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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속 기업들]정유에 머무르지 않는 에쓰오일, 친환경 에너지 준비석유공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투입…스타트업 투자, 미래 포트폴리오 확보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17 07:15:13

[편집자주]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를 풀어 '혁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더벨은 최근 실증을 승인받아 샌드박스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된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에 따라 흔들리는 사업구조는 정유업계의 오랜 고민 중 하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윤활기유,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에쓰오일 역시 이 일환으로 설비 고도화율을 끌어올리며 잔사유를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최근에는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포함한 샤힌프로젝트(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 사업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순환경제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사업모델 다각화, 기존 공장 활용한 순환경제 사업 추진

1976년 쌍용양회공업과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의 합작으로 시작된 에쓰오일(당시 한국·이란석유주식회사)은 설립 후 10여년 동안 정유 외길을 걷다 1981년 윤활기유 제조시설을 상업가동하며 새로운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1991년 사우디 국영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Aramco Overseas Company B.V.(AOC)가 주요 주주(당시 지분 35%)로 자리하기 시작하면서 석유화학 사업에도 손을 뻗치며 본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그해 나프타 개질시설 및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생산시설 구축을 시작으로 1996년 중질유분해 탈황시설(BCC)를 가동했고 2004년과 2015년에는 이러한 석유화학 시설을 고도화했다. 현재 윤활부문(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과 석유화학 부문이 에쓰오일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정유 사업의 수익 변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며 결실을 보고 있다.


신사업 프로젝트로 역량을 입증한 에쓰오일은 2026년까지 9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입해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완성할 계획이다. 연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아람코가 국내에서 진행하는 최대 프로젝트다.

그동안 진행했던 이러한 대형 사업들과 별개로 새롭게 추진하는 분야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들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규제샌드박스를 승인받아 실증사업에 돌입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처리 사업'이 이중 하나다.

이 사업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제조한 열분해유를 기존 공정에서 원유와 함께 처리해 휘발유, 등유, 나프타, 폴리프로필렌 등 정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제원료로는 석유와 석유제품만을 활용할 수 있는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통해 앞으로 2년 동안 실증 생산이 가능해졌다.

에쓰오일은 실증 기간 최대 1만톤의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자원순환형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실증 사업장은 에쓰오일 최초의 공장이 위치한 온산공장에서 진행된다. 이제 시작단계이기는 하나 폐플라스틱을 재자원화한다는 점에서 자원순환 및 폐기물 감축이라는 사회적 목표와 맞물린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순환경제

에쓰오일의 친환경 사업에 대한 의지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사업과 당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던 에쓰오일은 2010년대 후반 들어 투자조합, 스타트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19년 1월 아이피아이테크(폴리이미드 필름), 원프레딕트(산업 인공지능 솔루션)를 시작으로 벤처투자 목적의 출자를 본격화했다. 이후 투자 포트폴리오를 배터리(리베스트), 정수·태양광 설비시공(글로리엔텍), 아스팔트용 유황개질제(범준이엔씨) 등으로 다양화했다.

여기에는 폐기물 기반의 순환경제 사업 투자도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7억원을 출자한 올수가 그 사례로, 해당 스타트업은 폐유지를 수거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에쓰오일은 폐유지를 바이오에너지 원료의 하나로 보고 이 역시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에 실증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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