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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의 유산, SK 바이오는 지금]백신에 올인했던 SK케미칼, 엔데믹에 다시 '신약' 보다⑥올들어 백신 의존도 5%대로 축소…신약개발 인력 이탈, 중심축은 'SK바사'로 이동

최은진 기자공개 2023-08-03 10:04:42

[편집자주]

선대회장 시절 시작한 바이오 사업은 36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섬유·석유화학에서 파생할 수 있는 신사업이 '신약'이라는 선대회장의 선구안이 연구개발 DNA를 빚어냈다. 언제 돈이 될지도 모를 신약에 대를 이어서까지 꾸준하게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도 그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의 제약과 백신, SK㈜의 신약과 CDMO 등 오늘날 SK그룹의 양대 바이오 사업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대회장의 유지로 가장 먼저 신약의 꽃을 피운 SK케미칼이지만 20여년 전부터 백신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믿던 백신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짝 실적만 낼 뿐 적자로 돌아서면서 성장동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없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신약을 축소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동력이 없다. 결국 백신사업의 구심점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새로운 활로를 뚫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분야는 다르지만 다시 신약을 겨냥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신약 결과물을 만들어 낼 지 불분명하다. 오너가 직접 나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SK㈜ 계열의 바이오 사업과도 분위기가 다르다. 한때는 신약개발 사관학교로 불렸던 SK케미칼의 맨파워가 약해질대로 약해졌다는 세간의 평가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최창원 부회장 백신사업 결단…SK바사 독립 및 자체 신약 축소

2021년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공장을 방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디스커버리 계열로,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었지만 최 부회장이 아닌 최 회장이 현장에 동행하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백신사업에 힘을 실은 건 그룹의 결정도 최 회장의 입김도 아닌 최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2001년 백신 및 혈액제 사업을 하는 동신제약을 인수하며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2006년 대규모 백신 투자 계획을 세운 데 이어 2년만인 2008년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2년 안동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을 지었다. 2018년 SK케미칼 내 백신사업을 SK바이오사이언스라는 독립회사로 만드는 강수를 뒀다.

SK그룹의 사업 정신과도 같은 '밸류체인'을 만들고자 백신개발부터 생산, 그리고 유통 및 보관까지 일원화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게 빛을 발한 게 코로나19 팬데믹 때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금을 유치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에 성공하고 매출을 9000억원대로 키웠다.


반면 SK케미칼은 자체 신약개발을 축소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백신사업에 수천억원을 집행하게 되면서 자원배분의 적정성을 고려했다. SK케미칼은 4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집행되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R&D 비용은 1000억원을 웃돈다.

다만 SK케미칼은 실질적인 파마사업의 R&D 비용은 매출대비 약 4~5%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화학사업을 포함한 전체 R&D 비용의 매출 대비 비중보다 높다는 얘기다.

SK케미칼 내 연구인력은 현재 총 66명, 연구센터장은 유헌승 파마(Pharma)사업 청주공장장이 겸직 중이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소에는 SK케미칼보다 5배 많은 312명의 연구인력이 포진해 있다. 2017년부터 SK케미칼 내 백신사업을 총괄했던 김훈 Global R&BD 대표가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전폭적인 투자를 했던 백신사업은 코로나19 엔데믹이 가시화 되면서 현실이 드러났다. 2022년 매출이 4567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65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SK케미칼은 아직 실적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별도기준으로 매출은 물론 수익성까지 전년대비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적자로 인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결기준으로 SK케미칼의 실적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의존도는 2021년 45%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분기엔 5.6%로 급격하게 축소된 상태다.

◇'신약 사관학교'의 흩어진 맨파워, 안재용·김훈 주축 성장동력 발굴

백신 투자로 축소한 SK케미칼의 신약개발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2021년 말 오픈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당시 연구조직에 있던 이수민 현 삼진제약 R&D 센터장을 팀장으로 앉혔다. 그러나 그는 몇달 뒤 삼진제약으로 적을 옮겼다. 핵심인력이 사라진 뒤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온게 없다.

한 때 SK케미칼은 '신약주권' 목표 하에 기술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강한 맨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젠 신약 개발 주역들이 제각각 흩어져 자기 사업을 하거나 타사로 이직하며 뚜렷한 구심점이 부재한 상태다.

국내 1호 신약인 선플라 등의 개발에 핵심이었던 김훈택 대표는 현재 티움바이오를 창업한 수장이 됐다. 넥스트젠 이봉용 대표와 J2H바이오텍 김재선 대표, 하나제약 황용연 전무, 대웅제약 김건영 제재 연구센터장, 환인제약 신호철 전무, 대화제약 이명철 상무 등이 꼽힌다.

결국 성장동력은 SK케미칼이 아닌 SK바이오사이언스에 쏠릴 수밖에 없다.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안재용 사장과 김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실무임원으로는 인수합병 전문가인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전무 출신인 안재훈 성장지원실장이 있다. 또 BD실의 3명의 실장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안 사장 지휘 하에 안 실장이 움직이고 김 대표 총괄 하에 3명의 BD실장이 움직이는 형태다. 각각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는 건 경쟁체제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분야는 CGT(세포유전자치료제)와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꼽는다. 궁극적으로 신약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SK케미칼이 천연물 신약에서 출발했다면 차세대 모달리티인 CGT와 mRNA로 뻗어나가는 분위기다. 백신을 위해 접었던 신약으로 전략이 다시 바뀌는 분위기로 점쳐진다.

다만 자체 신약 발굴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은 안동공장을 활용한 CDMO(위탁개발생산)부터 노린다. CGT의 경우 SK㈜ 계열도 밀고 있는 사업이지만 협업은 없다. 초기시장이기 때문에 상당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수익 창출까지는 갈 길이 멀다. 또 관련 전문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이 때문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으로 3~5년은 투자의 시기로 본다. 해당 기간동안 적자를 감내한다는 얘기다. SK케미칼 더 나아가 SK디스커버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투자의 시기에 일어날 일시적인 적자 등을 예상하지만 성당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mRNA의 경우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는 등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이 예전엔 신약 사관학교로 불렸지만 지금은 연구소장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신약은 축소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엔데믹이 현실화 되면서 다시 신약을 보고 있지만 지나치게 초기 기술인 만큼 상당한 고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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