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량기업 리뷰]케이프, 길었던 경영권 분쟁 '마침표'②지난해 오너가 지분 3배 이상 확보하며 승소…2대주주 10% 안팎 지분 '오버행' 리스크
서하나 기자공개 2023-05-25 08:26:02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1632개 코스닥 상장사 중 473개사(28.9%)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86개사가 신규로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케이프는 '임태순 대표→템퍼스파트너스→템퍼스인베스트먼트→케이프→케이프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부터 약 2년간 진행된 2대주주 케이에이치아이(KHI)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했다.케이프는 선박 부품인 '실린더 라이너' 제조로 차곡차곡 실적을 개선하고 있음에도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여기에도 오랜 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에서 손을 뗐지만 여전히 지분을 보유 중인 2대주주의 오버행 리스크가 잠재해있기 때문이다.
◇김광호 KHI 회장과 2년간 이어진 '서강대 내전'
22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3월 말 케이프 최대주주는 지분율 28.45%(주식 수 879만주)를 보유한 템퍼스인베스트먼트다. 이밖에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3.4%, 105만주), 정형석 전 케이프 대표(1.1%, 34만613주), 최철은 케이프 대표(0.31%, 9만4690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약 33.63% 수준이다.
템퍼스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66.67%를 보유한 템퍼스파트너스다. 템퍼스파트너스는 다시 임태순 대표가 지분 49.4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정리해보면 케이프 지배구조는 '임태순 대표→템퍼스파트너스→템퍼스인베스트먼트→케이프→케이프투자증권'으로 수직 계열화됐다.
이밖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창업주 고 백충기 회장의 차녀인 백수영씨 등이 유일하다. 하지만 공시 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주요 주주가 있는데, 바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2대주주 김광호 KHI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다. 약 3%씩 쪼개진 이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치면 약 10% 안팎이 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임태순 대표와 김광호 KHI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년간 이어졌다. 2020년 당시 전문경영인 임태순 대표가 기존 오너인 김종호 케이프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하는 일종의 MBO(management buyout)를 시도한 게 시발점이 됐다.
2대주주였던 KHI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케이프에 대한 경영권 참여를 공식 선언하는 한편 김광호 KHI 회장과 배우자인 이계영씨, 두 자녀인 김유나·김혜림씨 등 자녀들과 의기투합해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KHI 측은 케이프 기존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을 무시하고,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주주제안권 행사에 나섰다. 당시 정기주총에서 임원 4명의 보수총액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추자는 제안과 함께 이익 잉여금 중 5% 이상의 주주 배당, 비합리적인 회사 정관의 삭제, 회사의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 및 감사인 추천 등을 요청했다.
이들 간 경영권 분쟁은 한 때 서강대 내전으로도 불렸다. 임태순 대표와 김광호 KHI 회장이 각각 서강대 총동문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다. 임태순 대표는 과거 김종호 케이프그룹 회장이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설립과 케이프투자증권 인수 등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KTB 출신 여의도 1세대 'M&A 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김광호 KHI 회장은 두산그룹 출신의 상사맨에서 시작해 모나리자·쌍용씨앤비·엘칸토 등을 사고 팔며 3000억원대 자산을 축적한 인물이다.
◇경영권 분쟁 '오너가' 승리로 마무리…오버행 리스크 '여전'
경영권 분쟁의 마침표는 기존 오너 세력이 2대주주보다 약 3배 많은 지분율(33.63%)을 확보하며 끝났다. 또 김광호 회장이 케이프 측에 제기한 소송에서 패하고, 지난해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던 옛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과 대한조선의 경영권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케이프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자연스럽게 일단락됐다.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의 흔적은 올 초 KHI측에서 제기한 항소심만으로 남아있다. KHI는 2020년 울산지방법원에 케이프가 주주명부 제출을 지연시키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안상정가처분 신청 외에 이행 강제 배상명령 등을 제기했다.
케이프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자연스럽게 실적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주가는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2대주주가 보유한 약 10%대 지분이 잠재 오버행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 주가는 직전 거래일(19일) 종가 기준 43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30일 최고가 5320원을 찍으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주가는 3000원 후반대를 맴돌다 최근에야 겨우 4000원선을 회복했다.
케이프의 주력 사업인 선박 부품인 '실린더 라이너' 제조 사업은 최근 국내 조선3사 수주액 증가와 함께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2021년 초 국내 조선 3사 수주액은 목표액인 약 42조3353억원(317억 달러)를 145%가량 초과한 약 61조1659억원(458억 달러)을 기록했다. 다만 2021년 말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본격화로 주요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 실적이 부진하면서 연결 기준 케이프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케이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97억원을 거둬 직전연도 4277억원보다 약 43%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대규모 금융상품 평가손실 등이 반영된 영향으로 영업이익 23억원, 당기순손실 5억원 등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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