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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NCR]절체절명 위기에 '경고등'조차 못켰다…당국 손질착수①증권업 규제 완화 상징 '신NCR'…부동산PF발 위기에 '존폐 기로'

최윤신 기자공개 2023-05-16 13:24:45

[편집자주]

증권사 자본규제 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신NCR(순자본비율)’이 기로에 섰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위험자산의 부실화가 현실화하며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해온 증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로 하여금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끔 만든 신NCR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가 진짜 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벨은 기로에 선 신NCR이 증권업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청취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합리적일지 고민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규제를 검토한다.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유동성 위기가 변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일부 증권사가 당국의 유동성 지원을 필요로 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질 때까지 순자본비율(신NCR) 지표가 경고등을 켜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에 ‘NCR 규제 정비’를 못박고 다방면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연내 세부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목표다. 부동산 PF 등 위험자본 공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양하게 평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다만 2016년 도입한 신NCR 제도 자체를 통째로 바꿀 가능성도 열려있다.

◇ 비율 관리 용이해져... 위험액 크게 늘린 증권사들

증권업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가 강화된 은행·보험업과 비교했을 때 상반된 규제 움직임을 보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를 키워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가 투영됐다. 2016년 도입된 신NCR은 증권업 규제 완화의 상징과도 같다.

신NCR이 도입되기 이전 국내에선 1997년 도입한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로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측정하고 규제해왔다. 구NCR은 시장위험액과 기초위험액을 더한 ‘총위험액’ 대비 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인 ‘영업용순자본’의 백분율로 구한다. 위험액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더 많은 영업용 순자본을 가져야 하는 구조였다. 해당 비율이 150% 미만이 되면 당국의 경영개선 권고가 내려졌다.

다만 구NCR을 기초로 한 규제가 증권업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업계에선 ‘모험자본 공급’이 본질인 증권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가 과도해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IB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2014년 신NCR 제도를 개선하고 2016년부터 공식적으로 규제 기준으로 통일했다.


신NCR에서는 ‘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특정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유지해야하는 자기자본을 뜻한다. 필요유지자기자본의 70% 대비 영업용순자본과 총위험액의 차액의 백분율이 신NCR 수치다. 신NCR이 100% 미만이 되면 경영개선 권고가 이뤄진다.

신NCR의 산식에서도 증권사가 총위험액보다 많은 영업용순자본을 보유해야 하는 건 동일하다. 하지만 분모인 필요유지자기자본의 크기가 한정됐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훨씬 수월하게 비율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한 증권사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모든 금융투자업 업무를 영위할 때 필요유지자기자본은 1980억원이다. 여기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은 약 1386억원이다. 신NCR을 구하는 산식의 분모 최대치가 1386억원이 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보다 적은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신NCR을 계산한다.

분모가 한정됐기 때문에 영업용순자본 대비 위험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늘어나게 됐다. 예컨대 1조5000억원의 영업용순자본을 갖춘 증권사라면 구NCR 규제 아래선 총위험액이 1조원을 넘어서면 규제 대상이 됐지만, 신NCR 규제 제도 아래선 약 1조3614억원까지 위험액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구NCR 대비 신NCR의 효과는 극대화됐다. 예컨대 영업용순자본이 9조원인 증권사는 구NCR 제도 아래선 위험액을 6조원 아래로 관리해야 했는데, 신NCR이 도입되며 8조8614억원까지 위험액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신NCR 제도의 도입 이후 당국의 의도대로 증권사의 영업 여력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는 돈을 쌓아두지 않고 위험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글로벌 IB를 지향하는 증권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자본 활용도가 높아진 증권사들의 이익창출력이 커졌고, 이는 자기자본 확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냈다.

다만 수익성만큼 리스크도 컸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위험투자 한도를 부동산금융과 파생상품 등에 집중했다. 특히 직접 신용공여 뿐 아니라 채무보증 등을 적극 활용해 위험인수 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뇌관이 됐던 부동산 PF 지급보증 유동화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스크는 커졌지만 신NCR 지표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부동산PF 직격탄을 맞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작년말 기준 신NCR은 전년 대비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양증권, 부국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의 신NCR이 오히려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신NCR이 전년 대비 오히려 높아진 건 위험액으로 산정했던 손실이 현실화한 영향일 수 있다”면서도 “그 어떤 시점에도 숫자상으로 견실한 기업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선 지표의 무용론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위험액 산정방식 변경 충분" vs "산식 바꿔야" 의견 갈려

당국이 NCR 규제 개선을 연간 업무계획에 담은 건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감독원은 규제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시장 상황과 리스크 요인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방안을 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규제개선안에 귀추를 주목한다. 실제 사업 포트폴리오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당국이 위험액 적용방식에 손을 델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업무계획에서 규제개선 예시로 ‘NCR 산정시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위험값 차등화’를 예로 들었다.

현재 부동산 투자건에 증권사가 직접 대출하면 위험값 100%를 적용하지만, 채무보증 형태에는 위험값을 18%만 적용하고 있다. PF리스크가 불거진 만큼 채무보증의 위험값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브릿지론과 본PF, 선순위-후순위를 구분해 위험값을 차등화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적절한 자본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현행 산식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크레딧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지표는 위험을 측정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현행 신NCR의 산식은 증권사의 위험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며 “증권사의 규모에 따라 사업 양태가 크게 다른 만큼 평가 기준 자체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서 증권업의 영향력이 증대했고 증권업과 타 금융회사간 연계성이 커진만큼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단 의견이 대두한다.

국내 신평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시장안정화 정책이 증권업종에 집중되는 건 역설적으로 증권사가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당국도 위험액 산정방식 뿐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위험액 산정방식 변경 뿐 아니라 제도 전반에 대한 합리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위험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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