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쟁]BOE 도발에 삼성의 과감한 결단…LG와 'LCD'도 교섭⑧과열된 중국 기술패권 경쟁, 공급망 개편 일환…원가 경쟁력 확보 관건
손현지 기자공개 2023-07-21 10:26:18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 구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와 또 한 번 맞손을 잡는다. 얼마 전 성사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계약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거래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 그룹이 LCD TV에서 만큼은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새로운 협력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양사간 TV용 LCD 패널 거래가 처음은 아니다.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략적인 협력관계라기 보단 필요에 의한 '대안'이었다. 당시 샤프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그룹이 삼성전자에 LCD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도움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후로 삼성은 전체 LCD 패널 주문량의 1~2% 수준으로 LG와 희미한 거래를 이어왔다.
올해는 다르다. 삼성은 최근 BOE와의 특허소송 갈등으로, 비싸더라도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패널사의 제품을 더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남은 협상 변수는 가격이다. 삼성 입장에선 기술패권 경쟁도 중요하지만 TV, 스마트폰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사수도 중요한 과제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 기술 자존심 건드린 BOE…갈등 악화일로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세트부문(CE)은 최근 TV와 스마트폰 패널 공급망 개편 논의에 한창이다. 핵심 내용은 BOE와의 거래를 끊고 공급망 대안을 찾는 것이다. 스마트폰(MX)사업부의 경우 BOE와 오랫동안 추진해온 스마트폰 OLED 패널 협력을 중단시켰다.
생활가전사업부도 비슷한 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BOE가 생산하는 LCD 패널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안으로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 샤프 등 업체들을 유력 후보군으로 점찍고 가격, 공급 시기 등을 논의 중이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라 LG디스플레이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적자기조에 연간 출하량 5000만대에 달하는 세계 1위 TV사인 삼성전자와의 협력강화가 시급한 만큼 가격 등 최대한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과 BOE의 갈등전선을 두고 의아해하는 시선도 적지않다. 양사는 TV·스마트폰·태블릿 등 다양한 거래로 얽힌 사이다. 삼성은 2021년에는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BOE로부터 공급받은 LCD 물량을 17%까지 확대한 적도 있다. BOE는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에 힘입어 LCD 패널을 저가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만큼 삼성과의 돈독한 관계를 이어갔다.
이들의 갑작스런 대립각 형성 계기는 작년부터 이어진 '특허소송'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측에 미국 유통 업체들이 중국산 특허 침해 OLED 패널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요청했는데, 당시 구체적으로 지목된 제품이 BOE 패널이었다.
BOE도 가만 있지 않았다. 올해 5월에는 삼성측이 오히려 자사 OLED 특허를 침해했다며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 해외법인까지 포함시키며 총 8건의 소송전에 나섰다.
삼성 입장에선 기술 자존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삼성 측은 "오히려 BOE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준비하던 와중에 BOE가 선수를 쳐서 내부적으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도 칼을 빼들었다. 뒤늦게지만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다이아몬드픽셀 구조와, 구동 관련 기술 등 총 5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급망 개편 작업을 통해 BOE와의 관계종료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의 공급망 개편 고민…BOE 11% 어디로
삼성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작년 LCD 사업을 철수했다. 삼성전자 세트사업부도 LCD TV 패널 공급망 전열을 가다듬었다. 특정 패널 업체 의존도를 키우지 않도록 공급망을 골고루 분산시켰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분기 중국 CSOT, HSK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중국 BOE는 11%, 대만 AUO(10%)와 이노룩스(9%), 한국 LG디스플레이(8%)와 일본 샤프(7.8%) 등 한쪽으로 편중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BOE의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관건은 BOE에 줬던 TV용 LCD '11%'를 어디로 재할당할 것인가다. 삼성이 연간 5000만대 TV 생산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많은 물량임에 틀림없다. 삼성은 워낙 LCD TV만을 고집해온터라 전체 TV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LCD TV가 대부분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 막 시작한 OLED TV 비중은 극히 적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LG디스플레이와의 LCD 거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으며 파트너십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터라 적합한 대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경쟁자였던 삼성-LG…2017년부터 '상생' 모드로
삼성과 LG, 두 그룹은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탓에 패널 협력 역사가 길지 않다. 양사 LCD TV 패널 계약이 성사된 건 지난 2017년부터다.
전략적인 협력관계라기 보단 필요에 의한 '대안'이었다. 당시 샤프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그룹이 삼성전자에 LCD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도움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후로도 양사간 TV 패널 거래 규모는 미미했다. 2020년 1%, 2021년 2% 수준을 유지했다.
달라진 건 작년부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 철수로 LGD 비중을 10%로 늘렸다. 삼성이 하반기 BOE와의 거래 물량을 LG디스플레이로 전량 이관할 경우, 삼성의 LCD TV 공급망에서 LG는 3위로 급부상한다. CSOT(28%)와 HSK(25%)에 이어 19%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전량 이관은 어려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현 상황보다 수주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가격 협상도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양사 OLED 협력을 지연시켰던 것도 가격 협상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LCD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삼성이 원가 절감 차원에서 CSOT 등 다른 중국 업체 대안을 찾을 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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