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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 본 오리온, 기술에 생산 더한 전략이 핵심 CEO끼리 논의한 딜, 거래가격 아닌 '임원반발'로 무산…당장 '상업화' 아이템 초점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27 10:33:23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3: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 안되는 건 안한다. 오리온그룹의 경영철학은 결국 '실적'이다. 돈 못버는 회사가 직원을 지킬 수 있고 성장을 논할 수 있느냐다. 어떻게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는지가 경영전략을 판단하는 핵심이다.

바이오사업 역시 그런 관점에서 한다. 언제 돈이 될지는 물론 성공의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는 신약 영역은 오리온그룹의 관심사가 아니다. 최근 알테오젠 인수 검토를 한 것 역시 신약이나 플랫폼보다는 결국 상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인지가 핵심이었다. 이번 딜에서도 오리온그룹의 역할이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매각 원하는 창업주 '먼저 타진'…최근 종가기준 거래 합의, 약 5000억 안팎

오리온그룹이 알테오젠을 들여다 본 건 세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적으로 인수무산 된 건 한달 전, 그리고 알테오젠의 인수 검토가 유의미하게 진행된 건 두달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대략 3~4월께 양사의 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사실 그 즈음 증권가에선 알테오젠 창업주 박순재 대표가 '매각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 때였다.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만 그 의지가 막강하다는 얘기였다. 아내 정혜신 박사와 함께 창업했지만 자녀 세대로 상속이나 증여할 의사는 없었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그의 염원이 괜찮은 파트너사 물색으로 이어진 셈이다.


먼저 매각을 타진한 건 알테오젠이었다. 오리온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위해 국내와 중국의 몇몇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오포럼'이라는 사적 조직을 만들어 자문을 받고 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실무진 급에서 진행된 M&A가 아니었다. 최고경영자 즉 CEO급들이 직접 만나 진행한 딜이었다. 가교역할을 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얘기다.

딜 구조는 구주와 신주를 섞는 방식이었다. 박 대표가 보유한 20%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주가가 4만원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대금은 대략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통상 거래가 깨지는 건 가격 문제가 크다. 그러나 박 대표는 가격에도 합의했다. 전일·일주일·한달 종가 기준의 평균이라는 단순한 가격 산정 방식을 택했다. 그만큼 박 대표가 돈 욕심보다는 '기업의 지속성'에 역점을 두고 딜을 논의했다는 얘기다.

딜은 최고경영자까지 몇번을 만나면서 이뤄질 상황이었다. 매각에 처음 나서는 박 대표의 신중함과 보수적인 태도에도 오리온그룹은 꽤 배려하는 입장을 취했다. 예를들어 통상 M&A 계약서에 포함되는 '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진술과 보증)' 등 책임조항을 박 대표가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때도 오리온그룹은 반드시 필요한 문구임에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빼 줄 정도였다.

이처럼 딜은 꽤 속전속결로 은밀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최종 서명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박 대표가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그리고 딜은 약 한달 전 최종 무산됐다.

오리온그룹이 파악한 바로는 임원들의 반발이 원인이 됐다. 박 대표와 오리온그룹이 비밀리에 진행한 M&A 딜이 특정 내부인에 의해 증권가 등으로 확산됐고 임원들과 갈등이 생겼다는 얘기다.

특히 박 대표의 경우엔 오리온그룹이 경영을 보장했지만 그외 임원들에 대해선 불확실했다는 점이 자극이 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세대 바이오텍 창업주의 엑시트를 일종의 '먹튀'로 보는 세간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박 대표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오리온그룹의 알테오젠 인수가 알려진 건 물론 인수가격까지 부풀려지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알테오젠의 주가는 불과 한달만에 3만2000원에서 5만4500원으로 급등했다.

◇이전과는 다른 전략 'M&A', 키트루다 제형변경 및 아일리아 사업에 관심

최종적으로 딜은 무산됐지만 오리온그룹이 왜 알테오젠을 인수하려 했는 지는 유의미하게 짚어볼만 하다. 그간 오리온그룹의 사업 전략을 감안하면 매출 300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인수하려는 의도가 의아하다. 특히 그간 바이오사들과 협업한 형태인 파트너십, 즉 JV(합작사)나 공동투자 정도가 아닌 인수였다는 점도 특이하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두가지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항체약물 융합(ADC) 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개선하는 바이오베터 사업, 이머징시장을 타깃으로 아일리아, 허셉틴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 등이다. 특히 원천기술로 ADC 기술(NexMabTM),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증가시키는 NexPTM 융합 기술,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시키는 hybrozyme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오리온그룹은 알테오젠을 단순히 '신약 혹은 플랫폼 회사'로 본 건 아니였다. 확실한 수익화 모델을 봤다. 그게 바로 머크(MSD)와의 협업 건이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전환에 알테오의 플랫폼 'ALT-B4'이 적용됐다. 다만 이 사실은 양사 비밀협약에 따라 '추정'으로만 전해질 뿐 알테오젠이 공식화 한적은 없다. 키트루다와의 임상은 2025년 마무리 된다.

키트루다는 연간 약 26조원을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편리함 등을 확보하는 제형변경이 확정되면 알테오젠도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역시 오리온그룹이 주목한 사업이다. 알테오젠은 2024년 미국에서 시작되는 특허 만료에 맞춰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해당 약물의 매출 75%가 PFS(주사) 제형이기 때문에 이에 특화해 관련 공정과 특허 취득에 주력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유상증자로 투자한 자금으로 알테오젠이 이들 사업을 위한 공장을 짓는 한편 관련 제형의 기술이 부각될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공유했다. 결국 개발 막바지에 접어든 기술 및 플랫폼에 '생산거점'만 있으면 되는 사업을 들여다 본 셈이다.

지난 2년간 추진한 큐라티스의 결핵백신과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 사업도 기술에 '생산'만 더하면 되는 아이템이다. 각각 중국 현지에서 생산거점을 만들고 있다. 이를 활용해 오리온그룹은 CMO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생산'은 궁극적으로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이오벤처로는 쉽지 않다. 오리온그룹은 현금만 1조원을 보유하고 있고 레버리지를 감안해 최대 3조원까지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리온그룹 고위 관계자는 "알테오젠 건은 상대측의 입장 번복으로 무산됐지만 어떤 M&A라도 먼저 타진해 온 유망물건이면 들여다 볼 생각이 있다"며 "단순 신약개발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충분한 사업성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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