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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나라셀라의 숙명 [thebell note]

서하나 기자공개 2023-06-08 08:24:06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상엔 일정한 흐름이 있다. 패션과 문화, 기술, 서비스, 가치관도 모두 변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흐름을 비슷하게 따라가지만 누군가는 한발 앞서 발자국을 남긴다. '선구자'들은 전기차처럼 세상을 주도하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3D TV처럼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들은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 그것이 법이나 제도일 수도 있고 대중의 판단일 수도 있다. 당장 결과를 알 수는 없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혹은 후대에서야 판단의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나기도 한다.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 기업 1호로 코스닥에 출사표를 던지며 스스로 시험대에 올랐다. 상장 과정에서 피어그룹을 바꾸고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다. 주가는 상장 첫날 최대 10% 가까이 빠지며 약세를 보였다. 단순한 판매·유통사를 넘어 와인 문화를 선도하겠단 포부에도 시장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물론 마음이 앞섰을 수도 있다. 최근 타다 전 경영진과 쏘카, VCNC 법인이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8년 10월 11인승 승합차 렌터카 서비스가 등장한 지 4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결국 옳았음을 입증했지만 이른바 타다 금지법 시행에 가로막혀 예전의 타다 서비스는 부활할 수 없다.

2021년 국내 이커머스 1호로 미국에 상장한 쿠팡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적자 규모마저 계속 커지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지만 다시 반등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다. 성패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구자는 그래서 어렵다. 방향이 틀릴 수도 있는데 하물며 맞다고 해도 법과 제도, 대중의 인식이 변하는 속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한국 와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와인 업계는 올해 가장 매력적일 와인 시장으로 한국을 꼽았고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한국을 상위권에 올렸다. 노티드 브랜드로 유명한 지에프에프지(GFFG) 등 F&B 업계에서는 식음료로 시작한 사업 영역을 문화로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본질이다. 편리한 서비스, 올바른 기술 혁신은 결국엔 제자리를 찾아갔다. 스스로 선구자의 길을 택한 나라셀라 앞에도 물류와 유통망 개선, 꾸준한 수익성 개선 등 과제가 산재해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제 판단은 시장에 맡기고 방향성에 대한 확신으로 과감히 가던 길을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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