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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뉴패러다임]넥센타이어, 가성비 떼고 '가심비' 노린다④엔페라 10주년, 전기차 시대 도약할까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2 07:40:52

[편집자주]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이 운송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타이어'는 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타이어 업계다. 차량의 전동화·다변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 타이어 3사의 포트폴리오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재편되고 있다. 더벨이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전환된 타이어 업계의 뉴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각 사별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류상품의 수요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에 의해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넥센타이어는 3대 타이어 기업 중 가장 '가성비'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저렴한 값으로 당장 소비자가 유입되더라도 기업으로서는 저가 제품이라는 수식어가 달갑지만은 않다. 원자재·무역값에 영향을 받는 타이어 사업 특성상 시간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격을 올려야 해서다.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가격표 때문이라면 매력은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도 일찌감치 넥센타이어의 고급화를 고민했다. 2008년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고부가가치 타이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넥센타이어는 강 회장의 주도로 2003년부터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타이어 브랜드인 '엔페라(N'FERA)가 본격 출격한 시기는 2013년이다. 때문에 2003년과 2013년 사이 강 회장의 '생각'이 넥센타이어의 고부가가치 타이어에게는 퍽 중요했다. 고부가가치 타이어의 향방을 어디에 둘 지를 정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타협과 독자제품의 갈림길에서 조금 더 까다로운 길을 택했다.
넥센타이어가 2007년 개발한 초고성능(UHP) 타이어 20시리즈. 사진=넥센타이어

◇2003년 옛 제품 '아듀' 고부가가치 타이어 첫 단추

기업이 새 제품을 개발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추는 결국 재무다. 넥센타이어는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2003년 408억원의 투자를 결정한다. 초고성능(UHP) 타이어의 하루 생산량만 4000본씩 늘어나는 대규모 투자였다. 넥센타이어는 408억원의 투자로 연간 매출액 600억원의 상승을 목표했다. 경남 양산 제2공장이 고성능 타이어 생산을 담당했다.
넥센타이어의 N시리즈가 전시된 전시관. 사진=넥센타이어
그 사이 옛 제품군과는 아듀를 선언했다. 같은 시기 바이어스(BIAS) 타이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바이어스 타이어는 지금의 래디얼 타이어(Radial Tyre) 전 세대에 두루 쓰이던 모델이다. 매출액의 15%를 차지했지만 실제 수익 기여도는 3%에 불과했다. 설비 매각금액은 28억원 수준이었는데 약 14.6배 규모를 신규 투자에 쓴 셈이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고급화를 위해 속도와 크기에 모두 주목했다. 저소음도 고급 타이어의 조건이었다. 넥센타이어의 고급 제품군은 '엔(N) 시리즈'부터 출발한다. 엔 시리즈는 인치업(INCH UP)타이어로 분류됐다. N3000, N5000, N7000 등으로 구분됐다.

2000년대에는 시속 300km 이상을 견디면 초고성능 타이어로 분류됐다. 넥센타이어가 2007년 내놓은 20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이라는 숫자는 타이어의 단면 높이를 뜻한다. 숫자가 작을 수록 타이어 높이도 그만큼 낮다는 의미인데 그 전까지는 스포츠카에 사용되던 25시리즈가 상용화의 한계로 불렸다.

다른 타이어사가 그랬듯 넥센타이어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수출 길을 넓힌다. 고부가가치 타이어에 투자한 지 2년 만인 2006년 120개국까지 수출국을 확대했다. 북미 수출량이 약 40%를 차지했고 유럽도 30%를 넘었다.

인치를 넓힌 N7000 등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개발한 타이어다. 20시리즈는 부가티와 파가니 존다 등 세계 스포츠카 시장에서 사랑받는 모델 적용을 노리고 만들었다. 러시아와 독일 등 유럽과 중동 국가에도 타이어를 판매했다.

◇'넥센의 질주' 엔페라로 시작, 전기차 타이어 '조커 카드'

넥센타이어의 프리미엄 타이어 브랜드 '엔페라'는 강 회장의 열망을 담은 이름이다. 엔(N)은 넥센에서, 페라(FERA)는 야생과 질주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왔다. 엔페라는 출시 초부터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고급차'에 납품을 시작한다. 모터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레이싱팀에 타이어를 제공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다.
넥센타이어가 2013년 후원한 '2013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대회. 사진=넥센타이어

엔페라는 현재 넥센타이어의 승용차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적용 타이어 대부분에 주력 제품으로 올라 있다. 2013년 출시와 함께 승용차용, 세단용, SUV용 등 용도별 타이어 라인업을 대부분 갖췄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면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4에서 본상을 받았다.

넥센타이어의 조커 카드는 전기차 타이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흐름이 2030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내연기관차 시대 정립된 타이어 업계 순위 전복도 가능한 시기다.

기아의 주요 전기차 제품군에 넥센타이어의 제품들이 신차용 타이어(OE)로 선정되고 있다. 기아 EV6와 니로EV, 소울EV 등이 넥센타이어를 장착해 출시 중이다. 엔페라 AU7 EV와 엔페라 스포츠 EV 등이 전기차 전용 타이어다.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로 20년 이상 살아남은 로디안(Roadian)도 로디안 GTX EV로 라인업에 포함됐다.
기아 EV6의 신차용 타이어로 선정된 엔페라 스포츠 EV와 로디안 GTX EV. 사진=넥센타이어

겨울철용 타이어 윈가드도 기능성 타이어 제품에 속한다. 아우디에 신차용 타이어를 납품 중이다. 프리미엄 라인 바로 아래 엔프리즈 시리즈를 두고 있다.

◇'불황의 터널' 끝났다…1분기 실적이 중요한 이유

1분기 타이어 업계 실적이 나오자 '역대급' 성과를 낸 한국타이어와 못지 않게 선전한 금호타이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에게 지난해와 올해 1분기는 꽤 중요한 지점이다. 넥센타이어는 2019년까지만해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팬데믹에 따른 운임비 폭증으로 고초를 겪었다. 작년 운임비만 4356억원이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5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흐름이 변화했다. 매출액이 2조5974억원으로 전년인 2021년 대비 25% 늘었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62억원, 115억원이다.


2분기에도 좋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한 넥센타이어의 2분기 이익은 357억원이다. 1분기 162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넥센타이어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2조8500억원이다. 전년 대비 9.7%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이익률은 6~8%로 제시했다.

넥센타이어는 북미 공장 신설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5월 공시를 통해 약 13억 달러(1조7000억원) 를 투입해 북미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29년에는 가동한다는 목표다. 공장이 신설되면 하루 3만1200개의 타이어를 더 생산할 수 있다. 체코 공장 생산라인 증설도 마무리 단계다.

엔페라 시리즈 등으로 글로벌 톱티어급 완성차 기업들도 고객사로 유치해 뒀다. 포르쉐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미쓰비시 모터스와 지프, 현대차와 기아 등이다. 대부분 엔페라 시리즈와 겨울용 윈가드를 신차용 타이어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에 연간 25만개의 타이어를 추가로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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