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러빙 배터리' 신영준 부사장, 씨앗을 결실로 만든 주역⑤LG에너지솔루션 CTO, 30년 R&D 장인…'1등' 리튬이온 배터리 밑거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28 07:29:20
[편집자주]
전자·통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던 LG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등 공들여 키워온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무게추가 옮겨갔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을 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더벨이 LG그룹의 R&D와 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oving batteries since 1993"신영준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CTO·최고기술책임자)의 SNS에 적힌 소개글이다.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초창기 시절부터 연구개발(R&D)에 참여해 사업화 과정까지 지켜본 신 부사장의 이차전지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구에 적힌 1993년은 그가 서울대 공업화학 석사과정(전기화학·리튬이차전지)을 시작한 시기다.
신 부사장은 전기차용 이차전지 셀 개발을 주도하며 LG에너지솔루션 사업개발의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시대가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원 동료들과 동고동락하며 이차전지 원천기술을 발굴했다. 지금은 LG에너지솔루션의 CTO로 차세대 전지개발을 이끌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차전지 신화 기반 마련한 리튬이온 '승부수'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대표 사업자다. 중국기업이 빠른 속도로 뒤를 쫓아오고 있지만 오랜 기간 축적한 R&D·사업화 역량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터리연구소가 있다. 1992년 LG화학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받은 이차전지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배터리연구소는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니켈수소 전지에 대항하기 위해 리튬이온 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가격면에서 니켈수소 전지가 경쟁력이 있었지만 에너지 고밀도라는 강점을 앞세운 리튬이온 전지가 전기차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리튬이온 전지 상용화를 위한 R&D에 몰두하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에 신 부사장이 합류한 시기는 2003년이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서울대 공업화학 석사를 시작하며 이차전지 분야에 빠져든 그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재료공학 박사 과정(리튬이온 배터리용 양극재)까지 마치고 LG화학에 합류했다.
신 부사장이 배터리연구소에서 이룬 대표적인 성과는 지금도 LG에너지솔루션의 독보적 기술로 평가받는 '라미앤스택(Lamination&Stacking)' 공법이다. 개별 셀을 쌓아가는 이 기법을 활용하면 배터리 두께를 2㎜ 미만으로 얇게 만들 수 있고 에너지 밀도도 높일 수 있다.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니켈수소 전지 대비 50% 이상의 높은 출력과 에너지 공급력을 자랑했다.
LG화학은 압도적인 에너지 출력을 바탕으로 2009년 미국 GM의 시보레볼트 전기차에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는 이후 대세가 된 리튬이온 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신 부사장은 이후에도 배터리팩 화재진압 장치, 스웰링(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 방지 전지 등 특허를 출원하며 배터리 셀 개발을 주도했다.
2010년대 들어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한 이차전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 부사장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의 품질 경쟁력에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아직 니켈수소 전지와 비교하면 여전히 10~15%가량 비싼 상황이었다. 단순히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나 군·항공용 등 다양한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술개발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에 신 부사장은 배터리연구소 ESS전지개발 그룹장을 맡아 직접 해당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후 신 부사장은 기술센터, 전극센터 등을 거쳐 ESS전지사업부 상품기획담당, ESS전지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사업 개발경험을 쌓았다. LG화학 배터리사업부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된 뒤에도 ESS전지사업부장을 맡다가 2021년 12월 CTO 조직 신설과 함께 초대 CTO로 선임됐다. R&D 전문성에 사업 능력까지 겸한 신 부사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신 부사장이 이끄는 CTO 조직 아래에는 셀선행개발센터, 팩개발센터, BMS개발센터, 차세대전지개발센터, 분석센터 등이 있다. CTO 조직은 리튬황전지,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제품과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이차전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 부사장은 최근 인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거 자신이 학업 중에 이차전지에 빠졌던 것과 같이 그다음을 이을 인재를 초기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올해 4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석·박사급 인재 채용행사인 배터리테크콘퍼런스(BTC)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다녀왔고 7월에는 처음으로 산학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그 사이 5월에는 모교인 서울대 화학부 정규세미나에 참석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연구 현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전세계 R&D 인력은 약 33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2020년 분사 당시 2500여명에서 3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R&D 투자비용 역시 4220억원에서 8760억원(2022년 기준)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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