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 상장 Before & After]L/O로 IPO 절망 이겨낸 보로노이, 수익성 입증 과제로'몸값 대폭 할인' 유니콘 1호 입성… 이른 시기 유증으로 반등 모멘텀
최은수 기자공개 2023-06-28 14:02:35
[편집자주]
바이오회사 입장에서 IPO는 빅파마 진입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국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창업자에겐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실적과 R&D 성과 전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전망치는 실제 현실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IPO 당시 전망과 현 시점의 데이터를 추적해 바이오테크의 기업가치 허와 실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07: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업체 보로노이는 한 때 비상장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몸값(IPO)을 책정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다만 전반적인 펀딩 시장 악화, 경기 침체 속에서 2022년 첫 유니콘 특례 규정(상장 밸류 5000억원 이상)을 간신히 충족하며 코스닥에 입성했다.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모로 충분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한 부분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만회할 계획이다. 특히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의 유증 물량 전량 청약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시장 전면에 내세우고 수익성에 대한 신뢰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2019년 기평 고배 울분 '6건의 L/O로 일소'… 비소세포폐암 타깃 VRN07 첨병
보로노이는 2015년 설립돼 종양, 퇴행성 뇌질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다. 하버드 암센터에서 단백질 분해 관련 기술이전을 받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설립 후 4년 만에 실시한 첫 기술성평가에선 A, BB 등급을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특례 상장 당시 사업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평 결과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비상장 시장에서 회사 몸값은 빠르게 늘어났다. 2019년엔 1조원이 넘는 밸류에이션으로 프리IPO(상장 전 자금 유치)를 진행해 58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NICE그룹 계열 투자회사인 나이스F&I,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 등이 가세해 흥행했다.
보로노이는 2021년 재개한 두 번째 IPO 도전에서 여러 기술이전 성과로 영업수익까지 내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시장의 이목은 이미 프리IPO에서 회사 몸값이 5000억원을 넘은 만큼 '유니콘' 입성 여부에 쏠렸다. 보로노이는 기술평가 기관 한 곳에서만 A 등급을 받으면 되는 유니콘 특례 요건을 달성 후 2022년 본격적인 공모에 나섰다.
다만 공교롭게도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되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된 영향을 받았다. 2022년 3월에 공모를 진행했으나 결국 철회를 결정했다. 3개월 뒤인 5월 IPO를 재개했는데 밴드 하단 기준 상장밸류 5056억원을 책정하면서 우수기업 특례상장(유니콘 트랙) 요건을 맞추고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기평 과정에서 지적받았던 사업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무려 여섯건의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하면서 지워냈다. 2021년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 VRN08(유방암·고형암 타깃)의 국내 제외 글로벌 판권 계약(업프론트 8억4600만 달러)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본임상 단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파이프라인은 VRN07(ORIC-114으로 제품명 변경)이다. 오릭파마슈티컬즈(ORIC)에 6억2100만 달러를 받고 기술이전했다. EGFR/HER2 exon20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정밀표적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의 30~50% 환자에서 발생하는 뇌 전이 모델에서 경쟁 약물보다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
◇상장 2년 차 수익성 실현은 아직… 450억 유증+자회사 합병으로 새 모멘텀
보로노이는 올해 1분기까지 다양한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으로 누적 거래액 2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기술이전으로 수령한 선급금 등을 통해 연간 매출액 98억원을 기록했다. 입성 초기 바이오텍 대비 매출 규모는 적지 않은 편이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제시했던 예상 매출 추정치와는 차이를 보여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까지는 아직 수익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던 만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키도 했다. 상장 1년 만의 450억원의 유상증자다. 올해 1분기말 보로노이의 현금성자산은 약 400억원이다. 이번 유증자금과 L/O 과정에서 유입될 마일스톤 등을 고려하면 최대 1000억원의 유동성 여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김현태 보로노이 경영 부문 대표(38.85%)는 일찌감치 배정주식 전량에 청약할 의사를 밝혔다. 발행가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상발행가액(3만4950원) 기준 김 대표는 약 18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51만6207주를 배정받을 전망이다. 보유자금 및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청약에 참여한다.
보로노이는 김 대표를 비롯한 리더십의 변화 없이 R&D 성과 창출에 집중할 전망이다. 자회사에 흩어져 있던 R&D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소규모 합병도 이어졌다. 최근 이사회에서 보로노이바이오·비투에스바이오의 소규모 합병을 의결했다. 보로노이바이오는 의약품 합성 및 약물성 평가, 비투에스바이오는 구조연구 및 약효 평가를 담당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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