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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2개월 새 1900억' 조달 엔켐, 주가 상승 여력 어필5~6월 1415억 유치 이어 최근 500억 추가 유치, 글로벌 캐파 증설 따른 성장성 주효

조영갑 기자공개 2023-07-11 08:15:23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켐이 5~6월에만 전환사채(CB) 발행으로 14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500억원을 추가 조달하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켐의 잇따른 자금 조달에 참여자들의 '피로감 누적'을 지적하기도 했으나 우호적인 CB 조건과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엔켐과 밸류체인을 공유하고 있는 광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켐은 500억원(약 71만주) 규모의 CB를 발행하고, 해당 자금을 캐파 증설과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에 투입한다. 이번에 발행하는 13회차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5%다. 보통주 전환 기간은 내년 7월 7일부터 2028년 6월 7일까지다.

엔켐은 5월과 6월에만 집중적으로 CB를 발행해 총 1415억원의 유동성을 조달했다. 5월 초 43만주 규모로 315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6월 초 162만주 규모로 11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번 13회차 CB까지 합하면 올해만 전환사채를 통해 총 1915억원을 조달하는 셈이다.

2021년 이후 잇따른 CB, BW의 발행으로 미상환 채권의 누적액은 총 2887억원 수준으로 불었다. 총 발행주식수의 30%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후속 유동성을 조달하려는 엔켐을 두고, 기관투자자들의 피로감으로 인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당초 엔켐은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엔켐은 기존 CB와 마찬가지로 만기이자율을 5%로 설정하면서 투자자 친화적으로 조건을 짰다. 70% 수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요건도 넣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위탁판매기관과 정인파트너스, 아이비케이스톤브릿지혁신성장사모투자 등 VC자금이 고루 인수에 참여했다.

나쁘지 않은 인수조건도 매력으로 거론되지만, 주가가 4월 고점대비 다소 떨어졌고 향후 글로벌 캐파 증설과 연동돼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수의 기관을 끌어당긴 동력으로 분석된다. 엔켐은 지난 4월 글로벌 배터리 메이커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가가 한때 9만400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엔켐의 주가는 6만8300원(7일 종가)이다.

이번 13회차 CB의 보통주 전환가액은 7만711원이다. 엔켐은 11회차 CB(315억원)의 전환가액을 7만3305원, 12회차 CB(1100억원)의 전환가액을 6만8048원으로 설정했다. 12회차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11회차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2021년 말 발행한 BW(865억원)에 비해서는 확연히 낮다. 10회 BW의 전환가액은 7만8677원이다. 여기에 리픽싱 하한선인 4만9498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면 보통주 전환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투심에서 약 두 달 사이에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사모로 모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2차전지 섹터 내에서 일정하게 성과를 보이고 있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엔켐이 조달한 자금은 글로벌 캐파 증설 자금으로 대거 투입된다. 엔켐은 2025년까지 전해액 캐파 규모를 약 106만톤(t)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올해 약 30만톤, 내년 90만톤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증설한다. 중국, 유럽, 미국, 인도네시아 등이 대상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전해액 시장에서 엔켐은 글로벌 1위(시장점유율)로 올라설 수 있다.

시장의 지적을 받아왔던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엔켐은 지난해 매출액 5098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올 1분기 전환사채 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액 1455억원, 영업이익 145억원 등으로 선방했다.

엔켐은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완하는 방책으로 '리튬염' 원재료 소싱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리튬염은 배터리의 효율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첨가제로, 마진율이 약 40% 수준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현재 관계사 광무가 엔켐의 리튬염 유통을 전담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직접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리튬염을 직접 생산하게 되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배터리 3사가 원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도 유리한 지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켐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지만, 내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전해액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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