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DF 홀로서기]'절치부심' KB운용, 다이내믹 스타일로 소기 성과③뱅가드 제휴 종료 우려 씻어…전 빈티지 수익률 1위도
양정우 기자공개 2023-07-14 08:13:27
[편집자주]
토종 자산운용사들이 연금펀드 시장의 대세인 TDF(타깃데이트펀드)의 독자 운용을 선언하고 있다. 출시 초기 낯선 상품이었던터라 글로벌 운용사의 협조 속에서 TDF를 내놨으나 이제 줄줄이 결별을 선택하고 있다. 글라이드 패스 설계와 방대한 글로벌 리서치가 만만치 않은 숙제이지만 저마다 자체 운용에 자신감을 피력한다. 더벨은 TDF 홀로서기에 나선 운용사의 전략과 향방을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톱티어 운용사인 뱅가드와 결별한 KB자산운용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뱅가드표 큰 틀 아래 자체 운용을 벌이는 게 리스크로 여겨졌으나 오히려 적극적 시황 대응으로 모든 빈티지에서 선두권에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물론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연금이 주축 재원이어서 오랜 기간 수익률을 쌓아가는 누적수익률의 콘셉트가 중시된다. 유독 공격적인 운용 스타일은 자칫 표준편차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KB운용의 전략이 거둔 성적도 중장기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1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KB운용 TDF 라인업의 3개월 단순 평균 수익률(지난달 말 기준)은 5.46%로 집계됐다. 전체 운용사를 통틀어 2위에 오른 성적이다. 1위인 NH아문디자산운용(5.63%)과 비교해 수익률이 0.1% 정도 낮지만 6개월과 1년 수익률을 따져봐도 최상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은 KB운용의 TDF 파트에 기념비적 날이기도 했다. 'KB온국민TDF' 시리즈의 8개 빈티지(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2055)가 모두 국내 TDF 1위(1년 수익률)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들 빈티지는 최근 3개월, 6개월, 1년 등 주요 구간에서 모두 선두에 올랐다.
이 운용사는 2021년 뱅가드와 TDF 제휴 관계를 끊을 당시 시장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글로벌 자산배분에 나서려면 세계 곳곳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정보력과 글라이드 패스에 맞춰 최적의 자산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과연 국내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메이저 하우스가 오랜 기간 감당해온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더구나 KB운용의 결별은 내부 선택이 아닌 외부 여건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운용 자율성이 부여되자 KB온국민TDF 라인업은 운용 전략에서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5월 들어 주식과 채권 관련 지수(Index) 등을 추종하는 상품(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하는 전략에서 시장 상황과 목표 도달에 따라 섹터, 스타일, 크레딧, 부동산 관련 집합투자증권 등도 매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은퇴 타깃 시점이라는 빈티지가 존재하는 TDF 구조를 감안할 때 증시 호황기엔 단연 목표 지점이 가장 뒤인 2055 라인업의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가운데 가장 성과가 돋보이는 상품도 KB운용의 'KB온국민TDF 2055(UH, 6개월 17.43%)'로 집계됐다. 동일 빈티지의 라인업 평균 수익률 역시 KB운용이 선두였다.
KB온국민TDF 2055(지난 5월 기준)의 경우 'ISHARES S&P 500 ETF'와 'VANGUARD S&P 500 ETF'의 자산 내 비중이 각각 17%인 게 눈에 띈다. 물론 모두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이지만 특정자산 2개의 편입 비중이 34%에 달한다. KB운용은 올들어 코어 비중 확대와 선별적 업종 투자로 글로벌 주식 시장에 대응했다. 인공지능(AI) 테마를 확인한 후 반도체 섹터에 더욱 무게를 실은 전략이 수익률 1위라는 결과로 되돌아온 셈이다.
2055 빈티지에서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던 삼성자산운용과 비교하면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뚜렷하다. 메인 브랜드인 '삼성한국형TDF 2055' 시리즈의 경우 특정 자산의 편입 비중이 10%를 넘어서지 않고 있다. TDF 중에서는 가장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빈티지에서도 분산 효과를 중시하고 있다.
삼성한국형TDF 2055 시리즈의 경우 6개월 성적이 10% 안팎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TDF는 모두 환헤지 상품이기에 환차손과 환차익으로 펀드의 외화 수익과 손실이 상쇄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환헤지 상품만 놓고 비교해도 KB온국민TDF 2055(12% 안팎)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뱅가드와 결별한 뒤 KB운용의 TDF 전략은 시장 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스타일로 요약된다"며 "KB온국민TDF 2055 등 주요 라인업이 주식 상승장에 두각을 드러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홀로서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표준편차가 유형별 하위권에 형성돼있어 앞으로 중장기 성적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B온국민TDF과 함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KB다이나믹TDF' 라인업이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독자 생존에 청신호가 켜진 대목이다. KB온국민TDF의 운용 기틀을 세운 건 뱅가드이지만 KB다이나믹TDF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안동현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토종 글라이드패스(원통형)를 활용하고 있다.
KB다이나믹TDF(2050, 2040, 2030 등)는 동일 빈티지 기준 KB온국민TDF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모든 운용사로 범위를 넓히면 역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온국민TDF와 비교해 'iShares Semiconductor ETF' 등 특정 섹터의 상품을 무게감있게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AI 테마를 주시하면서 소프트웨어 ETF에서도 수익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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