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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 지분 아닌 기술 중심으로 바이오텍 투자규모 5000억 추산, 엑시트 어려워 '기술도입' 방식 전환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12 09:13:51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1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상반된 관점이 있다. 렉라자라는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를 만들어 회사의 체질을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혁신의 관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명목으로 투자한 5000억원에 달하는 바이오텍 지분을 엑시트(Exit)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재무적 부담을 지적하기도 한다.

진단이야 어떻든 유한양행 입장에선 오픈이노베이션은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의 지적을 받아들여 전략을 대폭 수정키로 했다. 투자보다는 기술 중심의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판단이다.

◇외부기술 활용 '중개연구' 초점, IPO 막히면서 투자회수 불발

유한양행은 약 10년 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바이오텍 지분투자와 기술도입을 추진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계열사를 제외한 바이오텍 투자는 3월 말 기준 장부가로 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추산한 금액은 이보다 큰 약 5000억원에 육박한다.

유통 중심으로 성장한 데 따라 기반기술이 없었던 만큼 외부 기술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R&D 역량을 끌어올렸다. 유망 바이오텍과 기술협업은 물론 향후 투자수익까지 누리기 위해 소액이라도 지분을 투자하는 '혈맹'을 맺는 방식이 채택됐다.

이렇게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대략 50곳 정도 된다. 해당 투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전략부문에서 담당하다가 최근에는 전략실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건 최근들어서다. 증시 상장 아니면 엑시트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회수 및 재투자 등 선순환 구조가 안착하기 쉽지 않았다. 작년부터 증시 입성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투자전략에 고민이 생겼다.


유한양행과 뇌질환 공동연구에 이어 지분투자까지 단행했던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작년 초 계약해지를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뇌질환 신약후보물질 3종에 대한 기술도입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2년만에 해지했다. 그러나 투자했던 지분은 엑시트 하지 못했다. 여전히 유한양행은 이 회사 지분 21%를 보유 중이다.

바이오텍 투자규모가 5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3월 말 기준 유한양행의 자산총계 2조2909억원 가운데 약 22% 비중이다. 상장 아니면 달리 엑시트 할 방법이 없는 만큼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전임 대표 시절부터 오픈이노베이션 본격화, 기술 중심 거래로 전환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이 10일 진행한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조욱제 대표 역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질의응답시간에 더벨이 질문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그는 "과거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전략을 대폭 바꿀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전임 대표 시절부터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였던 시절을 의미한다.

유한양행이 R&D 투자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부족한 기반기술이나 유망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공동연구 및 협업 사례가 대폭 늘었고 지금의 유한양행 '렉라자'와 같은 성과물도 있었다고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소위 유한양행은 '중개연구'와 같은 성과를 냈고 완제품은 빅파마가 만드는 형태로 R&D가 발전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직접투자의 명암은 뚜렷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회사가 나오기 시작하는 건 물론 폐업하는 회사까지 생겼다. 직접투자를 하다보니 금액은 물론 투자회사 숫자도 생각보다 커졌다. 투자에 대한 관리가 금융사가 아닌만큼 유한양행 입장에선 어려운 문제였다.

상장 아니면 엑시트 하기 어려운 국내 시장 여건도 전략 수정의 유인이 됐다. 또 투자한 회사가 상장을 하더라도 자칫 유한양행의 엑시트가 주가하락을 유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대폭 수정키로 했다. 오픈이노베이션 개념 및 필요성은 유지하더라도 지분투자는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대신 기술을 직접 사오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또 기술협업을 하고 나중에 수익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바이오텍과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투자하면 엑시트 하기 쉽지 않고 또 하더라도 소액주주들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지분을 팔기 어려운 사정이 있더라"며 "앞으로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사서 개발하고 나중에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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