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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사이드킥 리포트]HJ중공업, 방위산업으로 이어 온 '조선 1번지' 명맥⑥중소형 위주로 국내 최다 함정 건조기록 축적… 대형 군함시장도 진출 검토

강용규 기자공개 2023-06-27 07:36:31

[편집자주]

K-방산이 전차와 전투기, 미사일 등 분야에서 수출 성과를 내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에는 '주인공'에 가려져 있으나 총포(탄약)나 부품 등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사이드킥(조연)'도 여럿 존재한다. 이제 K-방산 호조의 수혜는 점차 사이드킥에까지 미치고 있다. 더벨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명이 부족했던 방산업체들의 경영 현황과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국내 최초의 강선(철제 선박) 건조 조선소다. 함정 분야의 방위산업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대형 2사가 건조하지 않는 중소형 함정 시장에서 꾸준한 수주 및 건조실적을 쌓고 있다.

한진중공업 시절 조선업 이원화 전략의 실패로 채권단 관리체제를 밟으며 상선사업에서는 발을 뺐다. 그러나 이후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상선시장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함정사업은 그대로 남아 HJ중공업 조선업의 명맥을 잇는 역할을 했다.

◇ 부침 겪은 조선부문, 꿋꿋이 버틴 함정사업

HJ중공업의 모태는 1937년 부산 영도조선소를 기반으로 설립된 조선중공업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강선 건조업을 시작해 붙여진 별칭이 '조선 1번지'다. 해방 이후에는 국영기업 대한조선공사로 출범했으며 6.25 전쟁 시기 물자 수송을 위한 선박 건조 및 수리 분야에서 활약했다.

대한조선공사는 1968년 극동해운에 인수돼 민영화됐다. 함정 분야로 진출한 것은 이 시기다. 1972년 국내 최초의 국산경비정 학생호를 건조하며 방위산업에 발을 들인 것을 시작으로 굵직한 발자국을 여럿 남겼다. 최초의 국산 초계함인 동해급 초계함과 후속사업인 포항급 초계함 사업에 참여했고 참수리급 고속정 사업은 단독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조선공사는 1989년 정부의 조선업 합리화 계획에 따라 한진그룹에 인수되면서 한진중공업이 됐다. 1999년에는 한진건설과 한진종합건설을 흡수합병해 건설부문과 조선부문으로 나뉜 지금의 사업구조를 갖췄으며 2005년 계열분리를 통해 한진중공업그룹으로 독립했다.

한진중공업은 2007년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 지주사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신설 사업회사 한진중공업으로 분리됐다. 이후 2009년 설립했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2019년 파산하면서 보증채무를 자력으로 갚지 못해 채권단 관리체제를 거쳤다.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된 뒤 사명이 현재의 HJ중공업으로 변경되는 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계속되는 지배구조 변화 속에서 HJ중공업은 채권단 주도로 상선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함정 등 특수선사업은 그대로 유지돼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뒀다. 최초의 국산 유도탄고속함인 윤영하급 고속함 사업을 STX조선해양과 나눠 진행했고 고속상륙정 국산화 계획에서 단독 사업자로 선정돼 솔개631급 상륙정 사업을 현재도 진행 중이다.

방산업계에서는 HJ중공업을 놓고 중소형 함정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실제 HJ중공업은 척수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함정을 건조한 조선사이기도 하다. 특수선사업이 조선 1번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HJ중공업이 건조한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 (자료=HJ중공업)

◇ 조선부문 재건의 길 '상선 부활, 함정 스텝업'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HJ중공업을 인수할 당시 조선업계나 방산업계에서는 HJ중공업 조선부문이 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떠올랐다. 컨소시엄이 영도조선소 부지를 부동산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당시 HJ중공업 조선부문은 2010년 마지막으로 영업이익을 낸 뒤 2011~2020년 10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었던 만큼 구조조정의 당위성도 충분했다.

컨소시엄 측은 논란을 빠르게 차단했다. 조선소 부지 재개발 계획이 없음을 밝히는 한편 함정 등 특수선사업을 기반으로 조선부문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홍문기 대표이사 사장 단독대표 체제의 HJ중공업을 부문별 각자대표 체제로 개편하며 유상철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을 조선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조선부문에 힘을 싣기도 했다.

HJ중공업은 LNG 추진 컨테이너선과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연료 추진선의 수주를 통해 상선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다. 함정사업에서도 수주를 쌓고 있다. 지난해 11월~올해 1월에는 검독수리-B급 배치II 1~4번함 건조와 독도급 대형수송함 성능개량사업 등 4건의 계약을 통해 6421억원 규모 일감을 쓸어담는 등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HJ중공업은 함정 분야에서 스텝업의 기회를 만들려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6월 말로 예정된 방위사업청의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 6번함 입찰에 HJ중공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HJ중공업 관계자도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열린 사업설명회에 담당 직원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았으나 이후 2~4번함을 중형조선사인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따내는 '이변'이 이 일어났던 사업이다. 5, 6번함 입찰에서는 수상함 분야의 우위를 수성하려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 인수 뒤 처음으로 군함 수주에 나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두 대형사가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동안 국내 대형 군함 시장은 대형 2사 주도로 진행돼 왔으나 여기에 SK오션플랜트가 한 차례 균열을 낸 상태다. HJ중공업까지 뛰어들어 수주에 성공한다면 시장 구도의 본격적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방산업계는 바라본다.

HJ중공업은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된 뒤에도 조선부문이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다. 조선부문의 재건을 위해 더 많은 일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력이 충분하다면 굳이 수주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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