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대명스테이션, '오너일가·그룹' 든든한 현금창구 역할③선수금 운용에 제한 없어, 관계사에 수백억 대출 '대주주 자산' 현금화도
이경주 기자공개 2023-06-08 15:43:56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2:1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명스테이션은 영업손실을 지속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최대주주인 서준혁 회장 입장에선 회사가 주는 급여 외엔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없다. 배당을 받을 만한 재원이 없다. 그런데 서 회장은 그런 회사를 왜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을까.큰 틀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적으로 상조업체는 선수금(부금예수금)의 50%를 보전하면 보전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규모가 9000억원에 가깝다. 규제나 감시 없이 이 돈을 쓸 수 있다.
서 회장이나 그룹에게 대명스테이션이 든든한 현금창구가 돼 주는 셈이다. 실제 대명스테이션은 수백억원을 오너일가의 개인사업체에 수시로 빌려줬다. 오너일가가 가진 주식을 사줘 자산현금화를 돕기도 했다. 계열사에 투자했다가 폐업으로 원금을 잃은적도 있다. 하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
◇조합 활용, 1800억 담보로 5300억 보전
모든 상조업체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제27조)에 따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해둬야 한다. 폐업과 부도 등에 대비해 회원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예치, 지급보증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
대명스테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선수금이 1조619억원이고 최소 보전액(50%)이 5309억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절반을 모두 은행에 넣어두고 있지는 않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이하 조합)과 계약해 1800억원대 자산만 담보로 제공하고 법이 요구하는 금액(5309억원)을 보전하고 있다.
조합에 출자한 704억원 규모의 지분(25%)과 조합 예치금 771억원, 331억원 가치의 건물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그 대가로 유사시 조합이 보전액(5309억원)을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대명스테이션 입장에선 선수금의 절반(5309억원)이 아닌 담보제공 자산(1800억원)을 제외한 금액 수준을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대략 8700억원 정도다.
선수금 운용엔 제한이 없다. 상조업체가 금융사가 아니라서 금융위나 금감원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일한 감독 당국인데 법적으로 선수금 보전 의무를 지키는지만 감시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법(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수금 보전 의무만 감시할 수 있다”며 “상조업체가 선수금 운용에 실패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미환급) 당사자간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선 대표 개인사업 지원
대명스테이션은 서 회장의 누나인 서경선 대명건설 대표의 개인사업을 지원했다. 서 대표는 그룹창업주인 고(故) 서홍송 회장의 장녀로 차녀인 서지영씨와 함께 후계구도에선 배제됐다. 창업주가 2001년 별세했을 때 주력사인 대명콘도(현 소노인터내셔널) 지분을 두 딸들은 증여받지 못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지분율은 서경선 대표의 소노인터내셔널이 0.6%, 지영 씨가 1.65%에 그친다. 서 회장은 34.82%, 모친인 박춘희 명예회장은 39.7%다.
서 대표는 2019년 2월 개인회사 서앤파트너스를 세웠는데 테마파크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소노인터내셔널 자회사였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지분 100%를 서앤파트너스가 138억원에 인수했다.
대명스테이션은 두 회사에 사업자금을 댔다. 서앤파트너스 설립해에 138억원을 장기대여 해줬다. 사실상 대명스테이션 자금으로 서앤파트너스가 제주동물테마파크를 사들인 셈이다. 대여금과 인수가(138억원)가 일치한다. 대명스테이션은 같은 해 제주동물테마파크에도 46억원을 장기대여 해줬다.
서앤파트너스는 자본금 2억5000만원으로 설립한 회사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역시 잇단 적자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억원이다. 모두 신용도가 열위해 외부조달은 불가능한 회사들이다.
◇서지영씨 자산현금화 지원
창업주의 차녀인 지영 씨에겐 자산 현금화를 돕는 역할을 했다. 그는 대명소노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대명소노시즌의 주주기도 하다. 올 1분기말 기준 352만6260주(3.5%)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엔 보다 많았는데 대명스테이션에게 일부 매각했다.
지영 씨는 2017년 11월 보유중인 주식 400만450주 가운데 25만7000주를 주당 2785원, 이어 2018년 1월엔 21만7200주를 주당 3375원에 장외매각했다. 매도액은 각각 7억원으로 총 14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같은 날 동시에 장외매수자로 이름을 올린 게 대명스테이션이다. 대명스테이션은 지영 씨가 판 주식수보다 더 많은 주식을 장외매수했는데 어떤 인물이 추가로 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2017년 11월엔 17억원(64만2500주), 2018년 1월엔 18억원(54만1800주) 등 총 36억원어치를 샀다.
지영 씨가 매도한 타이밍은 호재로 주가가 오르던 때다. 대명소노시즌은 2017년 1월 2일 종가가 1485원이었다. 그러다 2017년 6월 16일 주가급등으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2017년 7월 7일 리조트사업에 진출한다는 내용으로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해 말 지영 씨와 대명스테이션의 블록딜이 이뤄졌다.
◇대명소노시즌 BW 510억에 인수
대명스테이션은 대명소노시즌엔 백기사와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했다. 대명소노시즌은 2016년 6월 사모펀드인 도미누스인베스트(이하 도미누스)를 대상으로 사모로 비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주당 2300원으로 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대명소노시즌 지분 15% 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딜이었다.
이후 대명소노시즌 주가가 하락해 2017년 6월 해당 BW 주당 행사가격이 1615원으로 리픽싱이 됐는데 이는 향후 부담으로 작용한다. 리픽싱 이후 다시 주가가 오르면서 도미누스가 인수권을 행사할 유인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영권에 대한 간섭이 우려됐다. 도미누스는 BW를 인수할 때부터 “중요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하는 등 경영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보유목적을 기재했다.
대명스테이션은 2019년 2월 훨씬 비싼 가격에 도미누스로부터 BW를 전량 사들인다. 주당 2748원에 1857만5851주를 510억원에 매입했다. 웃돈으로 210억원을 얹었다. 대명소노시즌 입장에선 경영권 안정화와 함께 현금유출 리스크까지 잠재울 수 있었다. 대명스테이션은 현재까지 BW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수십억 투자한 대명투어몰·문화공장은 폐업
자회사나 계열사에 돈을 빌려줬다가 회수를 못한 사례도 있다. 대명스테이션은 2015년에 20억원을 출자해 대명투어몰을 설립했다. 하지만 2년만인 2017년 감사보고서에 회수가 불가능한 증권이라며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2018년엔 대명투어몰에 또 다시 12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1년만인 2019년 말 감사보고서엔 대여금 전액을 대손처리했다. 돌려받지 못할 채권으로 분류했다는 의미다. 대명투어몰이 그해 폐업했기 때문이다. 대명투어몰은 외감대상이 아닌 소규모 법인이다. 실적과 함께 그간 출자금과 대여금이 어떻게 활용됐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대명문화공장도 비슷한 사례다. 대명문화공장은 대명소노시즌의 100% 자회사였다. 대명스테이션은 2017년 대명문화공장에 10억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용역이나 제품을 제공받기 전에 먼저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하지만 대명문화공장 역시 2019년 폐업했다.
이밖에 대명스테이션은 2017년 '임원'으로 표기한 특수관계자에게 30억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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