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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의 유산, SK 바이오는 지금]길은 달라도 고민은 같다, 'BBC의 자격' 결국 실적④1분기 엔데믹 이전 회귀, 적자 수익성 과제…갈길 먼 성장동력, 백신 의존도 '의문'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28 11:30:17

[편집자주]

선대회장 시절 시작한 바이오 사업은 36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섬유·석유화학에서 파생할 수 있는 신사업이 '신약'이라는 선대회장의 선구안이 연구개발 DNA를 빚어냈다. 언제 돈이 될지도 모를 신약에 대를 이어서까지 꾸준하게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도 그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의 제약과 백신, SK㈜의 신약과 CDMO 등 오늘날 SK그룹의 양대 바이오 사업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BC, 바이오(Bio)·배터리(Battery)·반도체(Chip). 몇해 전부터 한국경제의 주요 아젠다로 부각한 핵심사업이다. 바이오는 신약 혹은 CDMO(위탁개발생산), 백신 정도가 꼽힌다. 모두 SK그룹이 하는 사업이다.

선대회장의 유지로 이어진 바이오 사업이지만 사실 그룹 내에서 조명받은 건 불과 몇해 전이다. 국가 지원사업으로 떠오르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그룹의 성장사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SK그룹에 있어 바이오 사업이 주력으로 자리잡기까지엔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결국 '실적'. 특히 코로나 팬데믹 효과가 거치면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관련 계열사들이 선대회장 유산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유의미한 실적을 낼 지 여부가 그룹 내 주류가 될 방향키를 결정한다.

◇연 2.5조 매출 엔데믹으로 다시 축소 조짐, 매출 커져도 적자기조 지속

SK그룹 바이오 계열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2조원대 매출로 덩치를 키웠다. 이전까지만 해도 1조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1년 2조5000억원까지 커졌다. 당시 영업이익은 6319억원까지 불었다.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기조가 팬데믹으로 수익사업으로 전환됐다.

당시 SK㈜는 물론 SK디스커버리 계열 모두 실적이 확대됐다. SK㈜ 바이오 계열사들의 매출이 6000억원대에서 1조2000억원으로, SK디스커버리 역시 5000억원대에서 1조3000억원대로 커졌다.

덩치를 키운 전략은 각 계열이 달랐다. SK㈜는 인수합병 전략을 썼다. 2021년 프랑스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 위탁생산(CMO) 기업 이포스케시를, 2022년엔 미국 CGT CMO인 CBM을 인수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엑스코프리'라는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출시하며 매출을 키웠다.

SK디스커버리 계열은 백신사업의 덕을 톡톡히 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의 CMO사업을 본격화 하면서 매출 규모를 1조원까지 키웠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노바백스(Novavax) 백신을 위탁생산 한 게 큰 효과를 거뒀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이 3조원이 최대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규모만을 볼 때 상위권에 랭크될 수준이었다. 이 기회를 틈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당규모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으며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는 일회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은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수익성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조짐을 보인다. SK그룹 바이오 계열사들은 올해 1분기 총 400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62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06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세부적으로 SK바이오팜과 SK플라즈마의 매출이 소폭 늘어났을 뿐 전 계열사들이 모두 축소됐다.

SK㈜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총 2578억원의 매출로 377억원 영업적자를 봤다. SK디스커버리 계열 바이오사업은 1375억원을 벌어 243억원 적자를 냈다.

엔데믹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건 백신사업을 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1분기 매출 206억원을 벌어 292억원의 적자를 봤다. 매출이 77% 줄었고 수익성은 적자전환했다. SK디스커버리 계열 적자 대부분이 SK바이오사이언스 탓이다.

SK㈜ 계열의 SK팜테코 역시 백신사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타격을 입었다. 관련 의약품 생산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2000억원대 매출이 1000억원대로 줄었고 15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직판 및 밸류체인 구축에 힘쏟는 SK㈜, 백신에 올인한 SK케미칼

그렇다면 이들 계열사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지 그리고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나 SK㈜의 성장동력의 경우엔 갈길이 멀고 SK디스커버리 계열은 백신 말고는 이렇다 할 동력이 없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남긴다.

SK㈜는 세노바메이트의 직판 사업과 함께 CGT CMO를 메인으로 내세운다. 각각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가 담당한다. SK바이오팜이 추진하는 세노바메이트의 경우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허가 등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여기에 판매까지 직접 하면서 밸류체인 구축은 물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미국시장에서만 매출 1조원을 목표한다. CGT CMO는 SK팜테코가 담당한다. 이를 위해 유럽과 미국시장 내 생산거점을 각각 인수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략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된다. SK바이오팜이 추진하는 직판의 효과가 가시화 되고는 있지만 캐시카우 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지적이다. 직판전략을 추진한 지 3년이 됐지만 아직 흑자구간에 들어서지 못했다.

신약개발의 임무를 맡고 있는 SK바이오팜의 넥스트 파이프라인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된다. 타겟단백질분해(TPD)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ProteoVant Sciences)를 인수했지만 아직 초기시장이다.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시간이 필요하다.

SK팜테코가 추진하는 CGT 시장 역시 초기단계다. 임상건수가 늘고는 있지만 성숙기로 들어서기엔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당분간 투자가 더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당장 매출은 늘릴 수 있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엔 쉽지 않을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K디스커버리 계열은 백신 말고는 동력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 해 전부터 신약개발보다는 백신에 주력하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했다. 사실상 자체 신약개발은 중단하고 백신사업에 수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정도로 지원이 전폭적이었다. 효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즉각 나타났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 당시 중단했던 독감백신 사업을 재개하며 매출을 늘리는 데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지만 이전 수준의 실적을 다시 보긴 쉽지 않다. 그나마 1조4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든든하지만 새로운 동력 발굴은 지지부진하다.


SK케미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차기 동력도 부재하다는 점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현재 신약개발에 투입된 연구인력은 10명에 미치지 못한다. 신약 파이프라인 중 유의미한 임상단계에 접어든 건도 없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작년 1월 관련 팀을 구축했지만 지휘봉을 잡았던 인력은 퇴사했다. 사실상 백신, 즉 SK바이오사이언스가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향후 성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을거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선대회장 시절 마련된 신약기반이 현재의 바이오 사업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그 이상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만들지가 핵심"이라며 "팬데믹으로 반짝 떠오른듯 했지만 엔데믹을 계기로 다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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