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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KB증권, '블랙 넘버' 무릅쓰고 메가스팩 성공할까상장 포기 예상됐던 24호, 공모액 80억 낮춰 재도전…기관투자자 "완주에 무게 둬야"

남준우 기자공개 2023-05-26 13:04:4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의 사상 첫 메가 스팩인 KB제24호스팩이 상장 재도전에 나선다.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이전 수요예측 때보다 공모액을 80억원 낮췄다. 주요 스팩 기관투자자인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KB증권이 KB제24호스팩을 '블랙 넘버'로 지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랙 넘버로 지정한다는 것은 해당 번호의 스팩 상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최근 메가스팩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해당 번호를 비워두고 여전히 수요가 높은 중소형 스팩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생각에서 기반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상장 재도전에 나서지만 흥행보다는 완주에 무게중심을 둬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메가 스팩들의 주가 흐름이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을 고려했을 때 쉽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공모액 320억 중 240억 기관투자자 배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KB제24호스팩은 다음달 13~14일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에 돌입한다. 공모 주식 수는 총 320만주며 공모가는 주당 1만원이다. 공모액인 320억원 가운데 240억원은 기관투자자, 80억원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한다.

KB증권이 선보이는 최초의 메가 스팩인 만큼 다양한 발기인이 참여했다.이번 스팩의 발기인은 KB증권을 포함해 총 8곳이 참여한다. KB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하이투자증권, 웰컴자산운용, VM자산운용 등이다.

8곳의 발기인은 보통주로 총 15억원을 투자했다.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 하이투자증권, 웰컴자산운용, VM자산운용 등은 전환사채(CB) 형태로도 총 85억원을 투자했다. 발기인 물량까지 합치면 KB제24호스팩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20억원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이 야심차게 내놓은 메가 스팩임에도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KB제24호스팩은 이미 지난 3월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채우지 못해 한 차례 철회신고서를 낸 이력이 있다. 이번 수요예측을 준비하면서 당시보다 공모액을 80억원 낮췄다.

공모액을 낮췄음에도 기관투자자들은 흥행보다는 완주에 포커스를 맞춰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스팩의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내 자산운용사 인력 중 일부는 KB증권이 이 시기에 스팩 상장 재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의문부호를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관투자자 "블랙 넘버 지정하지 않을까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메가 스팩의 상장 러시가 이어진 이후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분석된다. 대형 스팩에 해당하는 NH스팩19·20호, 하나금융25호스팩,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삼성스팩7·8호 대부분 최근 공모가 이하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가에 투자하는 것보다 상장 이후 소위 말하는 '줍줍'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공모가보다 싼 가격에 스팩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최근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스팩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형 스팩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관투자자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수요가 많은 중소형 스팩과 달리 메가 스팩은 더 이상 큰 메리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NH스팩19호의 경우 마땅한 합병 대상이 없어 NH투자증권 측에서 청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 4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합병상장 심사요건을 맞출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분석이다.

스팩 투심이 악화된 환경 속에서 KB증권도 KB제24호스팩을 '블랙 넘버'로 지정해두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모액을 줄인 후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상장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등의 사례를 보고 재도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후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합병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터 최근 주가 흐름까지를 놓고 봤을 때 현재 메가 스팩에 대한 투심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블랙 넘버로 지정해두고 아직 수요가 있는 중소형 스팩에 집중할 줄 알았는데 상장을 추진한다고 해서 좀 놀랐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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