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미국 투자가교 맡은 '뉴페이스' 김동수 부사장②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발굴·연결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24 07:27:44
[편집자주]
전자·통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던 LG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등 공들여 키워온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무게추가 옮겨갔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을 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더벨이 LG그룹의 R&D와 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8년 3월 중순,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 LG그룹 4개 계열사는 같은날(16일) '중장기 미래 사업준비'를 목적으로 펀드 출자 공시를 냈다. 4개 회사의 총 출자금액은 4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로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가 1억5000만달러를,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5000만달러를 각각 출자했다.전자·화학·디스플레이·통신 등 LG그룹의 핵심 계열사 4곳이 세운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LG테크놀로지벤처스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미국에 설립한 기업형벤처캐피탈(CVC)로 LG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미션을 수행한다.
그룹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후 LG CNS,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추가로 출자에 나서며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4억8000만달러로 확대됐다.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은 인물은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부사장)다.
◇엔지니어 출신 벤처투자가, 포트폴리오 채울 적임자
1969년생인 김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지만 사회생활은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연구원)로 시작했다. 캘리포니아공과대 응용물리학 학사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마친 후 그가 사회생활 첫발을 내딘 곳이 다름 아닌 삼성전자였다.
1997년 삼성전자 광섬유 엔지니어링 R&D그룹으로 입사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한 김 부사장은 2006년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광섬유 부품개발, 통신 R&D 기획 등 주로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다양한 개발 업무 경험은 벤처투자팀에서 투자처 기술 제휴 업무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벤처투자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벤처투자팀 이동을 계기로 시작한 투자 업무에 흥미를 느낀 김 부사장은 2008년 잠시 아시아에볼루션코리아(Asia Evolution Korea)로 잠시 적을 옮겼다가 1년 만에 삼성벤처투자 미주지사장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2018년 LG로 영입되기 전까지 30여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자신만의 강점을 뽐내기 시작했다.
김 부사장은 퓨어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솔루션), 인프리아(극자외선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장비·소재, 스토리지 시스템와 같은 기술 관련 스타트업 투자를 직접 주도했다.
연구원 출신으로 기술 이해도가 높은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투자 경험까지 쌓은 김 부사장은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낼 기술기업을 발굴하고자 한 구광모 회장의 뜻에 딱 맞는 적임자였다. 현장을 중요시하는 김 부사장 역시 실리콘밸리에 직접 CVC를 두고 장기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친 경영진을 보며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5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 설립과 함께 대표를 맡은 김 부사장은 구광모 회장의 첫 현장경영 현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정식으로 ㈜LG 대표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현장경영에 나섰는데 첫 방문지가 LG그룹의 산업 융복합 R&D 클러스터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였다.
당시 현장에는 박일평 LG전자 사장, 유진녕 LG화학 사장,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계열 핵심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함께 했다. 김 부사장의 경우 CTO는 아니지만 앞으로 이들 계열사들과 협업하며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은 만큼 '깜짝' 동행하며 LG그룹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다.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인공지능(AI), 배터리, 모빌리티, 바이오 등 분야의 기술 스타트업 60여곳에 약 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7개 LG그룹 계열사의 투자펀드 총 출자금액이 4억8000만달러(약 6000억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출자금의 70%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해당 투자펀드들이 중장기 미래 사업준비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미 투자 스타트업과 계열사와의 협력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사이버보안 솔루션 개발기업 클래로티(Claroty)는 LG CNS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LG CNS 보안서비스 중 하나로 제공되고 있으며 LG전자는 원격의료 기업 암웰(Amwll)과 북미 현지에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 사업을 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국내 계열사와 미국 투자처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각 계열사 출신 인물들이 포진해 김동수 부사장을 지원하고 있다. 강성권 투자이사(LG화학), 김균홍 사업개발 수석이사(LG CNS), 이동호 사업개발 이사(LG전자) 등을 꼽을 수 있다.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투자금 회수(엑시트) 사례도 있다. 암웰, 아셀렉스(Arcellex·세포치료제), 데이터플리츠(DataFleets·클라우드 데이터플랫폼), SES(리튬메탈배터리) 등 6개 기업이 그 해당 사례다. 암웰, 아셀렉스, SES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등에 기업공개(IPO)로 엑시트한 사례이며 나머지 3곳은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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