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에코 에너지]국산 바람의 결 찾은 18년 뚝심…해상풍력 '원톱'③저풍속에 풍력 불모지였던 한국, 바닷바람으로 풀어낸 박지원…수익성 확대 기대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05 09:55:20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1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너지 생산은 기술의 발전이나 글로벌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다.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화력발전이다. 화력발전은 예나 지금이나 에너지 생산의 중심축으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찬밥신세다.가장 많이 활용했고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해온, 여전히 생산력이 멀쩡한 화력에 기업들이 점차 손을 떼는 이유는 환경 규제 때문이다. 그만큼 에너지 생산 부문의 변화와 부침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너지원도 존재한다. 바람이다. 7세기 페르시아 제국부터 '풍차'를 써 왔다. 사실 물과 불 등 기초적인 에너지원에 바람을 포함한다면 역사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여러 논쟁이 있지만 여전히 친환경으로 구분되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지금도 풍력발전을 위해 돌아가는 발전기는 바람개비와 풍차가 효율화·현대화된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긴 시간 풍력 발전에 천착해온 기업이다. 특히 한국의 바람과 그 결을 연구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 결과가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방점을 찍은 해상풍력 시스템이다.

◇저풍속·태풍에 까다로운 바람결…장기전 나선 박지원
풍력발전은 2005년에는 꽤 각광받는 사업이었다. 국책사업으로 지정돼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참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풍력발전을 수익원으로 삼는 기업이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손에 꼽는다. 문제는 풍속이다.
한국은 바람이 강한 나라는 아니다. 바람을 막는 산이나 빌딩이 없는 해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고풍속 국가는 통상 평균 해상 풍속이 10m/s을 기록해야 하는데 국내의 해상 평균 풍속은 7m/s에 그친다. 저풍속 환경에서는 그만큼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까다롭다. 사계절의 바람이 모두 다르고 여름철에는 태풍이 집중된다. 저풍속 환경에서 고효율을 뽑아내면서도 순간풍속 70m/s에 달하는 초대형 태풍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해상풍력에 뛰어들었던 다른 기업들은 2010년대에 접어들며 모두 손을 뗐다.
처음에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육상풍력에 주력했다. 동시에 해상풍력 분야에 발을 들였다. 우리나라 바람의 결이 육상보다는 해상에서 질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해상풍력 '초짜'였던 한국에서는 당장 수익성을 낼 수 없는 사업이었지만 장기전을 각오했다.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이 대규모의 그린 에너지 투자 등을 약속하면서 해상풍력의 명맥이 끊기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상풍력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2020년 정부가 해상풍력을 다시 한 번 국책사업으로 낙점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기회를 잡았다. 2028년까지 약 14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아시아 최초, 글로벌 톱티어' 기술선두 노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제품은 정격 용량 기준 3MW와 5MW, 8MW 모델이다. 차이점은 생산량이다. 3MW급 발전시스템은 1000가구 이상이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한다. 8MW 모델은 한대만 돌려도 4300가구의 하루 전력을 소화한다.
박 회장은 기술개발에 공을 들인 CEO다. 풍력발전은 앞서 적었듯 까다로운 국내 바람의 특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예컨대 국내 풍력에 가장 적합한 날개의 수는 가장 익숙한 모델이기도 한 세 개다. 각 부품들이 풍속 등을 감지해 날개를 펴고 접는다. 이런 시스템은 태풍도 견디게끔 견고하게 고안됐다.
박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뒤 기술 선두와 독자개발에 대한 열망을 대대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WinDS 3000TM' 개발이다. 아시아 최초로 개발된 3MW급 육해상 풍력발전시스템이다. 애초에 개발에 발을 들인 것도 아시아에서 처음이었다. 2009년부터 개발에 돌입했다.
2012년 제주도 해안에 시스템을 설치했다. 2011년 이미 육상에서는 시운전을 마쳤다. 블레이드(회전날개)의 길이만 하나에 45m에 이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3MW급 해상풍력 시스템을 완비했을 때는 국제적으로도 덴마크 베스타스(Vestas), 독일 지멘스(Siemens) 등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로도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기술력을 확보했다. 2019년에는 5.5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국제기술인증을 받고 100MW 규모 제주 한림해상풍력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18년부터 8MW급 대용량 해상풍력발전기 개발해 지난해 시제품을 설치했다.
◇부품 국산화로 펜데믹 위기 해소…선진시장 배운다
풍력발전기에는 블레이드와 허브, 나셀 등의 주요 부품이 장착된다. 부품의 국산화도 박 회장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룬 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경남 창원에 풍력 2공장을 두고 있다. 과거 30% 이하에 불과했던 국산 부품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중소기업 약 400여곳과 연결돼 있다. 펜데믹 등 국제 물류가 꽉 막혔던 시기에 부품 국산화가 힘을 발했다는 전언이다.

해외 기업과의 공조로 기술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과의 협업과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은 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체결한 지멘스가메사(SGRE)와의 업무협약(MOU)이 대표적이다. 독일 지멘스에너지 풍력부문과 스페인 풍력회사 가메사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단일 공급량만 19.4GW에 달한다. 초대형 해상풍력의 선진 기술을 배울 기회다.
올해 말 덴마크 에너지 공기업인 오스테드(orsted)와도 합의서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멘스가메사와 오스테드 모두 글로벌 톱티어 해상풍력 기업으로 꼽힌다.
◇아쉬웠던 수익성, 풍력 시장 급성장 전망에 기대감
약 20년간 매진해온 부문이지만 수익성은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2010년 수주를 시작했는데 10년간 누적 수주액이 6600억원에 그쳤다.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기업에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영역은 퇴출되기 마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풍력발전의 엔진을 끌까. 답은 아니오다.

그동안의 시장 확대보다 앞으로의 성장세가 더 높게 전망되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해상풍력사업의 연매출 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퓨얼셀의 매출을 모두 합한 연매출액이 15조4433억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 전망도 전했다. 2022년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65기가와트(GW) 수준이었다면 10년 뒤엔 2032년에는 427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6.7배의 성장세다. 국내 시장의 전망치는 더 가파르다. 2022년에는 1.9GW 규모지만 2년 뒤인 2024년에는 1GW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2032년에는 25.9GW다. 10년 동안 13.6배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2007년 진출한 베트남 자회사 두산비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두산중공업이 스코틀랜드 진출 실패를 맛본 뒤 처음으로 해외 풍력발전 시장에 발을 들이게 해준 '귀한 손님'이기도 하다. 오스테드와 협업할 곳도 여기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에 주력하는 한편 동남아 해상풍력 시장 진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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