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프로파일]글로벌 IB '선봉장' 문재영 한투증권 FI금융부 총괄15년 이상 채권 담당, 사전매칭에 탁월…국내 DCM 1위 넘어 '아시아 톱' 목표
이상원 기자공개 2023-07-06 13:40:36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영 한국투자증권 FI금융부 이사는 기업금융(IB) 업계에 발을 내딛은 지 올해로 8년째다. IB 업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지만 발행사 재무팀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며 채권 발행 업무만 15년 이상 담당한 베테랑이다.발행사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주관사의 주된 업무다. 발행사와 주관사 양쪽을 모두 경험한 그는 누구보다 완벽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사내 최연소 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문 이사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IB로 나아가는데 중심에 있다. 한국물(Korean Paper) 기반의 글로벌 DCM을 시작으로 '아시아 넘버 원'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직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최적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여전사 재무팀에서 증권사 IB가 되기까지
문재영 이사(사진)는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주립대학교(Washington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학을 전공했다. 2006년에 졸업후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국내 한 IT회사의 글로벌 자금조달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시기는 2007년 무렵이다.
당시 롯데그룹 공채로 입사한 그는 경력을 인정받아 롯데카드 재무팀에 배정받아 해외 유동화(ABS)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얼마뒤 그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왔다. 핵심 담당자의 이탈로 단기물을 담당하다 채권 발행 담당으로 옮겨갔다. 보통 10년 가량의 경력을 쌓아야 가능하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채권 업무를 맡으며 일찌감치 경력을 쌓았다.
문 이사는 "재무는 사이클이 있어서 파트별로 돼 있고 다 한 번씩은 거쳐야 채권 발행 업무를 맡을 수 있다"며 "롯데카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해당 업무를 일찌감치 담당하게 되면서 경력을 빠르게 쌓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현대캐피탈에 합류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갔다. 캐피탈, 커머셜, 카드의 공통 재무조직의 일원으로 원화 조달 업무를 거쳐 미국 유학을 통한 언어의 강점을 살려 해외 IR까지 담당했다. 그러다 현대캐피탈이 12개 해외법인의 통합조직을 만들어 조달부터 인큐베이팅하는 초기 멤버로 합류해 해외 조달까지 맡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최대 여전채 이슈어 중 한 곳인데다 한국물 시장에서도 빅 이슈어로 꼽힌다. 이곳에서 운용을 담당하면서 여전채와 한국물에 대한 깊이를 닦아나갔다. 그리고 수 많은 제안 끝에 2016년 4월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의 커리어에서 증권사 IB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문 이사는 "롯데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채권 발행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권사 IB들과 접촉이 잦았다. 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꾸준히 있었다"며 "발행사에서 운좋게 짧은 시간 여러가지 업무를 섭렵하게 됐다. 이를 감안한 주변의 권유까지 더해지며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 '시장의 성숙화' 글로벌 IB되기 위한 '첫 걸음'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후 지금까지 실력이 있어야만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초반에는 카드사와 캐피탈사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RM(Relationshp manager) 역할만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일즈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는 "회사채 주관을 따오는 것이 RM으로서의 역할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사이클에 따라 시장 상황이 악화될때 이를 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모두 떠안게 된다. 단순 RM업무와 세일즈 업무를 통합해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연기금, 은행, 증권사 FICC, 운용사, 보험사 등 5대 권역에 자신만의 세일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물건을 빠르게 소개하면 좋아하겠지만 꾸준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 이사는 누구보다 발행사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예를 들어 크레딧 금리 방향성 또는 수급 여건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발행 전략을 제시해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더 많은 물량을 담당한다. 즉 발행사와 투자기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사전 매칭해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시장에 다가가고 있다. 에쿼티 또는 채권 모두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게 사전 매칭의 가장 원천이라는 점이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원활한 조달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끔씩 왜곡이 발생해 시장에 파장이 생기면 서로가 힘들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국내 증권사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당장은 한계가 있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 신디케이션을 잘 구축해 나간다면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가 외사보다 못할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내 발행사도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원화채만 발행하지 않는다"며 "선진 자본시장으로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에서 외사를 많이 접촉해봤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느낀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이 성숙해져야 하고 이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수은 글로벌본드, 첫 한국물 주관 '쾌거'
2022년 5월 수임한 한국수출입은행의 15억유로의 글로벌본드는 한국투자증권과 문 이사에게 중요한 트랙레코드로 남아있다. 회사 역사상 최초로 전사적 시너지를 발휘해 한국물 대표주관 참여에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물은 사실상 외국계 IB의 전유물과도 같다. 그동안 국내 IB들이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주된 이유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한국물 시장에서 후발주자(Late Mover)로 입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출 1년만에 빅딜을 수행하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발돋음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21년말 발행 채비에 나서자 문 이사도 재빨리 딜을 따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김남구 회장이 국내 여전채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실적과 세일즈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IB를 마지막 퍼즐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한국물 딜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을 비롯해 관련 본부의 전사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그 결과 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한국수출입은행의 글로벌본드 발행 업무 수행과 해외 NDR(Non-Deal Roadshow)을 지원했다.
