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라이벌 열전]'방산 키우는 3세'들의 용인술은②셈법 달랐던 인사…정의선 '현대맨' 재무통, 구본상·김동관 '방산 전문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11 09:26:36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믿을맨이냐, 멘토이자 동행인이냐, 방산 전문가냐….''상속자'들의 공통점은 빠른 승진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상 LI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재계 3세로서 젊은 나이부터 그룹의 후계자와 총수 역할을 해왔다.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갖춰진 후계자지만 이들에게도 초보 총수로서 좌충우돌하는 30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이 시기 3세들의 힘은 주변에 얼마나 '믿을맨'이 많은 지에 따라 갈렸을 터, 3세들에게 용병술이 중요했던 이유다. 총수로 거듭나던 순간에도 인사로 세대교체를 알렸다. 그만큼 갈고닦은 기술이라는 의미다.
방산 3사의 대표를 선임하는 일도 매우 중요했다. 현대로템은 긴 적자 터널을 걸었고 LIG넥스원은 그룹의 선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미래가 달렸다. 방산 3사는 전문 경영인을 두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3인의 용인술은 각기 다르다. 정 회장과 구 회장, 김 부회장은 각각 어떤 인물들에게 방산의 방향타를 맡겼을까.
◇정의선의 조커카드: '재무통'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2018년부터 시작된 '정의선 수석부회장 인사'에는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 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총수 권한을 갖고 단행한 인사로 세대교체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도 정 회장의 수석부회장 시절 선임됐다.
이 대표는 오랜 '현대맨'이다. 현대차그룹 재무라인의 뿌리인 현대정공 경리과 출신이다. 현대차에서 경영기획담당 부사장, 재무 책임자인 기획조정3실장을 맡았다.
계열사 구원투수가 된 건 2013년부터다. 현대위아 기획담당 부사장으로, 2016년 현대차증권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부임하고 2017년부터 대표로서 이끌었다. HMC투자증권이었던 사명을 현대차증권으로 바꾼 인물이 이 대표다.
정 명예회장부터 정 회장까지 2대에 걸쳐 오너가와 함께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도 이 대표에게 신임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 회장의 이 대표 기용은 정통이라기보다는 효율과 혁신 쪽에 가깝다. 적재적소에 맞는 인물을 수시로 배치한다는 정 회장식의 유동적인 인사 기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현대로템 대표가 됐다. 현대로템이 5년간의 적자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다. 철도사업 의존도가 높았는데 저가 수주 경쟁에 참전했다가 결과가 좋지 못했다. 정 회장이 재무통이자 믿을맨인 이 대표를 기용한 이유가 이때문이다.
이 대표는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인력을 줄이고 자산을 정리하는 한편 방산 수주를 키워 철도사업 의존도를 낮췄다. 이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로템은 2022년 결손금을 모두 털었다.
◇구본상의 멘토이자 동행자: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
2016년부터 5년간은 LIG넥스원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구 회장은 2012년부터 4년간 자리를 비웠다가 사회로 나왔지만 5년간 취업제한에 걸려 있었다. 구 회장이 이끌지 못했던 기간 동안 LIG넥스원은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입지 회복과 구 회장의 복귀 준비 등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다.
2018년 선임된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가 그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 김 대표가 취임하던 시기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이 최저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전성기 시절인 2015년 영업이익이 1122억원이었는데 2017년에는 44억으로 쪼그라들었다.
김 대표는 신규 수주를 끌어올려 영광 되찾기에 나섰다. 2016~2017년 신규 수주액이 1조7000억원이었는데 취임 후 2018~2019년 신규 수주가 5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2017년 수주잔액이 3조767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12조30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만으로 36년간 방산 외길을 걸었다. 구 회장에게는 방산 인생의 동행자이자 멘토였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LIG넥스원의 전신인 넥스원퓨처를 설립하고 2007년 30대 대표에 앉았을 때 11세 연상, 40대 후반의 방산 전문가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인물이 김 대표다.
김 대표는 1987년 LIG넥스원의 모태로 분류되는 금성정밀에 입사했고 LG C&D 합병, LG이노텍 전환, LIG넥스원으로 자리가 바뀔 때도 조직을 떠나지 않은 의리파다. 넥스원퓨처 시절 방공유도사업부장(이사)를 거쳐 LIG넥스원 사업개발 본부장 전무가 됐다. 부사장을 거친 뒤 2018년부터 대표로서 LIG넥스원을 이끌고 있다.
◇김동관 '한화 방산 전문가'에게 보낸 신뢰: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
2014년 말 치러진 한화 그룹의 인사는 화제거리였다. 김 부회장이 입사 5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세간의 이목이 30대 초반의 젊은 상무에게 집중된 사이 김 부회장과 함께 상무를 단 인물이 또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공동대표다. 김 부회장은 1983년생, 손 대표는 1965년생이다.
김 부회장의 신뢰는 한화에어로 공동대표 선임 그 자체로 증명된다. 한화그룹은 3개사로 분리돼 있던 방산 부문을 지난해 한화에어로로 통합했다. 김 부회장의 영토다.
신뢰의 배경은 손 대표가 '한화의 방산 전문가'라는 수식어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서다. 손 대표는 1991년 한국화약에 입사해 30년 이상 한화그룹에 몸담은 한화맨이다. 한화 화약부문 상무, 한화테크윈 방산사업본부장 전무,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부터 한화디펜스의 대표가 됐다.
우주산업 분야에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올해 2월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KASP) 총회의 협회장에 선출됐다. 한화출신 인물이 협회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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