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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의 유산, SK 바이오는 지금]'따로 또 같이' 전략에 가린 2조 매출 그리고 존재감③업계 선두권과 비슷한 실적, 각자도생 전략으로 사별 '파편화'…'공동홍보' 검토중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26 11:10:38

[편집자주]

선대회장 시절 시작한 바이오 사업은 36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섬유·석유화학에서 파생할 수 있는 신사업이 '신약'이라는 선대회장의 선구안이 연구개발 DNA를 빚어냈다. 언제 돈이 될지도 모를 신약에 대를 이어서까지 꾸준하게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도 그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의 제약과 백신, SK㈜의 신약과 CDMO 등 오늘날 SK그룹의 양대 바이오 사업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뭉치면 산다. 그러나 SK그룹은 '흩어져야 산다'의 전략을 쓴다. 통념과는 반대다. 사촌경영이라는 특이한 구도의 오너십이 자리잡기 위해선 각자도생 전략이 필요했다. '따로 또 같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한지붕 다가족 생활을 정착시켰다.

이 같은 전략은 외부 간섭없이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업계 내 존재감 측면에선 힘이 빠질 수 있다.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응해 필연적으로 덩치를 키워야 하는 바이오업계 상황에서는 더더욱 유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실적 규모만 따질 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내로라하는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파편화한 구도 때문에 대기업치고는 업계 내 존재감이 꽤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서 제약바이오 기여도 1% 미만…업계로 넓혀보면 '상위권'

지난 4월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키워드는 '반도체·전기차·항공우주·방위산업·바이오'였다. 바이오 사업을 하는 대기업 가운데 삼성·롯데·셀트리온에서 총수는 물론이고 관련 부서 주요 임원이 동행해 힘을 실었다.

하지만 SK그룹은 재계 서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바이오 사업을 하는 임원은 단 한명도 동행하지 않았다. 배터리나 화학 임원들만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삼성과 롯데 등 관련 대기업의 이미지에 바이오가 분명하게 새겨져 있지만 SK그룹에서 바이오는 이제 막 키우는 작은 사업이라는 의미가 짙다.


물론 SK그룹에서 바이오 사업이 기여하는 실적은 미미하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인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그리고 SK플라즈마에서 창출되는 연간 실적은 2022년 기준 9200억원이다. SK㈜ 계열의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가 내는 매출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SK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매출이 총 2조원을 웃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포탈 추산 기준 SK그룹이 전체 220조원을 번다는 걸 감안하면 바이오 사업의 기여도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로 넓혀보면 얘기다 다르다. 제약바이오 업계 선두권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SK그룹의 관련 사업이 그다지 또 작다고 볼 수도 없다.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이 연간 1조7000억원을 벌어들이고 CMO(위탁생산)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조원 매출을 기록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을 포함한 셀트리온의 매출이 약 4조원 안팎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연간 약 2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비교해도 상당한 괴리가 있다. 뭉치면 커지지만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전략에 따라 각 사업들이 파편화 되는 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사업을 다 합치면 규모가 상당하지만 계열이 나뉘어져 있는데다 각각 독립경영 체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그다지 눈에 띄지 못한다"며 "인사교류는 물론 생존전략 역시 각자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및 기존사업 중심 '업계 내 존재감 희석'…최근들어 '소통' 고민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업계 내 탄탄한 입지를 나타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업계가 하는 사업모델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SK㈜ 계열의 바이오 사업이 지향하는 모델은 밸류체인에 있다. 신약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직접 한다는 목표로 M&A 전략을 구사했지만 중심은 '해외'였다.

매출규모가 가장 큰 CDMO 생산기지 그리고 신사업으로 미는 세포치료제(CGT) CDMO 사업 역시 거점을 유럽 등 해외에서 찾았다. 세노바메이트를 통한 미국시장 직진출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아예 지향점을 해외로 삼고 있는 셈이다.

SK디스커버리 계열 바이오 사업은 SK㈜와는 다르게 국내를 타깃한다. 그러나 SK케미칼의 그린케미칼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제약사업 비중이 작다는 점이 존재감을 희석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핫해지긴 했지만 일회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 마련해 놓은 사업이 여전히 중심이라는 점도 업계 내 입지를 키우는 데 발목을 잡는다. 신규 파이프라인이나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등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다보니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그리 눈에 띄는 플레이어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산에서 비롯된 투트랙 경영 전략은 오늘날 각자도생 생존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의미도 달라졌다. 그가 경영할 당시 유공과 선경합섬에 각각 신약연구소를 세운 건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가치를 발굴하고 그 안에서 시너지를 찾는 한편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종현이라는 단일 리더십에서 오너 2세인 '최창원·최태원'으로 각각 오너십이 바뀌면서 '따로 또 같이'라는 이름 하에 독립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서로의 사업에는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SK라는 울타리를 공존하는 방식이다. 불협화음이나 갈등을 막기 위한 최선책이기도 하지만 덩치를 키워 업계 내 입지와 존재감을 넓히는 데는 당장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고무적인 변화가 있다면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간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SK디스커버리 계열과 SK㈜ 계열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바이오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다만 정보공유 차원일 뿐 아직 전략을 교류하거나 협업하는 등의 사업적 결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추후 뭉쳐야 효과를 볼 수 있는 '홍보' 정도를 함께 하는 방식의 협업이 예상된다.

SK그룹 또 다른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 계열과 SK㈜ 계열간은 물론 각 계열 간 회사끼리도 그다지 큰 교류를 하는 건 아니다"며 "사업적 결합을 하기엔 포트폴리오가 다를 뿐 아니라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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