보면 매출액이 7300억원에 달한다. 18년간 매출 외형만 5000억원, 3배 늘렸다.


화이자제약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공동판매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뤘다. 화이자제약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말초신경병증치료제 '리리카', 해열·진통소염제 '쎄레브렉스', 신경병성통증치료제 '뉴론틴', 고혈압치료제 '카듀엣' 등이 주력 아이템이다. 이들 약의 유통을 맡을 수 있었던 건 화이자제약 출신인 성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제일약품이 외형성장을 이룬 건 성 대표의 몫이 컸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타사 제품을 떼와 파는 '상품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상품매출 비중이 79%에 달하는 단순 유통사에 그치는 셈이다.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말 기준 0.2%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10억원 안팎에 그치고 그나마도 적자가 나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억원 안팎을 벌어들였던 18년 전보다 뒷걸음질 쳤다고도 볼 수 있다.

◇OB·YB 뒤섞인 구도, 온코닉테라퓨틱스로 반전 모색

명암이 존재하긴 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성 대표, 그리고 경영승계를 한 상대적으로 젊은 오너. 이들의 동거생활은 인력구성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OB와 YB가 뒤섞인 임원체계가 그렇다.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임원의 평균연령은 57세, 제일약품은 54세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72세의 부사장급 임원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 등 관리직은 사실상 60세의 임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연구 및 영업직은 70년대생 40대들이 포진해 있다. 관리는 성 대표가 연구 및 마케팅 부문은 후계자인 오너일가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조로 보인다. 마케팅 총괄임원인 한상우 전무의 경우 1983년생 41세에 불과하다. 사내 최고령인 CFO와 비교해 30년의 격차가 벌어진다. 후계자가 영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든 문화일 수 있다. 혁신이나 조직문화 쇄신에 있어서도 세대격차는 발목을 잡는다.

최근 제일파마홀딩스에 1982년생 40대생 사내이사가 신규영입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내부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가 꺼내든 카드가 결국 혁신, 신약개발이다. 명분도 당위성도 갖췄다. 수익성을 위한 체질개선을 위해선 자기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소위 한국화이자 제품의 유통사라는 현 체제를 벗어나는 한편 온전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신약개발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설립된 회사가 온코닉테라퓨틱스다. 2020년 5월 제일약품에서 스핀오프한 신약연구개발(R&D) 자회사다. P-CAB 계열 OCN-101과 차세대 PARP 항암제 OCN-201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P-CAB 계열의 자스타프라잔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이지만 중국 제약사로 17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루는 등 유망 물질로 평가되고 있다.

제일약품이 보유한 지분율은 86.51%다. 다만 투자유치 등으로 인해 의결권 있는 상환전환우선주를 고려한 지분율은 54.3%다. 오너일가가 개인조합 및 펀드 등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남 한상우 전무가 사내이사로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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