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R&D 노력 결실 눈앞, 후공정 장비 톱티어 목표”김남성 레이저쎌 CTO "기존 장비 생산성·정밀성 고도화 진행, 신기술 개발도 지속”
정유현 기자공개 2023-06-01 14:03:1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것의 가치는 그것이 발생시키는 미래 현금의 순현가다.’대학교 재학시절 전공 기초 과목이었던 재무관리 수업의 교수님이 수업 시작 전 매일같이 입 모아 외우게 했던 문장이다. 아직 재무 용어가 생경했던 학생들이 수업을 어려워하자 시험지에 이 문장만 정확하게 쓸 수 있다면 적정 수준의 학점을 준다고 약속까지 했다. 화폐에 시간가치를 반영한 순현가법이 재무관리에서 가장 기본이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대해 상장의 문턱을 낮춘 ‘기술특례제도’도 순현가법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수익화 작업으로 연결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기회를 준다. 레이저쎌도 이 기회를 받아 기술특례로 지난해 6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면-레이저’ 광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무기로 자본 시장에 등장했다. 레이저쎌의 원천 기술이 발생시키는 미래 현금의 순현가는 얼마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기존 본딩 방식 단점 해결, 다목적 웨이퍼 관련 장비 개발 착수
무엇보다 레이저쎌이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1등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미래의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해 신시장을 창출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동탄시에 위치한 R&D 센터에서 만난 김남성 레이저쎌 CTO(사진)는 “기존에 반도체 장비 회사들은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 분야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후공정 중 레이저 부착(본딩) 분야에는 투자를 많이 안했다”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어 1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선두가 되기 위해 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CTO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83학번 출신으로 1987년부터 레이저 분야 연구를 해온 인물이다. 과거에는 레이저 관련 기술의 단가가 높은 편이었지만 2010년 중후반 고출력 다이오드레이저 가격이 낮아지면서 레이저를 고출력으로 하는 저가형 응용 기술의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칩과 인쇄회로기판(PCB)이 얇아지는 추세에 접어들며 기존의 리플로우 오븐(Reflow Oven)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칩과 PCB를 접합하는 그 부분에만 열이 가해져야 하는데 전체가 열을 받다보니 기판이 휘고 본딩 불량이 급격하게 올라가서 양산 단가도 높아졌다.
그는 “최소한의 입열 에너지로 본딩을 완료할 수 있는 국부가열 방식이 필요한데 고출력레이저를 사용해 대면적 플랫탑 빔을 만들어서 솔더(Solder)들만 가열해 본딩하는 기술이 바로 최적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레이저를 면으로 만드는 신기술의 사업화를 고민하던 시기에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레이저쎌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저쎌의 대표 장비는 PCB에 면 형태로 레이저를 내리쬐는 리플로우 장비 'LSR(Laser Selective Reflow)'이다. 기존 방식인 점이 아닌 면으로 레이저를 내리쬐면서도 동일한 레이저 빔 균일도를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저 빔 균일도인 95%를 지니고 있다. 레이저 압착접합(LCB), 레이저 신터링(LSB) 장비 등이 있다.
김 CTO는 지난 수십년 간 산업에 적용된 기판 본딩 방식은 초정밀·초미세 패키징 공정 적용에서 한계에 다다랐고 이를 위해 적용된 TCB는 고가격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며 “레이저쎌의 LSR과 LCB는 초정밀·초미세 패키지 공정에 적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고생산성의 솔루션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첨단 반도체 분야, 미니·마이크로 LED, 2차 전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목적 웨이퍼 관련 레이저 장비 개발도 시작했고 내년 필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성과 가시화 기대, 후공정 장비 1위 기업 도약 포부
기술 개발을 기업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 못한 점은 레이저쎌의 아픈 부분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설비 투자 규모를 줄이는 등 숨고르기에 돌입한 영향을 받았다.
김 CTO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환경 등으로 IT 산업은 엄청난 투자가 일어났고 관련 산업이 발전을 했다”며 “과잉 투자로 연결되는 바람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투자 시계가 멈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며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기술을 고도화 시키고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데모 테스트 등도 진행하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며 “1분기는 rLSR 장비 위주로 매출이 발생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다른 부문에서도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쎌은 기술 성장기에 맞춰 적용 제품의 확대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대면적, 고출력의 기기를 적용한 LS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CB의 경우 높은 생산성을 구현해 생산성과 정밀성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장비 성능도 높이고 있다.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우수 기업 연구소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김 CTO는 “정부가 중소기업 연구소를 육성하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사업으로 R&D뿐 아니라 사업 계획서도 평가받는 과제에 뽑혔다”며 “반도체 신기술 분야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연간 4억~5억원내의 연구개발비를 4년 동안 지원 받는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김 CTO는 “기존에 장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로 줄기를 계속 뻗어나갈 수 있다”며 “팬아웃 웨이퍼 공정 관련 장비 개발을 시작하는 등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성과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전공정 분야 1위 하면 바로 네덜란드의 ASML이 떠오르지만 후공정 분야는 특정한 기업이 아직 없는 것 같다”며 “후공정 분야 장비업체 하면 바로 레이저쎌을 떠올릴 수 있게 1위 기업이 되는 큰 포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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