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8: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 친화정책에 온 힘을 쏟고 있다.기업의 주주 친화정책이 실제 주주에게 어떤 성과를 안겼는지 알 수 있을까. 바로 '총주주수익률(TSR)'이다. TSR이란 Total Shareholder's Return의 약자로 주주들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기업 주식을 보유해 얻은 수익률을 의미한다.
주가 등락률과 배당 및 자사주 정책 등을 바탕으로 주주들이 얼마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경제 지표라다. TSR이 양수(+)면 이익을, 음수(-)면 손해를 봤다고 보면 된다.
핵심은 주가 상승이다. 배당 및 자사주 정책이 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재계 관계자는 "주주 친화정책은 별다른 게 아니라 배당 확대와 자사주 활용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확언했다.
배당은 주주의 충성에 보상하는 정기적 현금 성격이 강해 섣불리 깰 수 없는 약속이다. 배당 축소는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상향 흐름을 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자사주다. 엄밀히 말하면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 매입이다. 여기저기서 애물단지 취급이다. 일단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어진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유통주식이 감소하니 주가가 오를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이 주식을 쥐고 있다가 다시 시장에 팔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히려 오버행 악성 매물로 인식이 돼 주가에 악재가 된다. 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유통주식수가 영구적으로 줄어서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할 수 있다.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 매입의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이것을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기업이 인적분할에 나설 경우에는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금융당국도 비슷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사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마법'의 효과는 약화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국내 상장사도 주주 환원정책으로 자사주 소각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소각 공시를 살펴보면 2021년 32건에서 2022년 64건으로 정확히 두 배 늘었다. 올해도 5월말까지 50개 회사가 소각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또다른 의미의 '자사주 마법'이 필요한 회사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회사들이다. 최근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대기업 한 곳은 갑작스레 조단위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재무 상황이 안좋다고 물 들어오는데 노를 안 저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는 요동쳤고 투자자 불만은 빗발쳤다. 통상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측면에서 호재가 아니다. 회사 관계자는 "증자 목적이 미래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용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만약 자사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으면 어땠을까. 보유 자사주 전부를 매각하면 경영권 위협없이 유상증자 금액과 얼추 비슷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각이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는 비난이 두려워서 증자 카드를 꺼낸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소각이 최선일 수도 있지만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면 시장이 수긍하지 않았을까. 탄탄한 미래 전략과 시기적절한 투자 집행으로 주가가 오르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주 친화정책이다.
자사주는 죄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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