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공개 오디션이라는 방식이 신선했고 새로운 포맷을 쓴 덕분에 색다른 인물이 여럿 등장했다. 스타덤에 오른 인물도 적잖다.프로그램이 방영되던 시기 현대차도 오디션을 열었다. '현대 글로벌 톱 탤런트'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면접관을 맡아 화제가 됐다. 현대차와 오디션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찾은 인물은 해외 대학 출신의 미래 인재다. 글로벌 인재들을 일찌감치 등용해 미래 모빌리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 채용 기조는 부친과는 다른 정 회장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구축한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은 과거 순혈주의와 독자 개발에 집중한 정몽구 명예회장 방식의 리더십과 달랐다. 글로벌 오디션을 열기 전 삼고초려로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고문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인재 채용은 효과가 있었을까. 지금 현대차그룹의 해외 위상을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3위에 랭크됐다. 해외 인재를 맞아 외관이 세련되게 바뀐 데다 미래 모빌리티 기수로 나선 덕이다.
효과를 본 정 회장의 인재 찾기는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글로벌 톱 탤런트가 준비된 인재를 다듬는 과정이었다면 아예 떡잎부터 현대차형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단적인 예가 이번 베트남 방문이다.
정 회장의 베트남 행을 두고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에 관심이 많았다. 사절단 내에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 등 경제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일정 후에는 다른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총수 역할에 집중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문지다. 회장님들은 주로 현지 사업장을 찾았는데 정 회장은 하노이 국립대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건넨 약속은 파격적이다. 해외 대학의 유명 석학을 하노이대에 초빙해 강의를 진행하겠다는 제안이다.
하노이대 행은 그동안의 행보와 같고도 다르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인재 채용이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성장성에 초점을 두겠다는 선언이다. 베트남에서는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이 되며 급속도로 번지는 '모터라이제이션'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제일 차를 많이 판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의 선두다. 잘 나가는 기업임에 틀림없지만 그만큼 현대차그룹과 위치 전복을 노리는 기업도 많다. 내연기관차에 집중했던 전통 명가 일본과 독일이 전기차 시대로 스위치를 바꾸며 현대차그룹이 새 성장 동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이 하노이에 심어둔 인재들은 현대차그룹의 신 동력이 될까. 정 회장의 하노이대 행은 인재는 물론 판매 텃밭에까지 물을 줬다. 미래를 전망할 때 과거의 선례를 돌아보는 일 만큼 정확한 분석도 없다. 하노이대생들이 현대차그룹의 '뉴 글로벌 톱 탤런트'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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