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2분기 삐끗 고영, '의료·AI SW' 하반기 반등 노린다밸류체인 재편 탓 매출·영업익 대폭 하락…뇌수술로봇·스마트 팩토리 신사업 주력 예고
조영갑 기자공개 2023-07-25 08:03:42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0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3D SMT(표면실장) 검사장비 1위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가 글로벌 반도체 불황의 파고와 밸류체인 재편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하반기 D램 등 반도체 재고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를 지속한 신규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영은 올 2분기 매출액 535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잠정실적)했다. 매출액은 전년 652억원 대비 17.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95억원 대비 67.7% 줄었다. 1분기 실적과 비교해서도 매출액은 15.9%, 영업이익은 68.2%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고영의 부진은 고영 자체의 사업성과 별개로 글로벌 산업 전반의 투자 둔화를 암시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고영은 전 세계 3400여개 이상의 고객사를 두고 있는 3D SMT 검사장비 시장의 톱티어 기업이다. 주력제품인 SPI(납도포 검사), 부품 실장 검사(AOI) 시장에서 2013년 이후 점유율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SPI 장비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항공우주, 군수 등 첨단산업 영역까지 고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D램 재고 이슈의 여파로 올 상반기까지 메모리 및 비메모리 시장의 위축이 이어졌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로 인해 중국 내 산업장비 투자 역시 불황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고영이 불황의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중국 내 해외기업의 리쇼어링(자국 회귀) 흐름 역시 고영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영의 글로벌 고객사가 신규 라인투자나 증설 투자를 단행할 경우 검사장비의 수요 역시 정비례하기 때문에 투자의 위축은 곧 고영의 실적으로 연동된다. 고영은 현재까지 2만1000대 이상의 3D SMT 검사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했다. 초도 계약을 맺은 고객사들은 투자 상황에 따라 반드시 고영에 후속 PO(구매주문서)를 낸다.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고영 내부는 침착한 상황이다. 큰 위기로 인식하기 보다 전열을 가다듬어 하반기에 대비하자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가 둔화돼 '세계의 공장' 중국 수요는 줄었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3D SPI, AOI 수요가 늘고 있고, 일반 산업군(Industrial)향 매출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은 아직도 내리막이지만, 2차전지 부문 등에서 미국, 유럽 친환경 에너지 고객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면 업사이드가 보태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영은 2분기 기존 고객사군과 대별되는 Industrial 부문에서 스마트 솔루션 확대 등에 힙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총 매출 대비 약 35% 가량(18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의료사업 등 신사업 영역에서도 실적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고영의 뇌수술용 의료로봇(카이메로)는 첫 양산공급을 개시한 2020년 이래 1년에 1대씩 꾸준히 상급병원 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올해 인천성모병원과 성빈센트병원에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하반기 국공립 병원 등에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지연됐던 미국 FDA 인증 절차도 속도를 낸다. 고가의 하이엔드 장비라 판로가 확대되면 주요 매출처가 될 수 있다.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관련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 부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고영은 2016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AI 연구소를 설립, 관련 R&D(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증 단계인 AI 기반 모니터링, 분석 및 진단, 최적화(optimizing) SW가 하반기부터 본 궤도에 올라갈 전망이다.
고영 관계자는 "상반기는 어려운 영업환경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중장기적으로 EV 시장의 투자 확대와 리쇼어링 흐름에 올라탄 산업군, AI 서버 관련 투자 확대 등으로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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