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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산업 경쟁의 늪]과점체제 칼 빼든 정부, 제4이통사 찾기 '8수' 도전①국내 시장 포화, 천문학적 투자 비용 부담…정부 과도한 개입, 신규 사업자 유치 엇박자

이장준 기자공개 2023-07-12 09:17:47

[편집자주]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3강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유치를 유도하고 알뜰폰 시장을 키워 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늘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 이번 정책의 의의와 한계를 짚어보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전8기'. 과점체제인 통신 시장을 향해 칼을 빼든 정부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통신 3사와 경쟁할 만한 제4이동통신사업자(제4이통사)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미 국내 통신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93%를 웃도는 만큼 포화 상태다. 무선망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속해서 투입한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정부가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시장에 섣불리 발을 들이려는 사업자를 찾기는 곤란하다. 정부가 제4이통사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독과점 타파"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

과학기술정통부(과기정통부)는 6일 제4이통사를 적극 유치하고 알뜰폰(MVNO) 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사진)은 "정부는 지난 1~2월에도 대책을 마련하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번엔 크게 통신시장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한 신규사업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려고 하는 계획들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크게 3가지 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경쟁 활성화 통한 국민 편익 제고 △유무선 통신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경쟁력을 갖춘 알뜰폰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 혜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카드도 꺼냈다. 요금 제도를 이용자 수요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또 적극적인 마케팅 경쟁 환경을 조성해 이용자 선택권도 확대하려 한다. 품질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 사업자 간 품질 경쟁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끝으로 미래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고 6G 등 미래 네트워크 시대를 대비해 무선망 투자를 촉진한다. 국민 누구나 초고속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작업에도 채찍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속되는 제4이통사 러브콜, 왜 신규 사업자가 없을까

가장 첫째로 내세운 미션은 신규 사업자, 즉 제4이통사 발굴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강 체제가 확립된 이후 제4이통사를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통신 3사 과점 체제가 투자·요금·마케팅 경쟁을 약화해 국민 편익을 저하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제4이통사를 유치하려는 7차례 시도 모두 번번이 무산됐다. 한국모바일인터넷, 세종텔레콤 등 중소사업자가 도전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재무 역량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자 선정을 반려했다.

실제 이동통신 시장은 초기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통신 3사 연결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의 합은 2018년 6조2840억원이었는데 이듬해 5G를 도입하며 9조60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각 사는 매년 조 단위 CAPEX를 지출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28기가헤르즈(㎓) 대역에 한해 망 투자를 하더라도 초창기 지원이 없으면 진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점도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원의 93.4%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피처폰)을 보유한 5.5%까지 합치면 사실상 국민 모두가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현재 대한민국 인구수는 5155만8034만명인데 통계청 인구 동향에 따르면 42개월 넘게 자연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2070년에는 인구가 3765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 사업자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더욱이 MVNO 사업자도 많이 늘어나면서 제4이통사가 필요 없다는 시각도 늘었다. 현재 핸드셋 기준 MVNO 사업자의 시장점유율(M/S)은 13%를 넘어설 만큼 자리를 잡았다.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개편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가격에 개입하면서 통신 사업 자체에 대한 매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를 무작정 늘리는 게 아니라 2개 정도로 재편해 국내 가전 시장처럼 완전경쟁에 가깝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요금 규제를 없애고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기계적으로 사업자만 늘린다고 경쟁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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