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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글 공시·평가 중단 파장]1위 업체의 사업 중단, 경쟁사에게 기회 아닌 위기로 작용④주요 거래소, 상장 심사 과정에서 평가보고서 제출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

노윤주 기자공개 2023-06-02 12:47:57

[편집자주]

가상자산 공시플랫폼 '쟁글' 운영사인 크로스앵글이 회사의 핵심인 공시와 가상자산 프로젝트 신용도평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 상장 리베이트 논란의 중심에 선 영향으로 보인다. 쟁글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파장은 이미 일파만파로 커졌다. 국내에서 유일했던 공시플랫폼의 중단으로 가상자산 산업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쟁글의 새로운 사업 방향과 이를 활용했던 거래소들의 전략 변화 등 업계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쟁글(크로스앵글)은 가상자산 공시와 신용평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업비트를 제외한 국내 거래소 대다수를 공시 파트너로 확보했다. 또 상장 시 거래소들이 필수 또는 선택 요건으로 쟁글의 신용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면서 국내서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입지를 구축했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쟁글의 경쟁사도 생겨났다. 해외서는 코레이팅, 국내서는 토큰인사이트와 블록와이스레이팅스 등이 평가사업을 하고 있다. 쟁글이 신용평가 사업 중단을 밝히면서 초반에는 경쟁사들에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외부 평가보고서 수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들이 신용평가 보고서 제출을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평가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들도 나타나면서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서는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신용평가 분야 전체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평가 보고서 요구하기 조심스러워진 거래소

쟁글이 갑작스럽게 신용평가 사업을 중단한 결정적 배경은 '리베이트 논란'이다. 쟁글은 가상자산 발행사로부터 평가 비용을 받아 왔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쟁글의 신용평가 보고서 제출을 필수로 요구하고, 쟁글은 이를 요구한 거래소 또는 상장 실무자에게 평가비용의 일부를 돌려주는 리베이트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쟁글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외부 영업 인력에게 업체 소개 대가로 평가비용의 약 10%를 지급한 적은 있지만 거래소와 결탁한 부정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지만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공시와 신용평가 사업을 접는다는 게 쟁글의 입장이다.

리베이트 논란은 거래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 평가 과정에서 외부 평가보고서를 받는 게 껄끄러워졌다. 자칫 리베이트 논란에 같이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업체를 지정할 시 상호 결탁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국내 원화거래소 중 알려진 쟁글의 공시 협력사는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네 곳이다. 우선 빗썸은 과거와 현재 모두 상장과정에서 쟁글의 신용평가 보고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팍스도 참고용으로만 보고서를 받을 뿐 제출이 필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코빗은 상장 과정에서 쟁글에 공시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는 명시하지 않았다. 필수 요건으로 보고서를 수취하던 코인원도 선택사항으로 상장정책을 변경했다.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외부 상장평가 보고서를 필수로 받고 있는 곳은 '제로'가 된 셈이다.


◇신용평가 대행 업무 업체 등장…낮아진 신뢰도에 법제화 필요성 대두

가상자산 업계 일각에서는 신용평가 방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신력 있는 업체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상장 가능한 평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백서, 사업계획서 등을 손봐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평가 대행부터 법률 검토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쟁글 대안으로 알려진 토큰인사이트는 해외 평가업체다. 이에 대행 업체는 최소 CCC 이상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를 도와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비용은 최소 2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이상이다. 가상자산 발행사의 실제 사업 능력과는 무관하게 대행사다 등급을 만들어 주는 형국이다.

향후 가상자산 업권법 등이 마련되면 신용평가에 대한 내용이 법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신용평가를 관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역시 허가제로 제도권의 감독을 받는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발행사 신용평가에 대한 내용이 법으로 정해져야 이를 둘러싼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며 "잡음이 없어야 거래소들도 신용평가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쟁글 역시 향후 공시와 신용평가에 대한 법제도가 마련된다면 중단한 사업을 다시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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