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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업 리포트]절대강자 유통공룡 '지오영', 20년 이어진 확장본능조선혜·이희구 회장 2002년 설립…18건의 M&A, 업계 2위 백제약품 지분도 확보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05 13:15:59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의 경제' 유통의 가장 기본원칙은 의약품 도매업체에도 적용된다. 제도를 등에업고 우수죽순 생겨나는 유통시장에서 출혈경쟁은 불가피 했다. 커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지오영이 있다.

병원서 약제과장을 지내던 약사와 대형 제약사에서 근무하던 영업사원이 만나 차린 회사가 지금의 지오영이다. 태생 자체가 덩치를 키우기 위해 맞손을 잡았던 만큼 설립 20년이 지난 지금도 인수합병(M&A)은 계속되고 있다. 매출규모만 6조원대, 국내 상위권 제약바이오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인천' 거점 두 도매상 의기투합, M&A로 지역거상 흡수

지오영이 탄생한 건 2002년,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회장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조 회장은 숙명여대 약대 출신으로 인천병원 약제과장을 지내다가 성창약품이라는 도매상으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 회장은 명지대 국문과 출신으로 중학교 국어교사를 하다 대웅제약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동부약품 인수로 도매사업을 시작했다.

'인천'을 거점으로 둔 두 사람은 거대 유통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신념으로 의기투합했고 '엑손팜'이라는 법인설립으로 동업자가 됐다. 지금의 지오영이다. 설립 당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도 합세해 30% 지분으로 적잖은 영향력을 확보했지만 2004년 분식회계 이슈로 발을 뺐다. 실질적인 경영은 조 회장이 하고 이 회장은 대관업무 등 지원사격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분담을 했다.

지오영의 전략은 초지일관 M&A였다. 제도 및 규제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문을 닫거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는 도매업체들이 생겼고 이 때마다 지오영은 적극 인수에 나서면서 사세를 넓혔다. 도매상 특성상 거점별로 거상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나가는 방식이었다.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케어베스트부터 시작해 연합약품·청십자약품·남산약품·유니온약품·케어캠프 등 18건의 M&A로 전국의 도매상들을 흡수했다. 인천에 뿌리를 뒀던 지오영은 전국구로 네트워크를 넓혔다. 이를 통해 대형병원은 물론 전국 약국의 약 80%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단순매출 합산 6조, 도매상 공급금액 12% 규모…22개 종속기업 확보

지오영은 각 제약사들에게 약을 받아 자회사 및 지오영네트워크라는 거점별 도매업체에 물건을 넘겨 매출을 벌어들인다. 자체적으로는 대형병원에 일부 납품하며 수익을 내기도 한다. 다만 2021년부터 연결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아 정확하게 각 거점까지 포함한 총 수익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오영은 중간지배기업에 해당해 연결 재무제표를 면제받는다.

별도기준 실적만 놓고보면 2022년 매출은 2조8605억원, 전체 도매상들이 공급하는 금액의 약 6% 비중이다. 이를 각 거점별 자회사로까지 넓히면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실제 판매되는 매출은 이 이상이기 때문에 시장 비중은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영향력일 수밖에 없다.

지오영은 22개 종속기업을 두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약국과 병의원을 전담하는 지오영네트웍스 매출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도매상 2위인 백제약품 지분 25%를 인수하며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백제약품이 2조원을 벌어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법으로 약 5000억원의 수익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단순 매출 합산으로 따지면 6조원을 넘어선다. 전체 도매상이 올리는 공급금액 중 12% 비중이다.

◇영업이익률 단 2%, 수익성 난제…일반의약품 공동판매 '신사업' 진출

하지만 절대강자인 유통공룡에도 고민은 있다. 유통의 고질적 이슈인 '수익성' 문제다. 작년 기준 지오영의 영업이익률은 단 2%에 불과하다. 덩치를 더 키워도 업의 본질상 마진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새로운 사업으로 수익성을 높일 전략이 필요하다. 지오영이 덩치를 키우는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신규사업까지 확장하는 이유가 그렇다.

지오영은 일반의약품의 마케팅 및 판매 위탁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2021년이지만 제약사와 비딩에 붙어 의미있는 시작을 한 건 작년 말이다. 국내 유통업체 중 최초이자 유일하다.

올해 1월부터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유씨비제약과 알레르기질환 치료제 지르텍정(성분명 세티리진염산염)을 독점으로 영업 및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중광고도 한다. 2020년 말부터 국내 제약사인 부광약품과 타벡스켈, 코트리나 등 24개 일반의약품에 대한 약국 공동 마케팅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오영이 약국 네트워크를 거의 장악하고 있다시피 한만큼 효과적으로 스킨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오영 관계자는 "인천에서 시작해 M&A를 활용해 전국 거점으로 발판을 넓히며 몸집을 키워왔다"며 "전국거점과 발판을 기반으로 해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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