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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차세대통신 밑그림 김병훈 LG전자 부사장, AI 승부수③CTO부문 소속 15년 재직, AI연구소장 겸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26 07:25:22

[편집자주]

전자·통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던 LG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등 공들여 키워온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무게추가 옮겨갔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을 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더벨이 LG그룹의 R&D와 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는 1970년대 '기술의 상징 금성'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광고문구를 썼다. 락희화학(현 LG화학)의 플라스틱 사업이 성공을 거둔 구인회 창업회장은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하며 전자산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국내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 선풍기, 흑백TV 등을 개발·생산하며 연이어 '최초'에 도전했다.

LG전자가 보유한 또다른 최초의 기록 중 하나로는 국내 민간기업 첫 중앙연구소 설립을 꼽을 수 있다. 1975년 설립된 중앙연구소는 지금의 LG전자 연구개발(R&D) 조직의 시초격으로 금성사는 중앙연구소를 시작으로 WLL단말연구소(1981년), 디자인경영센터(1983년), CDMA시스템연구소(1983년) 등을 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신 기술에 대한 감각과 이를 제품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자리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 CTO 부문 내 주요 센터를 겸임하며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LG전자 CTO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병훈 부사장이 당면한 과제 역시 LG그룹이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통신 전문가가 이끄는 차세대통신 전략

김 부사장은 LG전자 내에서 통신 전문가로 분류된다. 1971년생인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치고 2000년 GCT세미컨덕터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퀄컴을 거쳐 2008년 LG전자 CTO부문에 합류하기 전까지 글로벌 통신 장비 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가전이 주력인 LG전자에서 통신분야 전문가의 존재는 다소 어색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HW)를 넘어 소프트웨어(SW)로의 전환이 늘 숙제인 LG전자에 김 부사장의 합류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김 부사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 3G 선행기술 논문을 내고 표준연구 활동을 하던 인물로 그 연장선상에서 2008년 LG전자로 옮기면서 이통무선선행기술그룹장(상무)을 맡기 시작했다. 이후 내리 CTO부문 소속으로 LG전자에 있으면서 차세대통신 무선선행기술그룹장, 차세대표준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차세대통신 표준화 작업을 주도했다.

김 부사장이 차세대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2011년 LG전자는 당시 와이파이 기술 확산을 위해 글로벌 업체들이 뭉친 와이파이얼라이언스 회원사로 들어갔다. 최근에는 AI, 로봇, 도심항공(UAM) 등 미래 산업의 기반 기술로 평가받는 6G 이동통신의 표준화 작업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가 2021년 7월 모바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도 차세대통신 기술 투자에는 손을 놓지 않은 것 역시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다. 김 부사장의 주도 아래 LG전자는 2021년 6G 선행기술을 논의하는 글로벌 단체 '넥스트G얼라이언스' 의장사로 선정됐고 2년 임기 끝에 올해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미래사업 AI연구까지 총괄

LG전자 CTO직은 최신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체적인 R&D를 지휘하는 자리인 만큼 CTO를 거쳐 간 인물들은 당시 회사가 미래사업으로 점찍은 주요 연구센터장을 겸직했다.

김 부사장의 전임인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2018~2021년 CTO 재직)는 재직기간 내내 SW센터장 자리를 겸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LG전자 CTO로 장기간 재직한 안승권 연암공과대 총장은 전자기술원장(2011~2012년), 디자인경영센터장(2012년), 이노베이션사업센터장(2015년) 등 R&D 역량이 집중돼야 하는 분야의 총괄 자리를 겸임했다.

김병훈 부사장이 지난해 9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6G 그랜드 서밋'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LG전자)

김 부사장의 경우 현재 인공지능연구소 소장 자리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연구소는 인식기술(음성·영상·생체 등), 딥러닝 알고리즘 등 AI 제품·서비스의 기반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LG전자가 2017년 신설한 조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외부 영입인사인 김정희 전무가 인공지능연구소장으로 활동했으나 입사 반년이 넘은 시점에서 김 전무가 '일신상의 사유'로 퇴사하며 김 부사장이 연구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그룹이 구광모 회장의 주도 아래 이른바 'ABC(AI·바이오·클린테크)' 신사업에 역량을 쏟는 가운데 기반 기술을 마련해야 하는 인공지능연구소의 수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어 김 부사장이 지난 6월부터 그 자리를 겸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내부에서는 CTO부문을 이끄는 김 부사장이 인공지능연구소장을 맡으면서 R&D의 방향성을 일관되게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연구소의 올해 최대 과제는 빅데이터 기반의 차세대 AI를 통해 사용자에게 먼저 특정 작업을 수행하거나 제안하는 솔루션(앰비언트컴퓨팅)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AI 원천기술을 고도화해 가전, TV, 전장 등 LG전자 사업 포트폴리오로까지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차세대 통신기술 선행연구를 맡아온 김 부사장에게 AI 선행기술 확보라는 중책이 내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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