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원전 선도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단기차입 억제 공통분모두산에너빌리티 만기1년내 비중 '90%→50%대 하향' 결실, 한수원 장기중심 차입구조 형성
박동우 기자공개 2023-05-22 07:19:22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16: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 뒷받침에 힙입어 'K-원전' 산업이 도약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원전 수출 비전을 이행하는 중심축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존재한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에 특화됐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설비 제조에 잔뼈가 굵다.원전 강국을 지향하는 정책 로드맵에 부응하려면 회사 재무구조가 과도한 상환 압력에 노출되지 않는 게 관건이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단기성차입 억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외부에서 끌어다 쓴 빚 가운데 만기가 1년내 도래하는 금액 비중이 한때 90%였으나 50%대까지 낮추는 결실을 얻었다. 한수원은 일찌감치 장기 중심의 차입 구조를 형성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매각·유증' 자구노력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2년새 차입 만기구조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총차입금 가운데 단기성 차입이 구성하는 비중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2020년 말 별도 기준으로 92%로 나타났으나 △2021년 말 86% △2022년 말 56% 등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만기가 1년 이내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규모도 줄었다. 2020년 말 4조5103억원으로 집계됐으나 2021년 말 4조205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1조9213억원을 기록했는데 2년새 57.4%나 축소됐다. 단기성 차입금이 늘어날수록 재무정책 기조가 당장의 상환에 맞춰지는 위험을 완화한 셈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상현 사장을 위시한 경영진의 분투가 빛났다. 2020년 이래 회사가 채권단 관리를 받았던 만큼 이를 벗어나는 게 최대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빚을 갚을 실탄을 마련키 위해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데 주력했다.
2021년 하반기에 인천 공장을 두산산업차량에 넘기며 557억원을 얻었다. 갖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도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팔아 8500억원을 챙겼다. 특히 2022년 2월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1조1478억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했다.
자구 노력을 거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극적으로 낮아졌다. 2020년 말 43.9%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2021년 말 35%, 2022년 말 26.1%까지 하락했다. 총차입금 역시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3조436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년 만에 29.8% 줄어든 규모다.
◇한수원 '20년물·30년물' 회사채 활용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 한수원은 일찌감치 차입금 만기를 '장기' 중심으로 구성했다. 전체 차입금 중에서 단기성 차입 비중이 10% 내외인 대목이 방증한다. △2019년 말 7% △2020년 말 14% △2021년 말 19% 등의 추이를 보였다. 지난해 말 단기성 차입 규모는 1조4177억원으로 총차입금 대비 12% 수준이었다.
한수원은 상환 만기가 20년 또는 30년 뒤에 도래하는 공모채를 찍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7월에 시설자금 용도로 발행한 67회 회사채의 경우 5년물(200억원), 20년물(200억원), 30년물(700억원) 등으로 트렌치(만기구조)를 다양하게 설계했다.
장기 중심의 차입 구조에 주안점을 둔 건 원전 산업의 특수성과 맞닿아 있다. 원전의 운전 기간(최장 60년)만큼 이익을 창출해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빚을 상환하는 스케줄 역시 길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짜여졌다.
◇EBITDA 상반된 양상
두 회사 모두 차입구조를 장기성 중심으로 편성하는 노력을 전개하는 가운데 외부에서 끌어다 쓴 빚에 대응할 자체 현금창출력은 상반된 모양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수원은 2017년 이래 꾸준히 4조원대 EBITDA를 시현했다. 지난해에도 4조6850억원을 기록했다. 전력 생산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형성하는 이점이 작용한 덕분이다. 지난해 한수원이 내다판 전력량은 국내 전력 판매량의 31%를 차지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EBITDA는 2020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접어들 당시 마이너스(-) 2763억원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반등해 2021년 3110억원, 2021년 2435억원으로 집계됐지만 1조원 웃도는 단기성 차입에 한참 모자라는 규모다. 본업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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