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를 움직이는 사람들]경영 전면에 선 홍은택, ESG·비욘드코리아 달성 '중책'①동아일보 기자부터 콘텐츠·커머스까지 두루 거친 'IT업계 노장', 신뢰 재건 방점
이지혜 기자공개 2023-07-13 09:56:07
[편집자주]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국내 IT기업의 선두로 꼽히는 카카오가 글로벌로 진격하겠다며 선포한 비전이다. 엔터, 모빌리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가 되겠다는 포부다. 동시에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ESG경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게 카카오의 청사진인 셈이다. 카카오의 이런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누꿀까. 카카오 비전 실현의 '키맨'과 그들이 짊어진 과제를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1일 16: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캐릭터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남궁훈 전 대표와 각자 대표에 선임된 직후 개인 SNS에 이렇게 밝혔다. 한 번도 대표이사가 되고자 일한 적 없다는 그는 IT업계의 ‘노장’으로서 젊은이가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남 전 대표를 돕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했다.그러나 홍 대표는 생각과 달리 카카오 경영 전면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데이터센터 화재로 남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홍 대표가 단독 대표에 올랐다. 지원하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던 그였지만 결국 앞장서서 지휘하는 수장을 맡은 셈이다.
홍 대표의 어깨는 한결 무거워졌다. 종전까지 카카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이끌던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의 신사업과 글로벌 진출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홍 대표가 이끄는 '비욘드 코리아'의 경영전략은 카카오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에서 IT업계 ‘노장’으로, 콘텐츠·커머스부터 ESG까지 아울러
2005년 11월 홍 대표의 커리어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인터파크 대표이사이자 당시 NHN을 이끌던 최휘영 대표와 만남으로 홍 대표는 IT업계에 발을 들였다. 최 대표의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못 이긴 척 받아들여 2006년 NHN에서 일한 게 시작이었다.
IT업계는 홍 대표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1963년 12월 태어나 중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워싱턴 특파원, 이라크전 종군 기자, 동아일보 노조 제14대 위원장까지 지내면서 신문쟁이, 글쟁이만이 업인 줄 알았다.
2003년 미국 라디오 방송국 KBIA에서 토론 프로그램 제작자로 일할 때나 2005년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을 맡은 것도 기존 커리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2006년 IT업계로 자리를 옮겼지만 언론과 접점이 끊어진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NHN에서 미디어서비스그룹장, 서비스운영총괄 등과 함께 에코시스템TF장, CEO 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당시 그는 NHN 미디어 담당 임원으로서 '뉴스캐스트'를 만드는 등 수백만 편의 기사를 디지털화하기도 했다.
카카오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2012년 12월 홍 대표는 카카오의 콘텐츠서비스 부사장으로 왔다. 이후 카카오 최고업무책임자 헤드 오브 스태프(Head of Staff), 카카오 소셜임팩트 총괄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홍 대표가 경영자로서 실력을 입증한 것은 2018년 12월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를 지내면서다. 지금은 카카오 산하의 사내독립기업(CIC)가 된 카카오커머스지만, 홍 대표가 이끌던 당시 카카오커머스는 거래액을 4배 이상 늘리며 선전했다.
홍 대표가 중용된 결정적 배경이다. 경영자로서 실력을 입증한 그는 2022년 1월부터 카카오 소셜임팩트 부회장, 그해 2월부터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센터장을 겸임했고 7월에는 남궁훈 전 대표와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카카오가 사회에 기여하도록”, ESG경영·비욘드 코리아 '앞장'
당초 “창의적이고 유연한 남궁훈 대표가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라던 홍 대표였지만 그의 임무는 ‘돕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지난해 말 발생한 SK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남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3개월 만에 홍 대표가 단독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로 바뀌었다.
단독 대표에 올랐지만 홍 대표의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 홍 대표는 여전히 카카오임팩트 이사장과 카카오 CA협의체 보드를 맡아 카카오의 ESG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카카오임팩트는 카카오의 기술력과 영향력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2018년 4월 설립한 사회공헌재단이다. CA협의체는 기존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계승하는 조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 카카오 계열사의 경영전략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홍 대표는 이사회에서도 ESG경영을 강화하는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에 소속돼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의 ESG총괄에도 올라 있다. 산하에 ESG워킹그룹(ESG Working Group)과 ESG사업실 등을 두고 지속가능성이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 녹아들도록 애쓰고 있다.
카카오의 사회적 신뢰 재건이 핵심 과제로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화재사고에 더해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플랫폼기업을 향한 사회적 오명이 더해지면서 각종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홍 대표는 지난해 말 한 피해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SNS에 “새해 계묘년에는 카카오가 좀더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남 전 대표 몫까지 해내기 위해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도 이끌고 있다. 카카오는 미래 10년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을 선포하고 해외매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웹콘텐츠와 K-팝, K-드라마 등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다.
덕분에 카카오는 2021년까지만 해도 10%에 그쳤던 해외매출 비중을 지난해 20%로 늘렸고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도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카카오공동체가 이 사회에서 뿌리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ESG경영과 글로벌 진출을 통한 위상 제고가 이를 위한 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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