그는 "은행지주 산하의 증권사는 한국물 트랙레코드가 있지만 우리는 전무했다. 재작년에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달러채를 발행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며 "회장님께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셨고 내부적으로도 트랙레코드를 쌓았다는 점에서 많이 기뻐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DCM에 집중하고 있다. 트랙레코드를 쌓고 글로벌 신디케이션 캐파를 확대해 글로벌 DCM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도 수립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법인에 파견된 IB와 운용사 직원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글로벌 DCM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IB와 운용사, 해외법인 3자 협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문 이사는 "우선 글로벌 DCM 관련 트랙레코드를 많이 쌓아야 하고 글로벌 신디케이션을 트레이닝해야 한다"며 "이를 성공시켜야만 마지막 스텝인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은 물론 현지 법인 대상 딜 커버리지를 확장해 진정한 글로벌 IB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2: 2022년 SB·FB 통합 인수실적 첫 1위 업적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더벨 리그테이블 인수실적 기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11조3743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1위에 올랐다. 여신전문금융사채권(FB)부문에서 6조8150억원, 일반회사채(SB)부문에서 4조5593억원을 기록한 결과다. 회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이러한 기세는 2023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한국투자증권이 그동안 여전채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기에 가능했다. 간발의 차이로 2위에 오른 2019년을 제외하면 2018년 이후 매년 여전채 인수실적 기준 더벨 리그테이블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전채는 중개보다 세일즈 역량이 중요하다. 발행사에서도 주관보다 인수물량을 더 인정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여전채 신규상품 발굴과 선제적인 매칭 전략으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인수실적을 쌓을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변동금리 기반 FRN&레버리지펀드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발행사와 투자자의 가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크레딧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문 이사는 "여전채 발행 관련 탁월한 인수물량 사전 소싱 능력이 주효했고 사내 매크로 트레이딩(Macro Trading)의 상품전략 본부와 연계해 크레딧물 투자로 본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며 "성과의 내면에는 분야별 업계 최고 수준의 자랑스런 직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희생하고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향후 목표: '글로벌 IB' 도약 위한 기반 다질 것
문 이사는 새로운 상품과 영역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원화· 외화채, ABS, 구조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보유해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 특히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크로스-셀 전략으로 신규 회사채, ABS 인수에 공헌하며 조직내 협력(Co-work) 문화를 활성화시키며 부서장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채권 발행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분야가 많다는 그다. 회의를 들어가면 여전히 직원들이 내는 의견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 탐구정신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 모든 것은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이를 함께 실현시킬 수 있는 인력으로 경쟁력있는 조직을 갖춰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자신의 승진보다는 끝까지 도전해 반드시 '아시아 넘버 원' 증권사로 만드는게 그의 최종 목표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그들의 성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 이사는 "조직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글로벌 IB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하고 아내와 함께 사회공헌을 하며 살고 싶다"며 "현재 고아원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기 위해 자산의 기반을 쌓아야 한다. 기금을 만들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봉사활동을 하며 사는게 삶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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