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해외에서는 라이프사이언스(Life science) 혹은 헬스케어(Health care)라는 말로 업계를 통칭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약과 바이오를 나눠 표현한다.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분명한 업의 경계를 갖고 있다고 보는 시선 때문이다.그런데 재밌는 건 제약사를 표현할 때 언론도 업계도 흔하게 '전통제약사'로 칭한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종근당·한미약품 등과 같은 일반적인 제약사들을 의미한다. 틀린 표현으로 볼 순 없지만 이 표현에는 일종의 편견 같은 게 숨어있다는 점은 간과할 일은 아니다.
제약사를 영어로 표현하면 Pharmaceutical, '파마'다. 화이자·존슨앤존슨·사노피 등 대형 제약사들을 '빅파마'로 표현한다. 국내 제약사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빅파마들을 표현할 때 'traditional'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바이오 의약품과 대비되는 용어로 합성 및 케미칼 의약품을 '전통적인 의약품'으로 지칭하는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가 특이하게도 전통제약사라는 말을 흔하게 쓰는 건 단순히 100여년 전통을 가진 제약사라는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형태의 제약영업에 초점을 맞춘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이다. 케미칼 의약품, 구체적으로는 제네릭 중심으로 실적기반을 갖춘 회사라는 의미인 셈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억울하다. 여전히 유통 및 제네릭이 중심인 회사도 많지만 중대형 제약사들은 혁신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고 이미 많은 변화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최근 10여년간 연구개발(R&D)에 매출 10% 이상을 집행하며 신약개발에 뛰어들었고 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 등은 기술이전이기는 하지만 고무적인 실적을 냈다. 삼진제약·일동제약 등 중형사들 역시 체질개선을 위해 대규모 투자도 불사한다.
그럼에도 '전통'에 갇힌 이미지로 제약사의 몸값은 수천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이고도 실적 한번 내지 못한 단일 파이프라인의 바이오텍보다도 낮다. 각종 규제와 부정적 시선에 갇혀 신약개발 의지도 외면된다.
그러는 사이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항암 치료제를 상업화 했고 HK이노엔은 P-CAB 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해외수출까지 타진하고 있다. 삼진제약·한독·중외제약 등은 대규모 연구단지를 조성하며 혁신 전진기지도 마련했다. '전통'이라고 표현하기엔 꽤 세련되고도 트렌디 한, 글로벌을 겨냥한 혁신을 꾀한다. 그리고 성과도 있다. 더이상 업계를 통칭해 '전통'이라는 틀에 가둘 이유가 없다.
한 대형 제약사 R&D 임원이 한 말이 맴돈다. "왜 언론은 제약사를 '전통제약사'라고 쓰나요? '전통'을 좀 떼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요?" 이제는 제약사를 다시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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