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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업 리포트]업계 최장수 백제약품, 1위 지오영과 혈맹...변화 꾀한다M&A 없이 고성장, 낮은 수익성은 과제…업계 1, 2위 시너지로 위기 돌파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10 13:18:04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벡제약품에는 늘 따라 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지오영의 흔들림 없는 독주체제로 업계 순위 만년 2위를 탈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제약품도 내세울 만한 타이틀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의약품 유통 업체라는 점이다.

1946년 설립 이후 지속해서 덩치를 키워왔던 백제약품은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인수합병(M&A) 없이 성장한 의약품 유통 업체로선 국내 최초였다.

꾸준한 성장세에도 고민은 있다. 수익성이다. 1%가 채 되지 않는 영업이익률 탓에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올 초 지오영 품에 안기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최초 의약품 유통사…독자 유통망 '뚝심' 경영

백제약품의 전신은 1946년 세워진 백제약방이다. 약재를 파는 상인이었던 고(故) 김기운 창업주가 '수많은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로 전남 목포에서 개업했다. 이후 1967년 광주, 1971년 서울을 거치면서 지금의 전국 유통망을 갖추게 됐다.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쳤던 지오영과 달리 독자 유통망이라는 뚝심을 지켰다. 2000년 쥴릭파마가 외국계 제약사와 손잡고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을 장악하려고 했을 당시 타협하지 않았던 게 대표적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전통과 사회 공헌을 이어가겠다는 창업주 정신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후 2012년 업계 최대 규모로 평택 통합 물류 센터 건설에 나서며 유통망을 넓혔다. 고정비용만 25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체계적인 유통 체계를 구축하며 성장성을 확보했다.

현재 백제약품은 3개 물류 센터를 포함해 전국 23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1영업본부 △수도권2영업본부 △중부영업본부 △호남영업본부 △영남영업본부 등 5개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영업 거점을 확보했다. 국내 최대 약국 거래망을 보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때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공적 마스크 유통 업체로 선정된 배경이다.

◇70여년 외형 확장에도 수익성 '악화일로'

70여년간 백제약품은 지속해서 외형을 확장했다. 2016년엔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다시 한번 신기록을 세웠다. 매출 2조103억원을 달성,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다. 전년보다 19% 성장한 수치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꾸준하게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들쑥날쑥하다. 저마진 구조가 유통업 고질적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이 업계 평균치인 2%를 한참 밑돈다. 2019년 0.52%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0.45%, 2021년엔 0.07%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14%로 소폭 개선했다.


영업이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과도한 매출원가 비중에 있다. 평균적으로 매출원가가 매출의 93%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1조8917억원으로 매출의 94%를 차지했다. 판매관리비 비중도 높다. 같은 기간 판관비로만 매출의 6%인 1158억원을 썼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류 등 투자까지 늘리다 보니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 나날이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말 343.58%→2021년 말 373.57%→지난해 말 427.66%로 악화했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적정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본다.

◇업계 1·2위 손잡았다…지분 인수에도 독립경영 '눈길'

독자 유통망 기조를 고수해 왔던 백제약품이 최근 노선을 바꿨다. 유통공룡 지오영을 2대 주주로 맞이하면서 체질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1위와 2위가 힘을 모아 영향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모색하겠단 구상이다. 양사의 의약품 유통·물류망과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백제약품은 김승관 대표이사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오너 회사다. 지분구조는 고(故) 김기운 전 명예회장이 별세한 2018년을 기점으로 공개된 바 없지만, 2017년 말 기준 김승관 회장이 30%, 김찬구 초당약품 회장이 17.6%, 김동구 명예회장이 16.8%, 고(故) 김기운 전 명예회장이 15.9%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거래에서 지오영이 김동구 명예회장 지분 25%를 인수한 점으로 미뤄볼 때 고(故) 김기운 전 명예회장이 대부분 지분을 상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오영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에도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고 독립 경영 체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기준 백제약품 경영진 구성을 보면 김동구 명예회장과 김찬구 초당약품 회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분 인수 후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일부 예상과 다르게 이사진에 지오영 측 인사는 전무했다.

의약품 유통 업계 관계자는 "지오영은 수없이 M&A를 하면서도 피인수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해 왔고 백제약품의 경우 오너 일가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렵다"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상황이 어려운 의약품 유통 업계의 위기 돌파를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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