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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USA'에서 본 'K-바이오' 위상 [thebell desk]

최은진 제약바이오부 차장공개 2023-06-22 12:21:5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한 대형제약사 BD(사업개발) 임원에게 글로벌 시장 내 한국의 위상을 물은 적이 있다. '바이오 시장에서 여전히 한국이 후진국인지'가 궁금했다. 해당 임원은 현실을 잘 모르는 '우문(愚問)'이라고 말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빅파마에게 한국 기술을 수출하고 상업화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위상없이 가능할 수 있겠냐는 답이었다. 더이상 '한국기업'이기 때문에 겪는 디스카운트는 없다고 했다. 기술로 소통하고 대등하게 협업하는 파트너 관계라고 부연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3 바이오 USA' 현장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그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기업이 미국 다음으로 많이 참여했다는 양적인 사실만으로도 변화를 이해할만 했다. 전체 60개국의 참여기업 8000곳 중 550여곳이 우리 기업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20개사 안팎에 불과하던 한국기업 부스는 올해 40여개사로 늘었고 파트너링 건수도 두배가량 확대됐다.

글로벌 BD들이 누비는 현장 곳곳에 새겨진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브랜드가 남의 텃밭이라는 이질감을 지우고 론자·우시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자로서의 현실도 우쭐해진다. 행사장 중앙에 걸린 한국관의 태극기가 자랑스럽고 행사 내내 이곳저곳서 마주치는 K-바이오 실무진들이 반갑다.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에서 더이상 한국은 '주변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한국기업들을 바라보는 바이오 시장 큰손들 역시 기회를 찾고 있었다. 모더나를 창업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설립자는 수개월 전부터 여러차례 더벨과 인터뷰를 논의할 정도로 그의 표현 그대로 한국을 '전략적 거점(strategic area)'으로 보고 있었다. 'a big technology player'인 한국과의 교류와 파트너십은 더 큰 무언가를 창조해 낼 기회라고 강조했다.

모더나의 또 다른 창업주 로버트 랭거 MIT 교수는 한국 바이오 기업 인사들과 교류하는 개별적인 자리도 가졌다. 세계적 석학 혹은 투자자들이 한국과 이런 저런 이유로 연을 맺는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다루는데다 그마저도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시간 소요되는 바이오 시장에서 K-바이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무언가 무기를 들고 전장을 누비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K-바이오는 스스로 현장 속으로 스며들며 증명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위상'은 거기서부터 천천히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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