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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Tracking]현대차에만 있는 10년 '액션 플랜'서강현 CFO, 2032년까지 109.4조 투자계획 발표

김형락 기자공개 2023-06-28 07:26:37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15: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0년 치 투자 계획을 내놨다. 기존 9개년이었던 중장기 재무 목표 설정 범위를 1년 더 늘렸다. 투자자들에게 자금 운용 방향과 수익성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는 행보다. 10개년 재무 목표 설정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한 IR 활동이다.

현대차는 지난 20일 중장기 투자 계획·전기차 판매 목표를 발표하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열었다. 향후 10년 동안 전동화와 미래 기술 전략을 뒷받침할 투자 계획과 수익성 목표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2032년까지 총 109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0만대(판매 비중 34%), 수익성 목표는 10% 이상으로 잡았다.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는 CEO와 CFO가 모두 투자자 앞에 선다. CEO인 장재훈 대표이사(사장)는 전동화·미래 기술 전략을, CFO인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재무 목표를 설명했다. 2021년 6월 서 부사장이 현대차 CFO로 부임한 뒤 굳어진 발표 형식이다. 2020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당시 전략과 재경을 총괄하던 이원희 대표이사가 중장기 전략과 재무 목표를 발표했다.

◇ 연간 가이던스 부활·중장기 재무 목표 확대한 서강현 CFO

서 부사장이 CFO로 온 뒤 현대차 IR은 여러 방면에서 달라졌다. 연간 가이던스 부활이 대표적이다. 전략 사업 목표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 주주 신뢰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중장기 재무 목표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시했다. 투자자들에게 현대차의 성장 방향을 납득시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활동이다.

현대차는 2019년 12월 처음으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분기별 실적 발표와 별개로 중장기 재무 목표와 투자 계획을 안내하는 IR을 따로 열었다. 첫해에는 재무 목표를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5개년 투자 계획 총액(61조1000억원)과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8%) 등이 담겼다.


이듬해 12월 두 번째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기존 목표를 업데이트하면서 세부 정보를 제시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개년 투자 계획(60조1000억원)을 연간 단위로 구분해서 보여줬다. 각각 △연구·개발(R&D) △자본적지출(CAPEX) △전략투자 규모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투자 재원 확보 방안도 명기했다. 그해 말 자동차 부문 순현금을 10조~11조원으로 예상했다. 투자재원에서 투자계획을 뺀 중장기 잉여현금흐름(FCF)도 연간 단위로 보여줬다.

다음 CEO 인베스터 데이는 지난해 3월 진행했다. 2020년 발표했던 중장기 재무 목표, 투자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전동화 전략을 공했다. 2030년까지 중장기 수익성 목표와 투자계획도 담았다. 이때 재무 목표를 수립하고, 발표하는 건 서 부사장의 몫이었다.

서 부사장은 중장기 재무 목표 설정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2030년까지 9년 치 투자 계획(95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전처럼 R&D, CAPEX, 전략투자로 내역을 세분화해 연간 흐름을 보여줬다.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10%로 설정했다.

◇ 10개년 재무 목표 내놓은 현대차, 글로벌 완성차 업체보다 한 수 위

지난 20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32년까지 10년 치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2032년까지 총 109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되 CAPEX는 점차 줄이고, R&D와 전략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현대차는 연초에 전년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자동차 부문 투자계획과 FCF(금융 제외) 등을 연간 가이던스로 주고 있다.


서 부사장은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세 단계로 구분한 중장기 자본 운영 계획을 새로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전기차(EV) 수익 달성에 집중한다. 해당 기간 투자 비중은 △내연기관(ICE) 47% △전기차(EV) 43% △미래사업(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10% 순으로 안배했다. 2026~2030년에는 EV 수익을 고도화하고, 미래사업 투자 비중을 늘린다. 해당 기간 투자 비중은 △ICE 43% △EV 37% △미래사업 20%다. 2031년부터는 EV 수익이 ICE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사업도 순차적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비중은 △ICE 38% △EV 31% △미래사업 31%로 삼등분한다. 배당성향은 꾸준히 25% 이상을 유지할 방침이다.

10개년 재무 목표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IR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활동이다. GM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IR에서 3개년 중단기 재무 목표와 2030년 장기 목표를 안내했다. 전사 매출과 수익성은 중단기와 장기 목표를 모두 제시했지만, CAPEX는 중단기 계획에만 기재했다. 연간 단위로 분류한 세부 계획도 없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IR에서 구체적인 전망치를 표기한 건 올해 생산량 목표(180만대)뿐이다.

현대차의 CEO 인베스터 데이는 국내 상장사들과 비교해도 돋보이는 IR 활동이다. 계열사인 기아는 지난 4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손익 목표(2030년 매출 160조원·영업이익 16조원)와 5개년 투자계획(32조원)을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외에 SK그룹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중심 CEO 스토리 데이를 개최한다. 2021년 7월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5개년 CAPEX(30조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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