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 헤치는 롯데]롯데지주, 바이오 사업 '지원군' 역할 가능할까⑧미진한 배당수익, 3조 투자 위해 차입 불가피…행위제한 요건도 의식 필요
박기수 기자공개 2023-07-31 09:35:46
[편집자주]
롯데의 2023년 분위기는 개운치 않다. 작년 말 터졌던 건설 유동성 이슈를 힘겹게 막았더니 케미칼 시황이 살아나지 않아 결국 그룹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상징처럼 여겨왔던 '재계 Top 5' 자리도 올해 내줬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이슈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THE CFO는 롯데의 기업가치와 깊이 연관돼 있는 재무적 현주소를 비롯해 향후 과제와 거버넌스 이슈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6: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가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은 바이오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키고 미국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해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진출했다.이외 국내에서는 항체 의약품 생산을 위한 메가플랜트 조성을 위해 올해 6월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다. 송도를 부지로 확정하고 2030년까지 3개의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3개 설비를 포함해 국내 메가플랜트에는 총 3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당장 올해 연말 착공과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1공장 건설비용으로는 부지비용을 포함해 약 1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장 건설이 이뤄지면 비용 등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추측이다. 이 상황 속에서도 투자는 이뤄져야 하고 결국 주주인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재원 마련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80% 지분을 보유한 롯데지주의 현금 지원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롯데지주의 재무 체력이다. 바이오 사업이 무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롯데지주는 적절할 때 자금을 투입하는 지원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의 현금 지원력은 충분할 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매년 배당 1000억 수준…배당 '뭉칫돈' 쌓기 힘든 환경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사로 자회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이 현금흐름의 주요한 부분이다. 2017년 지주가 공식 출범하고 금융사 지분 정리 등 현재 지주 체제가 갖춰진 것은 2019년이다. 이 당시부터 현재까지 롯데지주는 매년 1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한 마지막 해인 2019년 2250억원을 배당수익으로 기록한 롯데지주는 이듬 해 1545억원, 2021년 1032억원의 배당수익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147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1042억원의 배당수익을 기록 중이다.
금액으로 봤을 때 배당수익 만으로는 바이오 사업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다. 롯데가 바이오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조5000억원, 일시불로 현금이 지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유 현금성자산과 배당수익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3/07/25/20230725154709140_n.png)
롯데지주의 배당수익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다. 2019년 이래로 현재까지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에 2730억원을, 롯데쇼핑은 2008억원을 배당했다. 기타 롯데역사(587억원), 롯데칠성음료(501억원), 롯데웰푸드(451억원)도 꾸준히 롯데지주에 배당했지만 케미칼과 쇼핑이 압도적으로 금액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배당 뭉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회사들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배당을 가져다 준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의 지분율이 고작 25.31%뿐이다. 롯데쇼핑 지분율도 40%에 불과하다.
SK그룹의 경우 지주사 SK는 90% 자회사 SK E&S로부터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매년 수령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롯데지주는 애초에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퍼 올리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신사업을 위한 '지주'의 자금이 필요할 때 지주가 차입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타그룹 대비 열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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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필요하지만 부채비율 200% 미만은 유지해야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 별도 기준 8824억원이다. 대부분 유동성 금융상품이다.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은 유동성이나 향후 바이오 투자가 조 단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많은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 부채비율은 97.8%다. 현재 기준으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추후 바이오 투자를 위한 차입 등이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롯데지주는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상 행위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림돌도 있다. 부채비율과 관련한 행위제한 요건으로는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200% 이상 높아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뭉칫돈을 지주에서 바이오 사업으로 수혈하기 위해서는 추후 차입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라면서 "질 좋은 차입을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신용등급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어야 하는데 현 시장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단시간에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1공장이 완공된 이후 실적과 업황을 고려하여 추후 메가플랜트 2·3공장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에 롯데지주의 재무 여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사업 진행에 따라 자체 차입 등 다양한 자금 조달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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