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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리뉴얼]한경연 통합 둘러싼 두 개의 시선④싱크탱크형 경제단체 거듭나기 vs 4대그룹 복귀 우회로

원충희 기자공개 2023-07-18 11:45:05

[편집자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2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조직혁신을 진행한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 후 1961년 첫 이름인 '한국경제인협회'로 돌아간다. 이와 함께 4대그룹을 복귀시키고 정식 회장 선출 작업을 동시 진행 중이다. 2016년 최순실 사태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뒤 7년 만에 '재계 맏형' 복귀를 꿈꾸는 전경련의 변화상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2월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추대할 때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원)을 국제적 수준의 싱크탱크로 육성할 일명 '뉴웨이 구상' 계획도 내놨다. 단순 연구기관을 넘어 지식 네트워크의 허브로 격상, 경제교육과 인재 양성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취지다.

결론은 전경련과의 흡수 통합이다. 한국판 헤리티지 재단을 표방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선제적 정책 개발과 대안 제시를 기대하는 견해와 반대로 이익단체 목소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데다 4대그룹을 끌어오기 위한 우회로라는 불만이 나온다.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변모 위한 합병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게 제 의견."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1차청문회에서 전경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61년 창립된 전경련은 대기업의 잇단 탈퇴로 존폐 기로에 섰던 시점이었다. 전방위 해체 압력을 받으면서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이 필요했다.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세간에 돌던 '발전적 해체설'을 일축하고 내부 쇄신으로 방향을 돌렸다. 전경련을 대기업 위주 이익단체에서 시장경제 성향 싱크탱크로 바꿔 가장 문제였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게 핵심이었다.

헤리티지재단은 1973년 출범한 미국 보수성향의 대표적 정책연구기관으로 특정 당파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고 광범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980년 레이건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낸 보고서 제안의 60% 이상이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위상이 급격히 올라갔다.

허 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아 올 2월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추대될 때 1차 윤곽이 나왔다. 그 중에는 한경연을 보고서 발간 위주의 단순 연구기관이 아닌 지식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어 경제교육과 인재 양성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작지만 넓고 빠르고 깊게'라는 모토로 기관 명칭과 성격, 구성도 모두 바꿀 방침이다.

결론은 전경련의 한경연 흡수 통합이다. 전경련의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해 선제적 정책개발과 대안 제시를 하고 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이슈 대응 역량도 높인다. 경제·산업·기업 등 분야별 국내외 연구자 등 전문가를 발굴하고 외주연구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한다. 정책연구기관으로서의 색깔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4대그룹 복귀에 '정경유착 끊기, 윤리성 강화' 개혁 가려져

다만 한경연 흡수 통합을 두고 여론은 엇갈린다. 일단 대기업 권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이미지가 강한 전경련에 한경연이 흡수되는 게 시장경제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희석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비영리법인으로 순수하게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데 개인 기부금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또 외부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부금 상한액을 규정했다. 예산 출처에 따른 비자발적인 성향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정체성을 정한 것이다. 대기업 회비와 임대사업으로 영위되는 전경련과 예산구조가 다르다.

또 다른 면에선 4대그룹 복귀에 급급해 정작 가장 핵심인 정경유착 고리 끊기 과제가 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은 윤리위원회 설치와 심의기능을 강화,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의사결정 권한을 준 뒤 회원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혁신조치보다 4대그룹 복귀설이 더 주목받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은 전경련에 탈퇴했으나 한경연에는 회원사로 있다. 한경연 흡수 합병을 통해 회원사들을 승계하면서 자연스레 4대그룹 복귀를 위한 물꼬를 텄다. 우회적인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기류"라며 "재가입하더라도 정당한 명분과 절차를 밟아서 부정적 여론을 피하고 싶은 데 지금은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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