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급성장하는 유럽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새 브랜드 론칭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전지를 탑재한 신규 ESS 제품을 선보였다. LFP 전지는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이다. 특히 ESS 시장에선 중국 이차전지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이다. LFP 전지 경쟁은 ESS를 넘어 전기차 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에 LFP 첫 탑재...유럽 시장서 점유율 회복 기대

LG에너지솔루션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ESS 전시회 'ees 유럽 2023'에서 새 가정용 ESS 브랜드 '엔블록'을 공개했다. 에너지와 블록의 합성어로 에너지가 담긴 공간을 뜻한다. 기존 브랜드 'RESU'보다 더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리브랜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에 맞춰 ESS 신제품 '엔블록E'와 '엔블록S'도 선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엔블록E에 LFP 전지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LFP 전지를 실제 적용한 건 이 제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이 들어간 삼원계 이차전지를 주력으로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LFP 전지는 삼원계 이차전지 대비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중형 이상의 고성능 전기차에 사용되는 비중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ESS의 경우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의 중요성이 낮다. LFP 전지가 전기차용 이차전지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는 점도 ESS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요인이다. 수명이 긴 것도 장점이다.

이에 ESS 시장에서 LFP 전지는 2021년에 처음 삼원계 전지의 비중을 넘어섰다. 2030년이 되면 ESS 시장의 대부분을 LFP 전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LFP 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ESS 시장에서 매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ESS 전지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20년에 50%를 넘었다. 그러나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LFP 전지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지난해 15.8%까지 하락했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7.5%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BYD의 ESS 전지 시장 점유율은 각각 43.4%, 11.5%였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전지로 ESS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엔블록E를 유럽에 정식 출시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기업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 격전지인 유럽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LFP 전지의 성능과 기술력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LFP 경쟁, 전기차 시장으로 확전...테슬라 수주 가능성도

향후 LFP 전지 경쟁은 ESS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LFP 전지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기획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에서 고성능인 파우치형 배터리 장점과 LFP를 결합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어 공급 문의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LFP 배터리 확대 가능성, 고객 수요를 파악해 EV용 LFP 배터리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3조원을 투자해 16GWh 규모의 ESS용 LFP 이차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올해 중국 난징 공장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전기차에 LFP 전지를 납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인 '모델3'에 BYD의 LFP 전지를 탑재해왔는데 최근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요청에 따라 전기차용 LFP 전지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선보일 새 보급형 모델인 '모델2'용 LFP 전지를 납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중국 이차전지를 사용한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