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기관영업 전략]교육청 금고 유치 압도적…비용 부담 커질 우려도③17곳 교육청 금고 중 16곳 운영…기금 규모만 70조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18 07:06:39
[편집자주]
농협은행은 기관 영업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공공기관의 금고는 으레 농협이 맡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국내 최대 점포수를 기반으로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아온 덕분이다. 기관영업에서 농협은행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기관영업에 참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각 분야별 농협은행의 기관영업 전략과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의 전국 교육청 금고는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교육청 금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농협은행의 아성은 깨지지 않았다. 지역재투자평가 지표가 금고 선정에 주요 배점으로 작용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농협은행 입장에선 교육청 금고 선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다만 우려도 역시 존재한다. 지역 교육청에 제공하는 낮은 수신금리에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상승에도 관련 기금 금리는 0%대를 유지하면서 일부 지역 교육청을 중심으로 기금 수익률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농협은행이 이 같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경우 다음 기금 입찰에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쟁은행에 금고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7개 전국 교육청 금고 중 16곳 선점
교육청 금고는 은행 기관금융 내에선 지자체 금고 다음으로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75조원에 달하는 전국의 교육청 예산을 통해 대거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육청 종사자는 물론 공립 초·중·고등학교 교사까지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국 교육청 금고 관리의 압도적 1위는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전국 17개 지역 교육청 중 부산교육청을 제외한 16개 교육청의 금고지기를 맡고 있다. 부산교육청의 경우 부산은행이 맡고 있는데, 이마저도 농협은행이 금고 입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은행 내부에서는 농협은행 입찰 미응시에 "안도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농협은행의 교육청 금고 아성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2021년 새 금고 입찰을 진행한 인천·경기·충북·충남·대전·전북·경북·경남 등에서 모두금고 수성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세종시교육청 금고에 다시 선정됐다.
농협은행이 압도적으로 교육청 금고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 덕분이다. 교육청은 금고지기 선정은 과거 2015년 전까지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로 계약을 진행했다. 30~40년간 지역농협과 인연을 맺은 지역 교육청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위해 농협은행을 선택했다.
이후 농협은행이 압도적으로 교육청 금고 유치에 성공하자 독과점을 막기 위한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6년 8월부터 예규가 변경됐다. 변경된 예규에는 기존 금융기관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사업은 실적 대신 계획으로만 평가하도록 했다. 또 협력 사업비에 대해선 교육청이 집행 내역을 공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에도 농협은행을 대적할 은행은 나타나지 않았다. 예규 변경에도 농협은행의 아성이 무너지지 않은 데에는 금고선정 평가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 교육청은 금고 선정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교육청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교육수요자 및 교육 기관의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능력 △교육기관 기여 및 교육청과 협력사업 등이다. 최근에는 지역 재투자평가와 탈석탄 선언 등 ESG 관련 지표도 참고한다.
이중 이용 편의성과 금고 업무 관리능력, 교육청과 협력사업 등 3개 항목은 농협은행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전국에 가장 많은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30~40년간 지역 교육청 금고를 맡아 다양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포함된 지역 재투자평가에서도 압도적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전국 9곳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역 교육청 금고 선정 방식이 변화해왔지만 여전히 농협은행의 경쟁력은 우수하다"며 "일각에서는 교육청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농협은행의 입찰을 막아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 수익률 불만은 불안요소
압도적인 교육청 금고 유치에도 농협은행의 고민은 있다. 경쟁 은행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박형대 의원은 최근 전남교육청의 금고 운용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농협은행의 낮은 수신금리 책정으로 전남교육청의 수익 확보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정기예금(6개월∼1년 미만) 수신금리는 연초 1.74%에서 연말 4.51%로 상승했기 때문에 장기 예치가 가능했던 도청과 교육청의 남북교류협력기금 같은 경우는 평균 금리를 적용하고 탄력적으로 운용했다면 기존보다 2배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낮은 수신금리 제공은 전남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21년 10월에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1000억원을 농협은행에 0.74% 이자율로 1년간 정기예금으로 예치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행이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수신금리는 1.46%에 달했다. 같은 해 12월 한국은행이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는 1.79%였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재정안정화기금 3143억원을 1.25%의 약정 이자율로 1년간 예치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받은 '시·도교육청별 기금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교육청은 지난해 이자수입 결산 기준으로 8조6130억원의 기금을 운용했지만 수익은 599억원에 그쳤다. 단순 이자수익률은 0.69%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금리는 4%에 달했다. 잔액기준 총 수신금리 역시 2% 수준이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그간 교육청 금고를 다수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교 등 타 기관에 비해 출연금 비중보다는 지역균형 발전과 과거 교육청 금고 운영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며 "최근 불거진 금리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높은 금리 책정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농협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은행이 전국 교육청 금고 16곳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성해야 하는 금고 역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교육청 금고 보유 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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