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인사 코드]광주은행, '자행 출신' 은행장 선임 관행 안착①49년 만에 내부 인사 선임, 7년째 유지…지역 밀착형 CEO 선호
최필우 기자공개 2023-07-05 07:26:53
[편집자주]
지방금융은 계파·학벌·연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지방지주가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방은행은 인사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 하고 있다. 지방지주의 전신이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창구인 지방은행에 그룹 개혁 성패가 달려 있다. 더벨은 지방은행 인사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주은행은 자행 출신 은행장 선임 관행을 뿌리내리고 있다. 49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했고 후임도 행내에서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그룹의 전북은행이 최초로 자행 인사를 선임했다가 다시 외부 출신 기용으로 선회한 것과 다른 분위기다.행장들의 출신 대학에도 변화가 있었다. 설립 초반 일본 유학파들이 은행을 이끌었고 이후 수도권 소재 대학을 졸업한 인물들이 행장이 됐다. 최근엔 광주 지역 내 대학을 졸업한 인물이 잇따라 선임됐다.
◇반세기 동안 관료사회·우리·JB금융에 주도권
광주은행은 설립 후 14명의 행장을 선임했다. 이중 2명이 광주은행에 입행해 행장까지 올랐다. 13대 송종욱 전 행장과 14대 고병일 행장이다. 송 전 행장은 2017년 광주은행 최초로 자행 출신 행장이 됐고 3연임에 성공했다. 고 행장은 올해 송 전 행장에게 배턴을 넘겨받았다.
광주은행은 설립 초창기 여타 지방은행과 마찬가지로 국책은행 출신 행장을 선임해 경영을 맡겼다. 초대인 진강현 전 행장은 한국은행, 2대인 김희룡 전 행장은 산업은행 출신이다.
1980~1990년대에도 금융권 거물을 행장으로 영입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3대 문방흠 전 행장은 농협중앙회장 출신이다. 4대 고병욱 전 행장은 중소기업은행 창립 멤버다. 은행감독원장을 지낸 5대 송병순 전 행장, 한국기술금융회장을 지낸 6대 박영수 전 행장이 광주은행장 계보를 이었다.
외환위기로 경영 위기를 겪은 뒤에는 시중은행 출신을 선임했다. 제일은행 출신인 7대 강락원 전 행장, 국민은행에서 근무했던 8대 엄종대 전 행장이다. 다만 광주은행이 우리금융에 편입되면서 이들의 재임 기간은 길지 않았다.
우리금융 계열사로 있던 시절에는 모그룹의 입김에 따라 행장이 정해졌다. 2004년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의 신임을 받은 9대 정태석 전 행장이 취임했다. 정 전 행장은 교보증권 사장을 지낸 경영자 출신이지만 당시 40대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전 행장 퇴임 후에는 우리은행 출신인 10대 송기진 전 행장, 11대 김장학 전 행장이 뒤를 이었다.
2014년 광주은행이 JB금융에 인수된 뒤에는 구성원들의 자행 출신 행장 배출 열망이 표출됐다. 우리금융을 벗어나면서 민영화된 만큼 관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하지만 광주은행 인수를 주도한 김한 전 JB금융 회장의 행장 취임 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은행을 품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주사 전환 초기인 만큼 회장 중심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북은행장을 겸하고 있던 김 전 회장이 지주 회장과 광주은행장을 겸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광주·전남권 학교 출신 잇따라 취임
2017년 김 전 회장이 광주은행장 자리를 송 전 행장에게 넘기면서 내부 출신 행장 시대가 열렸다. 김 전 회장은 송 전 행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행장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내리 3연임에 성공하면서 광주은행 후배들이 행장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올해 고 행장 취임으로 자행 출신 선임 관행이 굳어졌다. 관료 사회나 모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보다 광주·전남권 지역 밀착형이고 행내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지역밀착형 행장을 선호하면서 전남대학교 출신 행장이 잇따라 선임되고 있다. 고 행장은 광주 출신으로 금호고등학교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송 전 행장은 순천고등학교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송 전 행장 전에는 광주제일고와 전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장학 전 행장 정도가 광주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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