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스타트업]지주 첫 'CVC' GS벤처스, 그룹 막내에서 기대주로③1호 펀드 'GS어쌤블', 계열사 총출동…내·외부 인재 조화 '눈길'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12 07:36:48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9월 그룹 창립 후 열린 첫 신사업 전략보고회. 허태수 회장은 자리에 모인 계열사 임원진에게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신사업 기회 창출을 강조하며 평소에 자신이 밝혀 온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강화를 주문했다.각 계열사의 신사업 현황 및 비전 등이 발표되는 자리에서 그룹 '막내'격인 GS벤처스 또한 투자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1월 설립되며 대기업 지주사 최초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간 GS벤처스는 허 회장의 주문에 맞춰 그룹 신사업 생태계를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위해 GS그룹의 내·외부 출신들이 어우러져 스타트업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작년 7월 주요 계열사의 출자로 1호 펀드를 조성한 이후 10여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GS벤처스의 시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이스라엘·동남아시아로 뻗어 있다.
◇계열 8곳 1300억 출자, 투자 스타트업 10곳 돌파
GS벤처스의 1호 펀드명은 'GS어쌤블신기술투자조합'으로 어쌤블(Assemble)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그룹의 계열사 8곳이 출자하며 힘을 보탰다. GS벤처스의 자기자금 13억원을 제외하면 총 1300억원이 모집됐는데 모회사 ㈜GS(300억원)를 비롯해 GS에너지·GS리테일·GS건설·GS EPS(각 200억원), GS파워(100억원), GS E&R·GS글로벌(각 50억원) 등이 참여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라는 허 회장의 주문을 실현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총동원돼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러한 기대치를 충족하듯 GS벤처스는 펀드 조성 한달 만에 5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GS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10여개가 넘는다. 친환경 대체가죽 스타트업 마이셀을 시작으로 △기후기술(Climate Tech)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바이오·헬스케어 △리테일·커머스 △건설기술(Construction Tech) △딥테크(Deep-Tech) 등 6가지 주제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했다.
GS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새롭게 눈에 띄는 분야는 로보틱스와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한 딥테크다. 플랫폼 기반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GS벤처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래 산업의 혁신을 가져다줄 기반 기술에 관심 영역을 확대했고 그결과 에이트테크(재활용 폐기물 자동분류 로봇)와 에스디티(산업용 IoT 솔루션) 투자에 참여했다.
에스디티의 경우 올해 4월 GS그룹이 처음으로 개최한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에서 6곳의 스타트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IR 피칭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미래 산업의 주인공으로 꼽기도 했다.
◇그룹 내·외부 인재 집결, 미래 청사진 그린다
현재 GS벤처스에는 GS 내·외부 출신 인재들이 모여 그룹의 신사업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GS홈쇼핑 대표 시절부터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허 회장의 인재 등용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던 GS그룹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GS벤처스를 이끄는 인물은 허준녕 대표(부사장)다. 허 대표는 2021년 9월 GS그룹 CVC팀장으로 합류하며 GS벤처스 설립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듬해 대표로 부임하며 전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1974년생인 허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MBA를 마친 후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래에셋 글로벌투자 부문에서 업무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6년부터 2020년까지 UBS에서 인수합병(M&A) 부문을 총괄하다 GS에 합류하기 전까지 국내 토종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허 대표는 하이퍼커넥트 재직 시절 미국 매치그룹으로의 매각(2조원 규모)을 성사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GS벤처스 대표 부임 이후에는 ICT·리테일, 바이오, 기후기술·리사이클링 등 부문별 수석심사역을 내·외부에서 영입해 팀을 꾸렸다. 윤형준 수석심사역(기후기술·리사이클링)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수석심사역은 LG전자,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출신이다.
GS벤처스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투자를 뒷받침하는 인물들 역시 내외부 인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GS벤처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이태형 ㈜GS 재무·PM팀장(부사장)과 박솔잎 GS리테일 전략본부장(전무) 등 2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부사장의 경우 1994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로 입사해 GS에너지, 인천종합에너지 등을 거친 'GS맨'으로 분류된다. 2008년 GS홈쇼핑 라이프스타일사업부장(상무)으로 영입됐던 박 전무는 2013년 회사를 떠났다 2020년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재영입된 사례다. 전략·마케팅 전문가로 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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