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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탈탄소 드라이브]HJ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조선부문 재건 '열쇠'⑤상선사업 재개 뒤 친환경선 잇따라 수주… 고수익성 앞세워 조선 흑자전환 시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3-04-12 07:38:22

[편집자주]

해상 환경규제가 강력해지며 친환경 선박연료시장에서 LNG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차세대 선박연료에 대한 조선사들의 고민 역시 눈앞의 일이다. 선주사들의 선박 탈탄소화 요구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조선사가 미래 선박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다. 더벨은 국내 조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개발 현황 및 각 사별 전략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0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의 현대 역사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몰락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한때 필리핀에서 2만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도 했으나 2019년 수빅조선소에서 손을 뗀 이후 상선 건조를 포기하고 군함과 다목적선 등 특수선사업만 진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HJ중공업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발주 호황기를 틈타 상선 수주시장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수주를 통해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조선부문의 재건 발걸음을 본격화하고 있다.

◇ 상선사업 중단에도 지속한 R&D, 메탄올 추진선 수주로 결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HMM이 메탄올 추진 중대형 컨테이너선(9000TEU)을 9척 발주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HD한국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이 7척, HJ중공업이 2척씩 나눠 수주했다.

업계의 시선은 2척을 수주한 HJ중공업에 집중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생산능력이나 건조 기술력 모두 자타공인 세계 1위의 조선회사다. 차세대 탈탄소 선박인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역량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HJ중공업은 2~3년 전만 해도 상선시장에서 철수를 공언했던 조선사였기 때문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현재 선박 탈탄소화 흐름을 이끄는 선종이다.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만이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HJ중공업이 다른 두 대형사를 제치고 2번째 수주 레코드를 확보한 것은 이 분야에서 대형사들과 견줘 부족함이 없는 기술력을 보유했음을 선주사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HJ중공업은 2020년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조선사업을 재편하면서 상선 사업에서의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 재진입의 끈은 놓지 않았다. HJ중공업은 2020년 LNG추진 벙커링선(해상 급유선)의 해석 시스템 개발, 2021년 선박용 수소 연료공급체계 안전기준 개발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연구개발(R&D)성과를 꾸준히 쌓아 왔다.

이를 바탕으로 HJ중공업은 선박 탈탄소화 흐름을 상선사업 재건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 2022년 6월 LNG 추진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까지 수주하며 친환경 선박 분야의 경쟁력을 연거푸 입증했다. 앞서 2021년 수주한 컨테이너선 4척도 메탄올 레디(메탄올 추진선으로 개조가 가능한 사양) 설계가 적용된 선박이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조선업계는 결국 친환경 선박의 건조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HJ중공업은 이 분야에서의 수주성과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조선부문 12년 적자, 친환경 선박이 반등 계기

친환경 선박은 고부가 선박과 같은 말이다. 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예로 들면 디젤 추진선 대비 동급의 LNG 추진선은 10~15%가량, 메탄올 추진선은 15%~20%가량 선가가 높게 책정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을 수주하고 이를 통해 실적을 쌓는 데 HJ중공업의 조선부문 재건이 달려있다고 본다.

HJ중공업에게는 우선 일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2008년 2조원을 웃돌았던 조선부문 매출은 2022년 3202억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다만 일감을 확보하는 데 있어 수익성을 중시하지 않을 수도 없다. HJ중공업이 조선부문에서 흑자를 낸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며 이후 12년 동안의 누적 적자는 1조4631억원에 이른다. 고부가 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가 중요한 이유다.

HJ중공업은 2009년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수빅조선소)를 짓고 이곳에서 상선을, 영도조선소에서 특수선을 각각 건조하는 조선부문의 분업 체계를 수립했다. 수빅조선소에서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까지 건조하는 등 대형 조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는 낮은 생산성으로 HJ중공업의 골칫거리가 됐다. 2010년대 중반에는 조선업 불황까지 겹쳤다. 결국 HJ중공업은 2018년 말 수빅조선소의 보증채무 4억100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4700억원가량)를 떠안고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19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69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에 오르며 HJ중공업은 한진중공업그룹에서 분리됐다. 채권단 주도로 상선 사업에서도 손을 떼며 건설부문에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HJ중공업이 조선부문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은 조선업이 회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HJ중공업 조선부문의 전신인 조선중공업은 193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강선 건조 조선사다. 아직도 업계에서는 부산 영도조선소를 부르는 별칭이 '조선 1번지'다.

조선중공업은 광복 이후 대한조선공사로 재출발한 뒤 1969년 국내 최초의 선박(어선) 수출, 1974년 국내 최초의 1만톤급 이상 원유운반선 수출 등 한국 조선업 역사에 굵직한 이력들을 남기고 1989년 한진그룹에 인수됐다.

HJ중공업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조선사업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으나 최근 컨테이너선의 잇따른 수주성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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